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복합 충전소 변신 주유소···‘에너지 슈퍼스테이션’ 될까
SK에너지,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에 충전인프라 구축 도심형 물류 서비스 개발 및 친환경차 전환 업무협약 에쓰오일은 거점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 서비스 확대
[이넷뉴스] 탄소중립 시대 재생 에너지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주유소의 변신이 시작됐다.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도입하는가 하면 친환경 물류 서비스도 준비한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수송 분야가 전기·수소차 중심으로 바뀌면서 화석연료 기반의 주유소는 생존을 위한 변화가 절실하다.
최근 SK에너지와 CJ대한통운은 도심형 물류서비스 개발과 친환경차 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물류시설 및 배송서비스 개발, 보유 상용차량의 전기·수소차 전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을 함께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양사는 차량의 접근성이 좋은 주유소를 상품의 보관부터 배송까지 수행할 수 있는 도심형 물류시설(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로 구축할 계획이다. MFC 근거리 배송이 이뤄지면 상품 재고의 회전율이 높아 보다 빠른 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다.
아울러 CJ대한통운 배송 차량의 친환경차 전환에도 힘을 모은다. SK에너지는 MFC와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 등에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충전 멤버십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CJ대한통운 배송 차량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등 친환경 사업도 추진한다.
오종훈 SK에너지 P&M CIC대표는 “택배업계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과의 협력을 통해 도심 MFC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도심 배송 서비스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사업 추진 외에도 상용차량의 탄소 저감과 화물차주의 복지증진을 추진해 양사의 시너지를 제고하고 ESG 경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4개 주유소와 전기 충전소 리모델링 ‘미래형 주유소’
에쓰오일(S-OIL)의 파주 운정드림 주유소는 휘발유와 경유, LPG는 물론 전기까지 공급할 수 있는 미래형 주유소로 거듭났다. 기존 4개의 주유소와 전기 충전소를 리모델링한 약 3000평 규모의 주유소·충전소다.
운정드림 복합 충전소는 싱글 모델과 2대 차량을 동시에 급속 충전할 수 있는 듀얼 모델을 각 1기씩 설치했다. 충전기는 100킬로와트(kw)급 급속 충전기로 충전용량 64kwh 전기차를 3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올해 출시된 아이오닉5, EV6 등 국내 표준 DC 콤보방식의 모든 전기차에 충전이 가능하다.
예술의 전당 맞은편에 위치한 ‘전당 앞 주유소’도 눈에 띈다. 이곳은 낡고 오래된 주유소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리모델링이 진행됐다. 이를 통해 ‘강남 거점 주유소’로 탈바꿈한 주유소에는 친환경 콘셉트의 디지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와 포르쉐 전기차 전용 급속충전시설 2기가 설치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충전 서비스 도입을 시작으로 전기차 인프라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대비할 계획”이라며 “주요 거점 소재 계열 주유소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도심 곳곳에 복합 충전 시설이 들어서고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친환경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머지않아 주유소가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태양광 발전과 전기차 충전 시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통합 설치된 미래형 주유·충전소다.
앞서 지난 6월 정부는 '분산 에너지 활성화 추진 전략'을 통해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주유소의 활용도를 높이고 전력망을 안정시키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주유소 안이나 인근 지역에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분산 전원을 설치, 전기차 충전에 필요한 전력 일부를 자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전기·수소 충전소와 태양광 설비의 설치는 가능하다. 하지만 ESS와 연료전지는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설치가 어렵다. 결국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의 등장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에너지 업체의 복합 충전소 전환 속도에 달렸다.
◇ 2025년까지 무공해 택시 누적 10만대 보급 계획
한편 환경부는 2025년까지 전기·수소 택시 등 무공해 택시를 누적 10만대 보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개인택시연합회, 법인택시연합회, 현대자동차·기아, SK에너지가 24일 업무협약을 맺었다.
올해 6월 기준 총 25만여 대의 택시 중 무공해 택시는 전기 택시 3000대 정도다. 수소 택시는 서울시에서 2019년부터 실증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향후 정부와 택시 업계, 제조사, 충전사업자는 무공해 택시 보급 확대로 수송부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와 서울시는 구매 보조금 지급과 충전 인프라 확충에 신경을 쏟는다. SK에너지는 차량 교대지와 기사식당 등 택시 운전자들이 자주 찾는 곳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충전 환경 개선에 나선다.
일반 승용차에 비해 택시는 주행거리가 약 10배 길고 온실가스도 4.5배 이상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택시가 무공해 차량으로 전환되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으로 대기 개선 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넷뉴스=조선미 기자] sun@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