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카, EU·미국은 퇴출···한국은?

EU,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카 판매 금지 미국, 전기차 육성 공표···하이브리드는 제외 산업부·환경부 하이브리드카 두고 의견차

2021-08-15     김수정 기자
사진=픽사베이

[이넷뉴스] EU집행위원회가 지난달 탄소 배출 삭감을 위한 포괄안인 ‘피트 포55(Fit For 55)를 발표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사업 재편 속도가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EU는 오는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했다.

EU에 이어 미국 역시 지난 5일 2030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관련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미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친환경차 범주에 하이브리드카는 넣지 않았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이 같은 조치에 동참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전기차와 함께 친환경차로 분류되어 오던 하이브리드카를 퇴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향후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럽의 국가들이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일부 국가에 따라 하이브리드카는 예외로 인정해주는 곳도 있었다.

국가 차원이 아닌 EU 차원에서 하이브리드카 퇴출을 명백히 밝힌 것은 처음으로 이로써 2035년이 되면 유럽 전역에서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내연기관 신차 판매는 금지된다. 해당 발표 이후 하이브리드카를 주력 모델로 내세웠던 일본 도요타 등의 기업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로서는 유럽, 미국의 이 같은 조치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손을 잡고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선 일명 K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내 합작공장을 연이어 지으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현대 투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사진=현대차)

완성차업체들은 당장 발표를 앞둔 신차 외의 추가 내연기관차의 개발은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상반기 유럽과 북미 등에 수출된 친환경차는 14만6403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4% 증가하며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친환경차 수출 비중을 높이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 중 하이브리드의 비중이 높은 만큼 해외 시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올해 전년동기 대비 미국과 유럽 자동차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상반기 미국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2.2% 증가했고 유럽에서도 54.4% 증가했다. 이 같은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EU의 발표 이후 “전기차만 친환경차이고 내연기관차는 공해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수송 부분 탄소중립은 전주기 관점에서 탄소배출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핵심”이라는 건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이브리드카를 두고 관련 부처인 산업부와 환경부 사이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산업부는 하이브리드카는 친환경차 범위에서 제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산업부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기술혁신에 따라 고효율 하이브리드의 경우 전주기 관점에서 전기차보다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

반면 환경부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통해 하이브리드카를 2023년부터 저공해차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발표했다. 개별소비세 면제 적용 기한은 1년 연장하기로 했으며 2023년 이후 감면 여부는 저공해 및 친환경차 분류체계를 고려해 2022년 재검토하기로 했다. 만약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하이브리드카 구매 시 친환경차 혜택인 개소세 및 취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되, 저공해차 인센티브는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하이브리드카의 퇴출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세계 각국이 하이브리드카를 내연기관차의 일종으로 여기고 있고,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시작됐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1 저공해차 보급 목표. (사진=환경부)

정부 역시 올해부터 신규 공공 차량의 80%를 전기, 수소차인 저공해차로 구매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으며 서울시는 지난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의 신차 등록을 중단하고 서대문 안의 녹색교통 지역에서는 친환경 자동차만 운행 가능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는 2050년까지 서울의 모든 차량을 친환경 전기, 수소차로 바꾼다는 목표다.

또한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3개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하며 저공해차가 전체 차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50년까지 76%에서 97까지 늘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88.6%에서 97.1%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하이브리드카의 퇴출은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행할 때와 달리, 사용한 배터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꾸준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폐배터리는 에너지 저장장치로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이 또한 성능이 더 떨어지면 재활용이 필요하게 된다. 아직까지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내연기관차 퇴출을 정식 발표하면서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부족한 충전 인프라를 비롯한 여러 여건상 모든 차량을 순수전기차로 전환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맞는 정책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