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거용 건물 내 가스 사용 줄이고 전기화 서두른다

히트 펌프 발전에 따라 건물 전기화 저렴하게 가능 2050년 약 3억 6천만 미터 톤의 오염 줄일 수 있어 기존 관념 탈피, 이제는 진행해야 할 때

2021-07-28     신종섭 기자
미국이 탄소 중립을 위해 주거용 건물의 전기화를 서두르고 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이넷뉴스]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주택이나 건물들에서 나오는 오염을 막기 위해 전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빠르게 시행에 나서고 있다.

히트 펌프와 전자레인지 사용으로 건물 내외 오염 줄여

대부분 건물은 여러 연료로 운영된다. 조명, 냉장고와 전자 기기 등에는 전기가, 보일러 및 온수기에는 대부분 천연 또는 프로판 가스(propane gas)와 같은 화석 연료를 소비한다.

하지만 이러한 화석 연료 사용은 건물을 지구 온난화 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만들고 있다.

미국 건물전기화 연구소(Building Electrification Institute)에 따르면 일반 주거용 건물의 화석 연료는 에너지 사용 및 배출량의 50∼75%를 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추운 기후를 가진 도시에서는 주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데, 이는 도시 전체 배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미국 정책에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미국 환경연구 정책 센터(Environment America Research & Policy Center)와 미국 PIRG 교육 기금(U.S. PIRG Education Fund)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미국의 가정과 기업 대부분을 전기화하는 것은 2050년에 약 3억 6천만 미터톤의 지구 온난화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현재 텍사스 자동차와 트럭의 3배에 달하는 약 6,500만 대 기존 자동차를 없애는 것과 동일한 수치이다.

사실 그동안 주거 및 상업용 공간의 전기화는 꾸준히 연구됐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냉난방이다. 전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히트 펌프(heat pump)를 써야 하는 데 기존 제품의 경우 기술과 비용이 문제가 됐다.

히트 펌프는 연료를 태우는 기존 제품과 달리 전기를 사용해 필요한 곳에 열을 보내거나 차가운 공기를 만들 수도 있어 난방 및 에어컨 같은 장비를 하나로 대체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광범위한 건물 전기화가 가능하다.

또 기존 장비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천연가스 제품보다 에너지 효율이 3~5배 높으며, 최근에는 인공 지능을 장착한 제품까지 나와 기존 히트 펌프의 문제점인 극심한 추위 속에서 작동되지 않는 문제도 해결됐다.

한편 요리 시 이용하는 가스 오븐과 버너는 인덕션이나 하이라이트와 같은 전자레인지로 교체할 수 있다. 이는 실내 환경 오염 방지에도 중요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들은 LNG와 같은 탄화수소계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산화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이산화질소 농도도 가스레인지의 40% 수준이다.

미국 로키마운틴 연구소(RMI)에 따르면 실내 공기가 이산화질소 배출 및 가스난로에서 나오는 기타 오염 물질로 인해 외부 공기보다 2~5배 더 오염될 수 있으며, 특히 가스를 이용한 오븐으로 케이크를 만들 경우 이산화질소가 230ppb, 고기를 구울 경우 296ppb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전기를 이용해 요리하는 것이 더 깨끗한 집을 만드는 옵션이라고 밝혔다.

가스업체들 반대에도 불구 캘리포니아 등은 이미 시행 중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기화가 늦어지는 원인에는 기존 건물의 보수 비용 부담, 소비자들의 바뀌지 않는 인식, 그리고 가스업체의 반대가 있다.

전기화는 일반적으로 건물을 새롭게 지을 때 저렴한 옵션이다. 기존 건물의 경우 석유 및 가스, 보일러•온수기를 전기 열펌프로 교체할 때 전체 에너지 요금을 낮추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는 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반인들의 인식 역시 쉽게 바뀌지는 않는 모양새이다. 기존 가스를 사용해 요리하고 난방을 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시장을 지키려는 가스업체들 역시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전기화의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오염 문제와 관련, 천연가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천연가스 회사들은 하수 처리장, 유제품 및 기타 유기 폐기물 등에서 만든 재생 가능 천연가스가 화석 가스를 대체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천연가스 소비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전기화에 비해 높은 비용과 위험성이 지적되면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의 연구와 더불어 본격 시작된 탈탄소화 기조로 인해 건물 전기화가 빠르게 시행되고 있다.

이미 캘리포니아주를 포함 약 30개의 미국 도시와 카운티가 새롭게 건물을 지을 경우 전기 건물을 장려하거나 의무화하는 조례를 통과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공시설 위원회는 신규 및 기존 건물의 저탄소 공간과 물 난방 기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2억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에 대한 규칙을 만들고 있다. 또 규제 당국은 최근 2025년까지 히트 펌프 온수기 인센티브를 위해 4,500만 달러를 추가로 승인했다.

심지어 벌링턴(Burlington)의 경우 조례를 만들어 새 건물이 화석 연료를 연결, 사용하면 소유자는 건물의 운영 첫 10년 동안 예상되는 탄소 배출량의 톤당 100달러에 해당하는 건물 탄소 요금을 지불하도록 했다. 시는 10년마다 수수료를 평가하는 한편 가스 연결 장치가 있는 새 건물을 전기 난방 시스템 및 가전제품으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소비자들 역시 비용 절감과 가정 내 환경 문제를 고려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가 전 세계 곳곳에서 처참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모두가 기존의 편안함보다는 미래 세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때이다.

 

[이넷뉴스=신종섭 기자] shinj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