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으로 ‘수소’ 생산···인공 나뭇잎 기술은 무엇

UNIST 장지현 교수팀, 게르마늄 도핑 통해 인공 나뭇잎 수소 생산 효율 3배 이상 높여 해조류 광합성 방식 본뜬 인공 나뭇잎, 탄소 배출 없고 햇빛으로 수소 생산 가능한 게 장점 “상용화 시 개도국에 큰 도움 될 것”…연구팀 “기술 다듬어 수년 안에 상용화 시도”

2021-07-31     양원모 기자

[이넷뉴스] 식물, 해조류의 광합성 방식을 본떠 수소를 생산하는 ‘인공 나뭇잎’ 기술에 업계 관심이 주목된다. 2016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재성 교수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최근 수소 생산율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해 상용화 시 수소 경제 달성의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더 정교하게 기술을 다듬어 수년 안에 상용화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 인공 나뭇잎의 핵심은 ‘광촉매’  

31일 업계에 따르면 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장지현 교수팀은 최근 게르마늄(저마늄)을 인공 나뭇잎에 도핑(Doping)해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도핑은 결정의 물성(物性)을 바꾸기 위해 소량의 불순물을 첨가하는 과정이다. 게르마늄은 화학적 특성상 주요 도핑제 후보의 하나로 꼽히지만, 실제로는 다른 도핑제보다 효과가 떨어졌다. 교수팀은 그 이유를 찾아내 효율을 3배 이상 높였다. 

‘인공 잎(Artificial Leaf)’으로도 불리는 인공 나뭇잎은 1998년 미국국립에너지연구소가 개발한 태양 전지가 효시다. 식물, 해조류가 광합성하듯 빛을 비추면 물을 분리하는 이 전지는 그러나 촉매가 상용화의 발목을 잡았다. 물 분리 반응을 촉진하는 물질이 루테늄, 레늄 등 희소 금속이라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프로토타입으로 존재하던 인공 나뭇잎은 2011년 매사추세츠 공대(MIT) 대니얼 노세라 교수팀이 최초로 실용적 모델을 발명하며 연구에 급물살을 탔다. 

인공 나뭇잎의 수소 생산 효율성은 ‘광촉매’에 달려 있다. 광촉매는 빛 에너지를 받아들여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물질이다. 그동안 광촉매 물질로는 값이 저렴하고, 빛 흡수 영역이 넓은 비스무트 바나데이트를 활용해왔다. 문제는 비스무트 바나데이트의 낮은 전기 전도도였다. 광합성은 전자를 주고받은 이온 반응을 거치기 때문에 전도도가 높아야 한다. 이를 해결할 열쇠가 전도도를 높여 주는 도핑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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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화 게르마늄 막 코팅법’ 통해 수소 생산 효율 3배 ↑

장지현 교수팀은 비스무트 바나데이터 대신 산화철(Fe2O3)을 단일 광촉매로 사용했다. 이어 광촉매 전극 제조 과정에서 게르마늄이 다른 도핑제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를 확인했다. 주석(Sn) 성분이 열처리를 거치면서 광촉매를 훼손하는 것이다. 주석은 광촉매에 붙이는 투명 전극(FTO)에 포함된 성분이다. 교수팀은 “광촉매 내부에 게르마늄, 주석이 함께 있으면 내부 구조를 크게 해치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고 밝혔다. 

교수팀은 이 문제를 ‘산화 게르마늄 막 코팅법’을 통해 해결했다. 특히 광촉매 표면적이 열처리 뒤 줄어드는 문제도 함께 해결돼 수소 생산 효율이 3배 높아졌다. 윤기용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박사 과정 연구원은 “간단한 표면 처리로 산화철 광촉매 기술의 문제점이었던 낮은 전기 전도도, 열처리 뒤 표면적 감소 현상을 한 번에 해결했다”고 말했다. 코팅법은 게르마늄 용액에 담갔다 빼면 돼 방식도 단순하다. 

인공 나뭇잎의 광합성은 크게 ‘산화철+비스무트 바나데이터 혼합 전극(이종쌍 전극)’과 ‘단일 산화철 전극’ 두 가지로 이뤄진다. 단일 산화철 전극은 이론적으로 수소 생산 효율이 15% 정도나, 실제로는 1~3%에 불과했다. 장지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입증한 5% (수소 생산) 효율은 기존 기술과 비교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더 정교한 제조 기술을 개발해 수년 안에 상용화를 이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산화철(Fe2O3)을 활용한 인공나뭇잎의 수소 생산 개념도 (사진=UNIST)

◇ 합성 가스 생산 시도도…”탄소 중립 앞당길 기술로 기대”

인공 나뭇잎이 상용화하면 연료 부족에 시달리는 개도국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공 나뭇잎 기술의 실용성을 크게 끌어올린 노세라 교수는 2017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국제 포럼에서 “인공 나뭇잎은 햇빛, 공기, 물만을 사용해 연료와 음식물을 생산하는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기술은 대규모의 인프라가 없는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 나뭇잎은 수소 외에도 다른 원료를 생산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합성 가스가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어윈 라이스너 교수팀은 2019년 10월 햇빛을 활용해 합성 가스를 만드는 기술을 네이처 머티리얼즈 등 국제 유명 학술지에 발표했다. 두 종류의 서로 다른 광 흡수제를 써서 합성 가스 원료를 만드는 기술이었다. 

한편 장지현 교수팀의 연구는 7월 14일 자 ‘네이처 커뮤니티케이션즈’에 게재됐다. UNIST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탄소 가스 배출 없이 청정 연료인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탄소 중립 시대를 앞당길 기술로 기대를 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중견 연구자 지원 사업’ 및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를 위한 광전기 화학 수소 생산 기술 및 시스템 개발 사업, 에쓰오일(S-Oil) 지원으로 진행됐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