‘친환경 선박’으로 조선업 강국 ‘우뚝’···글로벌 패러다임 변화 선도
한국 조선업, 고부가가치 선박에 독보적 경쟁력 입증 IMO 강화된 환경 규제로 업계 분주, ‘친환경 선박 기술’ 조선업 핵심쟁점 부상
[이넷뉴스] 지구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생태계 비상사태에 조선업계에도 ‘친환경’이라는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점차 강화되며 친환경 선박이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국 조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수주 및 기술개발로 전 세계 조선업계 최강자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유엔(UN)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산업 탄소중립 목표 강제 조치 방안에 의해 전 세계 해역에서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크게 강화됐다. 2030년까지 국제 해운업의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40%, 2050년에는 최소 50%까지 감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강화된 환경 규제에 대해 조선업계가 찾은 해법은 ‘친환경 선박’. 선박의 친환경 기술 적용 특히, 청정에너지원 기술 개발이 미래형 산업전환을 위한 핵심요소로 떠오르며 향후 친환경 대체연료,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친환경 기조로 흐르는 세계 조선업계에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와 중요성이 모두 빠르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조선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한·중 조선 수주 1위 쟁탈전, ‘고부가가치 선박’은 한국이 글로벌 시장 석권
2021년, 글로벌 조선해양 산업은 경기회복에 발주량이 늘면서 최근 몇 년 중 가장 큰 회복세를 보였으며, 현재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특히 글로벌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조선 수주 경쟁 양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해운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의 누적 수주량은 총 1,276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전 세계 점유율 2위(43%)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1~7월 기준) 1,550만CGT 이후 13년 만에 거둔 최대 기록이다. 중국은 45%의 점유율로 전 세계 수주량 1위(1,348만CGT)를 차지했다. 전체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중국은 1위 수주 규모를 자랑하지만, 향후 시장 규모가 확대될 친환경 대체연료 선박시장에서는 한국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 유형으로 분류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만2000TEU급 이상 대형컨테이너선 시장에서 1분기 기준 전 세계 시장의 70% 비중을 점유했고, 친환경 선박인 가스연료추진선 점유율도 70% 이상이다. 대형 LNG운반선의 경우, 국내 조선 업체가 세계 발주량 140만CGT의 100%를 독점했다.
반면, 지난 7월 중국 해운네트워크에서 발표한 중국 상위 50위 조선소 내역을 보면, 중국 상위 50개 조선소의 경우 벌크선과 컨테이너 선박이 총 주문수(1,104척)의 59%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타 선박 및 유조선이 33%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1.9%),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3%), 여객선(2.1%) 및 크루즈 선박(1%)에 불과하다.
한국의 최대 경쟁 국가인 중국 역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산업에 있어서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환경규제가 강화될수록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이 친환경 연료 선박에서 한국과 기술 격차를 줄이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 글로벌 조선산업, 온실가스 저감 노력 영향으로 전환기 맞아
영국의 조선·해운조사기관 MSI에 따르면 글로벌 조선시장은 2009년 이후 불황이 지속되다 13년 만에 반등해 2025년까지 신조시장 수요가 연평균 16%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강화된 환경 규제를 제시한 IMO의 선박 오염방지협약 관련 개정안(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Prevention of Pollution from Ships)이 오는 2022년 11월 1일 발효 예정에 있는 만큼,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신규 발주는 한동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선박은 LNG선이 대표적이다. LNG선이란 말 그대로 액화천연가스를 생산, 액화, 저장하는 기능을 겸비한 대형 특수선박으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된다. 황산화물을 배출하지 않고, 환경오염 배출량을 기존 화석연료 보다 20~30% 감축할 수 있어 미래의 탄소배출 제로를 향한 중요한 전환 연료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LNG의 가격이 석유보다 저렴해 조선업계뿐만 아니라 선주들에게도 환경적, 경제적 측면을 모두 충족시키는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어 시장 성장 잠재력도 매우 높다. 업계에서는 2025년이면 새롭게 발주하는 세계 선박의 60% 가량을 LNG선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르웨이선급협회(DNV)는 오는 2040년에는 전 세계 선박의 상당 수가 LNG를 연료로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친환경 선박은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의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세계 최고의 LNG선박 제조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사회적 인식 변화와 규제 강화로 산업 전반의 친환경 수요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점, 또 친환경 선박의 과도기적 대안으로 평가 받는 LNG선박 분야에서 국내 조선업체들이 상대적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친환경 트렌드는 조선업 재도약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누가 먼저 미래 친환경선박 개념을 정립하고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느냐가 장기 호황의 열쇠가 될 것이며, 기술 및 품질적 평판 우위에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이러한 변화의 주역이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다"고 전망했다.
◇ 탄소중립은 조선산업의 ‘초격차’ 만들 기회
친환경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우리나라 조선업이 다시금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바다 위 환경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고, 이미 친환경 선박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만큼, 향후로도 우리나라는 글로벌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절대적인 시장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중장기 국가발전 계획을 통해 선박과 해양공학 장비 산업의 고품질화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대형 조선그룹의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으로 자국의 산업 경쟁력 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상황으로 한국 조선업의 미래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가 친환경 선박, 고부가가치 시장의 선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조선업의 최대 흐름인 친환경 선박 기술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향후 산업 발전 추세 및 글로벌 환경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해상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지난 2일,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날 현대중공업 측은 최대 1조 800억원 규모인 IPO 조달자금 중 친환경 선박 및 디지털 선박 기술 개발, 수소 인프라 분야 등에 약 76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한, 해상 수소 인프라 시장 선점을 위해 해상 신재생 발전 및 그린수소 생산, 수소 운송 인프라 분야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