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가시화···국내 연구진 성과 주목
포스텍 연구진, 데드존 없는 폴리머 전해질 개발 삼성SDI, 2025년까지 시제품 개발 2027년 양산 KBSI, 자유변형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연구 돌입
[이넷뉴스]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한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목표로 배터리 기업들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기술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없다. 그러나 연구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상용화 시점이 한층 앞당겨질 전망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데드존’이 없는 폴리머 전해질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포스텍 연구진이 발표한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2차원 패턴 구조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데드존에서 이온이동도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나노구조의 전해질을 개발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이온이 액체로 된 전해질에 의해 이동하게 되는데 조그마한 손상에도 전해액이 누출돼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불연성 고체이기 때문에 발화 가능성이 낮아 안전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강점이 있으나, 이온이동도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해당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해결한 연구로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도 게재됐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기술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는 향후 몇 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먼저 상용화를 발표한 기업은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이다. 해당 기업은 현대자동차, SK, LG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으로 2025년 상용화를 예고했다.
차차오 후 솔리드에너지시스템 CEO는 지난달 2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년까지 리튬메탈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의 하이브리드 리튬메탈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췄으면서도 리튬 이온 배터리에 버금가는 제조성을 갖춘 제품으로 상용화 및 성능 문제가 있었던 리튬 메탈 에너지의 문제를 해결해 2025년부터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배터리는 15분 이내에 최대 80%의 고속 충전이 가능해 400Wh/kg의 에너지 밀도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리튬 메탈 배터리 개발의 난관이었던 ‘덴드라이트’ 현상을 고농도의 전해질을 사용해 해결했다.
앞서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은 지난 5월 현대차그룹과 A샘플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을 위한 제휴개발계약을 체결했고, 현대차는 1억 달러(약 1135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어 SK,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도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 투자했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선두주자는 일본이다. 도요타의 경우 전고체 기술 개발을 2000년대 초부터 시작했다. 관련 특허 개수도 1000개 이상을 보유할 정도로 가장 많으며 올해 세계 최초로 전고체를 탑재한 시험 차량을 공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삼성 SDI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 기술에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삼성은 도요타에 이어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수가 두 번째로 많을 정도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적극적이다. 오는 2025년까지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전고체 배터리의 문제점이었던 덴드라이트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 사용되고 이는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용량을 늘리고 크기는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이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의 안전성과 수명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전고체 전지를 비롯한 차세대 전지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고체 전지는 양산 시점 목표를 2027년으로 하고 있으며 전고체 전지 외에 리튬황 배터리와 4원계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출연연과 대학에서도 전고체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성균관대, 전남대, 인하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지난 1월 웨어러블 전자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한 이차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고분자 전해질을 사용해 안전하고 자유변형이 가능하며 웨어러블 전자기기와, 전기차 등에 활용되는 중대형 이차전지에 모두 활용이 가능하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성능 자유 변형 전고체 기술이 상용화 연구에 돌입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처럼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배터리 업체들은 안정성이 확보된 차세대 배터리 준비를 하는데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을 비롯해 중국, 미국 등 다양한 배터리 기업들이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고 연구에 나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누가 먼저 성공할 수 있을지 경쟁 중이다. 현재까지 발표에 따르면 가장 빠른 것은 도요타이지만, 국내 연구진들의 최근 혁신적인 성과를 보았을 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경쟁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