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시장 진출 본격화···북미·유럽시장 공략 활발
SK이노베이션, 신설 법인서 ESS 사업 확대 삼성SDI, ESS 글로벌 점유율 1위 굳건 효성, 유럽 비롯한 신흥시장 진출 예정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잉여에너지를 저장해두었다가 전력이 필요할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력 사용 효율을 끌어올리고,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결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넷뉴스>는 ESS의 현주소 및 나아갈 방향을 집중적으로 탐구해봤다.
<ESS> 시리즈
① [모빌리티 전망] 국내 모빌리티 업계, ESS로 해외시장 개척 나선다
② ESS 시장 진출 본격화···북미·유럽시장 공략 활발
[이넷뉴스] 국내 기업들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친환경 기조로 인해 ESS 시장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일찍이 ESS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세계 ESS 시장에서 점유율 1위는 삼성SDI이었으며, 2위는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그 뒤로 CATL, 파나소닉 등이 올랐다.
ESS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미리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장치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집중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점점 커졌고 이에 따라 ESS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전 세계 ESS 시장 선도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 SK이노베이션 역시 ESS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 SK 이노베이션, ESS 사업 재진출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6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 분할 승인을 거친 후 다음달 1일 자회사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 ‘SK E&P 주식회사’라는 이름의 신설 법인을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BaaS(Battery as a Service), ESS 사업 등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 오는 2025년까지 17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이상으로 배터리 생산 능력을 급속도로 확대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미국 포드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4년 ESS 시장에 진출하며 전북 고창에 ESS 실증단지 구축사업에도 참여했으나, 수익성 악화로 인해 2년여 만에 ESS 사업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ESS 시장이 나날이 급성장하면서 ESS 사업 재추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에는 미국 ESS기업 IHI테라선솔루션스와 에너지저장 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북미 ESS 시장은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지난해 기준 북미 ESS 시장 규모는 전 세계 규모 중 약 40%를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은 IHI테라선솔루션스와의 협력을 통해 북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북미·유럽 해외시장 공략 박차
삼성SDI도 글로벌 시장의 독보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미국 ESS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삼성은 지난해 글로벌 ESS 시장에서 점유율 31%(6.2기가와트시(GWh))를 차지했다. 북미 지역에서의 ESS 사용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삼성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ESS 시장 선도 자리를 지킨다는 계획이다.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 기업도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3월 영국 최대 전력 투자개발사인 다우닝(Downing)사와 영국 사우샘프턴에 50메가와트(MW)급 규모의 대용량 ESS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50MW급은 효성중공업이 해외시장에 공급해 온 제품 중에 가장 대용량으로, 해당 ESS는 영국 전력 공기업 내셔널 그리드의 송전망이 연결된다.
영국은 유럽 ESS 시장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유럽 시장에서 막대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효성은 영국을 비롯해 미국, 아시아 시장 등 ESS를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 호주,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도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미국 내에서 자사의 에너지 입지를 넓히기 위해 최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과 텍사스주 댈러스에 위치한 효성TNS 법인을 방문하는 현장 경영을 보여줬다. 효성은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향후 미국 시장 전진 기지로 활용해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에 대응하고 ESS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 국내 아닌 해외시장으로 몰리는 이유
국내 ESS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시장이 작아진 반면, 미국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어 기업들의 해외 진출 행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초부터 ESS 설치 사업을 대상으로 투자세액공제를 기존 20%에서 26%로 올렸다.
반면 한국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신규 ESS 설치 태양광발전소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없앴는데, 이에 따라 ESS 신규 사업장도 절반 이상 감소한 상황이다.
국내 ESS 시장은 지난 2017년부터 잇따른 화재 사건이 발생하면서 침체기에 빠진 상태다. 지난 2017년부터 발생한 ESS 화재는 총 32건에 달하며 약 1조 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화재와 지원 축소까지 겹쳐지면서 신규 사업자들의 진출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에 정부의 지원 등 수요 증가를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에 따라 수급 안정성을 위한 ESS 설비는 필수적이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ESS지원분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직까지 화재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 및 투자로 기업들의 기술 향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북 완주군에 국내 최초 신재생 연계 ESS 안전성평가센터가 들어설 예정으로, 안전평가 시스템이 들어서며 관련 업계 활성화와 인프라 확충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북도와 완주군,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지난 13일 신재생 연계 ESS 안전성 평가센터 건립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평가센터에서는 5000평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ESS에 대한 포괄적인 안정성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 환경에 적합한 ESS 설계, 시공 등의 연구도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ESS화재 등 지속적으로 언급된 문제점 해결을 위해 공통모드전압, 내부저항, 절연, 모듈퓨즈, 충전율, 배터리실 환경 등 6대 안전기준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