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업체들 친환경 브랜드로 ESG 경영 ‘그린 기업’ 이미지 변신
LG화학 2050년까지 친환경소재 비즈니스에 3조원 투자 ESG 경영 박차 효성 그룹은 친환경 의류 사업 뛰어들어 재활용과 선순환을 위한 기업협업 ‘프로젝트 루프’ 눈길
[이넷뉴스] 굴뚝 산업의 대표주자로 불리던 화학, 소재 업체들이 친환경 브랜드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 ‘그린 기업’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해, 점점 커지고 있는 친환경 시장을 적극 공략하려는 의도다.
LG화학은 2050년까지 바이오 소재와 재활용, 신재생에너지 산업 소재 등 친환경 소재 비즈니스에 3조원을 투자, 미래 핵심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친환경 프리미엄 통합 브랜드 LETZero(렛제로)를 만들어 재활용·바이오·썩는 플라스틱 시장에 발을 들였다.
LETZero는 'Let(하게하다, 두다)와 Zero(0)'의 합성어다. 환경을 해롭게 하는 요소를 제로로, 탄소배출 순증가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LG화학은 렛제로 브랜드를 플라스틱 제품에 먼저 적용한 뒤 배터리 소재 등 친환경 제품 전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 말에는 세계 최초 ‘Bio-balanced SAP(Super Absorbent Polymer, 고흡수성수지)’가 렛제로 브랜드를 통해 출시된다. 기저귀 등 위생용품에 사용되는 제품으로 친환경 바이오 제품 관련 가장 권위 있는 국제 인증인 ISCC plus를 획득했다.
아울러 버려지는 플라스틱 제품을 재활용한 제품과 폐식용유 등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서 만든 바이오 제품, 옥수수 성분의 포도당 및 폐글리세롤을 활용해 만든 100% 생분해 가능 제품도 렛제로 이름을 달고 나온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렛제로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지구 생태계의 유해함을 해결해 인류와 자연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와 지구를 만들겠다는 LG화학의 의지가 담긴 브랜드”라며 “향후 생활 속 환경 보호를 위해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에어백 원단으로 친환경 업사이클링 의류 제작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효성그룹은 친환경 의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효성첨단소재는 패션 브랜드 ‘강혁’에 에어백 원단을 무상으로 공급했다. 규격이 맞지 않아 판매하지 못하는 원단을 업사이클 재료로 제공한 것이다. 지난 5월 ‘강혁’은 이 원단으로 스키복 컨셉트의 재킷과 팬츠 등 의류 23종을 제작해 컬렉션 무대에 올렸다.
친환경 업사이클링 브랜드 ‘강혁’은 자동차에 쓰인 에어백이나 자동차 천장재 등의 소재로 이색 패션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에어백 원단에 있는 로고와 바코드, 봉제선 등 디테일을 그대로 살리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트벨트용 섬유, 아라미드 섬유, 탄소섬유 등의 산업용 소재를 생산하고 있는 효성첨단소재는 앞으로 ‘강혁’과 소재 공급을 비롯한 다양한 협업에 나선다.
섬유·무역 사업을 하는 효성티앤씨도 ‘강혁’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효성티앤씨는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젠’ 섬유와 여러 기능성 소재들을 제공할 예정이다. ‘강혁’은 리젠 섬유로 만든 제품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 수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젠 서울’, ‘리젠 제주’, ‘리젠 오션’ 등을 통해 친환경 섬유 공급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리젠’을 활용한 브랜드 G3H10을 소셜펀딩 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런칭, 친환경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와 의류 제작도 했다.
효성은 이 같은 협업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의 재활용품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롯데케미칼 등 8개 기업 자원순환 프로젝트 결성
순환경제 구축에 뜻을 같이하는 기업들의 협업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과 소셜벤처 지원 기업 ‘임팩트스퀘어’, 금호섬유공업 등 8개 기업은 폐플라스틱의 재활용과 선순환을 위해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를 결성했다. ‘루프’는 고리라는 뜻의 영어 단어로 둥글게 이어지는 자원 순환과 여러 업체들이 서로 돕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체들은 프로젝트 진행부터 제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머리를 맞댔다. 전체 진행은 롯데케미칼과 임팩트스퀘어가 주축으로 이끌었고, AI기반 순환자원 회수 로봇 개발 업체인 수퍼빈은 폐페트병 자동 수거기인 네프론을 설치했다.
금호섬유공업과 리사이클 페트칩 제조업체 ‘디와이폴리머’는 폐페트병 분쇄와 제조를,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섬유 원사 제작을 담당했다. 재활용 섬유 원사를 활용한 제품 제작은 친환경 제조업체 LAR, 비욘드, 리벨롭이 맡았다.
‘프로젝트 루프’는 지난해 친환경 가방과 신발, 재킷, 노트북 파우치를 제작한 데 이어 올해는 파우치 2종과 카드지갑 1종을 선보였다. 큰 파우치와 작은 파우치에는 각각 500ml 페트병 6개와 4개가, 카드지갑에는 페트병 1개가 재활용됐다.
또한 올해 출시된 제품은 기존 프로젝트 멤버와 함께 ‘라이브 드로잉’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아티스트 김정기 작가가 힘을 보탰다. 김 작가는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젝트 수익금 일부는 롯데케미칼과 김 작가의 이름으로 환경 단체에 기부된다.
[이넷뉴스=조선미 기자] sun@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