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감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만 질주

전세계 주요공장 생산량 부족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지연 완성차 판매량 4142만4000대, 지난해 하반기 비해 6% 감소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92%, 배터리 전기차는 171% 증가

2021-08-24     조선미 기자
사진=픽사베이

[이넷뉴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다시 움츠러들었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부문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신차 출시와 국가별 보조금, 지원 정책 덕분에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시장 상황이 호전됐고 중국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완성차 판매량은 4142만4,000대로 지난해 상반기 보다 약 29% 증가했지만, 하반기에 비해서는 6%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텍사스 한파, 공장 화재 등 반도체 생산라인 악재

지난 2월 미국 텍사스를 덮친 한파로 인한 반도체 공장 생산 중단, 일본 반도체 업체 르네사스 테크놀로지의 화재 사고,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생산력 부족 등 악재가 겹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지연 현상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반면 친환경차 판매량은 증가세다. 올해 상반기 494만8,000대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25%, 하반기 대비 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는 92%, 순수 배터리 전기차는 171%,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는 160% 늘었다.

올 상반기 국가별 차량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와 비교할 경우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은 백신 보급이 본격화하고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거두면서 소비심리가 개선, 내수 판매량이 증가했다.

일본은 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와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로 자동차 시장 상황이 호전됐다. 일본의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75만3000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2%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가 올해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신차 생산이 지연, 판매량이 다소 줄었다.

자료=한국자동차연구원

◇ 도요타 상반기 글로벌 판매 1위, 현대차는 5위

올해 상반기 업체별 판매량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와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좋은 성적을 보인 반면 미국과 유럽 완성차 기업의 실적은 부진한 편이었다. 도요타는 상반기 글로벌 판매 1위, 현대차는 5위를 차지했다.

도요타는 미국과 중국에서의 수요 증가와 주요 부품의 안전재고 확대 전략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에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다. 다만 일본 반도체의 상당량을 공급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 부품 수급에 차질이 우려돼 하반기 시장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국내는 물론 중국 시장에서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중국 이외 지역의 수출 성적이 좋아지면서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중국은 내수 중심으로 전기차 업체를 비롯한 로컬 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은 다소 어둡다. 글로벌 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신차를 대거 쏟아낼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도체 공급 상황이 지속적으로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새로운 전기차 모델이 나오면 수요가 자극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 문제가 악화하면 차량이 인도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친환경 차량의 중장기 판매 증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내연기관차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미래차 시장에서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강력한 기후변화 정책과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공급망 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전기·수소 충전소 구축을 위한 예산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앞서 EU는 기후변화정책 종합패키지(Fit for 55)를 통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부터 신차의 절반을 무공해차로 전환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국은 2030년 탄소 배출량 최고치를 기록한 후 감축하는 시나리오로 친환경차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울러 차량 데이터 수집 규제도 강화하면서 미래차 시장에 대한 산업 통제력을 넓히고 있다. 중국의 ‘데이터보안법’은 지난 6월 통과돼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 수요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침체에서 회복되는 과정에 있다”면서 “우리가 자동차 생산량 증대를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지속 확대하기 위해서는 노동 유연성 강화와 전기차 등 미래차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차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관련 시설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데이터 수집·활용 규제 완화 등 지원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넷뉴스=조선미 기자] sun@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