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시장에 ‘파괴적 혁신’ 바람···덤브치킨, 고가 치킨의 공식 다시 쓰다

2025-11-20     김지원 기자

[이넷뉴스] 하버드경영대학원 고(故)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제시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은 단순히 기술 변화의 개념이 아니다. 시장의 하위 영역에서 출발해 기존 강자들이 간과한 소비자층의 불편을 해결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고가·고급 중심의 시장을 무너뜨리고, ‘더 싸고, 더 간편하며, 충분히 좋은 제품’으로 시장을 다시 설계하는 힘이 바로 파괴적 혁신이다.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이 흐름은 이미 커피 업종에서 현실이 되었다. 수천 원대 프리미엄 커피가 주류였던 시장에 1천~2천 원대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등장하며, 소비자의 선택 기준과 시장 구조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그러나 치킨 시장은 아직 다르다. 여전히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2만 원대 고가 치킨을 유지하고 있고, 점주는 남는 게 적고 소비자는 비싸다고 느끼는 모순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정체된 시장의 균열을 만든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바로 ‘덤브치킨’이다. 덤브치킨은 치킨 시장의 ‘파괴적 혁신’을 목표로 삼았다. 가격을 낮추면서도 점주와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본사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택했다.

본사는 물류 공급 구조를 전면 재설계했다. 식자재를 신선한 국내산으로 확보하되, 중간 유통마진을 없애고 가맹점에 최저가로 공급한다. 본사 이익을 줄이는 대신 가맹점이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가맹점은 절감된 비용을 소비자 가격 인하와 점포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한다. 실제로 덤브치킨의 대표 메뉴인 국내산 9호 냉장육 후라이드는 9,900원에 판매되며, 양념·간장·마늘 등 인기 치킨 메뉴도 만 원 초중반대 가격을 유지한다.

운영 방식에서도 혁신은 이어진다. 덤브치킨은 대형 홀 중심의 구조를 버리고, 8~15평 규모의 테이크아웃형 중소형 매장 모델을 도입했다. 배달은 부가 기능으로만 활용해 수수료 부담을 최소화하고, 주방 시스템도 단순화해,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를 크게 줄였다. 점주는 1~2인 운영으로 충분히 매출을 만들 수 있고, 손익 구조는 월매출 3천만 원대, 순이익률 20~25% 안팎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윤성원 대표는 “본사가 먼저 변해야 시장이 바뀐다”며 가맹점 지원 정책을 직접 주도했다. 덤브치킨은 창업자의 투자 부담을 덜기 위해 약 1천만 원의 창업비용을 지원하고, 인테리어와 설비를 가맹점이 직접 선택해 품질 있는 점포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광고나 영업 조직 대신, 실제 장사가 잘되는 소자본 매장들이 입소문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방식이다. 가맹 문의의 대부분이 기존 점포를 본 고객이나 주변 점주들로부터 들어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 대표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화려한 매장으로 초기에만 주목받는 반면, 덤브치킨은 작지만 오래가는 구조를 지향한다”며 “줄 서는 노포 맛집처럼 고정비를 낮추고 수익률을 높이는 시스템 창업이야말로 불황기에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덤브치킨의 본사는 판관비를 최소화하며 재무 건전성을 확보했다. 영업사원을 두지 않고 윤 대표가 직접 창업 상담을 맡으며, 무리한 체인점 확대보다 입지와 상권 검증을 우선시한다. “좋은 입지에서만 오픈시킨다”는 원칙 아래, 상권 경쟁력과 임대료 비율(매출의 6~7%)까지 면밀히 분석해 점포를 선정한다.

결국 덤브치킨의 파괴적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정직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본사는 저마진 구조를 설계해 점주와 상생하고, 점주는 효율적인 운영으로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돌려준다. 여기에 스마트 경영 시스템이 더해졌다. 덤브치킨 본사는 불필요한 판관비를 과감히 줄이고, 디지털 기반의 물류·회계·가맹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했다. 영업 인력과 광고비를 최소화하는 대신, 데이터를 통한 효율 경영으로 본사 운영비를 절감하고 그 절감분을 가맹점 지원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이는 본사가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신뢰를 우선하는 경영 철학의 실천이자,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스마트 경영’을 접목한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된다.

소비자는 ‘어제와 같은 양, 같은 맛, 같은 가격’에 만족하며 재방문한다. 이렇게 형성된 신뢰의 선순환이 바로 덤브치킨이 말하는 파괴적 혁신의 완성이다.

윤성원 대표는 말한다. “치킨플레이션 시대에 필요한 건 단순히 값싼 치킨이 아닙니다. 합리적인 구조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치킨입니다. 본사가 먼저 양보하고, 점주는 정직하게 운영하며, 소비자는 신뢰로 보답하는 구조. 그게 덤브치킨이 꿈꾸는 시장의 혁신입니다.”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프리미엄 시장의 질서를 뒤집으며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든 것처럼, 덤브치킨은 치킨 시장의 ‘포스트 저가 커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불황의 시대, ‘값은 낮추되 자존심은 높이는’ 덤브치킨의 실험이 치킨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다시 세우고 있다.

 

김지원 기자(won@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