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시장에 투자하는 韓 기업들

바이든 취임 후 전기차 산업 육성↑ 현대차그룹, 74억 달러 규모 투자 예고 SK실트론, 美 미시건주 공장 증설 예정

2021-07-22     김수정 기자
사진=지난 2월 공개된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이넷뉴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그린뉴딜 전략에 따라 미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은 전체 자동차 판매 중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기준으로 2.2%에 불과하나,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 산업 육성을 주요 과제로 삼은만큼 빠른 성장이 예견된다.

아직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초기 단계이지만 업계에서는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를 기록하며, 연평균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한 관련 기업들의 행보가 분주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 역시 미국의 친환경차 및 전기차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K-배터리로 불리는 한국 배터리기업들은 연이어 미국 대형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사를 설립하며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 소식을 알렸다.

이어서 배터리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미국 현지 시장 생산을 추진하며 현지화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미국에 약 8조2000억 원 규모인 74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시장 점검을 위해 잇따른 미국행을 택했다. (사진=현대차)

◇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시장에 8조원 투자

현대차그룹은 아직 초기 단계인 미국 전기차 시장에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40만7135대를 판매해 지난해 상반기 대비 49.4% 판매량이 증가했다. 지난 한 달간 판매 대수는 7만2465대로 지난해 동월 대비 44.5% 늘었으며 4개월 연속 월간 최다 판매를 기록을 세웠다.

기아 역시 지난해 37만85411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43.7% 증가한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올리는 등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시장 점유율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2021 자동차 브랜드 충성도 조사’에서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오른 7위를 차지했다. 기아는 6위로 순위가 같았으나 재구매율이 소폭 상승하며 미국 내 현대차그룹의 입지를 보여줬다. 이 같은 호조 속에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미래 친환경차 시장까지 대비해 전략 구체화에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미국 시장 점검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정 회장의 출장은 지난 4월, 6월에 이은 세 번째 출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 회장의 잇따른 미국행이 미국 내 판매전략과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려는 취지로 분석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4월에는 미국 앤젤레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과 앨라배마 현대차 공창을 방문했고 지난 6월에는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과 로봇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공표한 74억 달러 규모의 투자 금액은 향후 전기차 현지 생산과 생산 설비 확충을 비롯해 수소, 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중점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전기차 시장 공략에 대한 정 회장의 의지는 매우 적극적이다. 그는 최근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전기차 시장의 공략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2025년까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새로운 전기차 23종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연간 100만대의 배터리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SK실트론은 미국 미시간주에 3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증설한다. (사진=SK실트론)

◇ SK실트론, 공장 증설 및 현지 투자 확대

배터리 3사의 미국 진출에 이어 전기자동차 반도체 소재 기업도 미국 투자에 나섰다. SK실트론은 미국 자회사 SK실트론CSS을 통해 미국 미시간주에 약 3400억 원 규모인 3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15일 밝혔다.

해당 투자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충전망 확충을 위해 1740억달러의 자금 지원을 모색하고 있는 도중에 나온 결실로, 향후 SK실트론은 미국 전기차 생산 지원을 위해 미시간주에 공장을 증설하고 150명의 일자리를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실트론CSS는 미국 미시건주 베이시티에 위치한 부지와 공장을 인수했으며 내년 초부터 SiC 생산을 위한 유틸리티 공사를 시작한다. 이번 증설로 SK실트론은 전력 반도체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 역시 SK실트론의 투자 의향에 환영 의사를 표했다.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환경 조성을 위해 미국 내에 우리 기업과 소비자를 위한 신규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SK실트론은 지난 2019년 미국 듀폰사의 SiC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하며 SiC웨이퍼 사업에 진출했다. SK실트론이 생산하는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SiC)는 전기차 전력 관리 반도체 생산에 있어 필수적인 소재다.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를 적용한 전력반도체는 기존 일반 웨이퍼 제품 대비 주행 거리를 5~10% 늘릴 수 있으며 충전 시간도 단축돼 전력 모듈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데도 효과적이다.

ESG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는 SK는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4개 부문을 중점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인 SK머터리얼스는 미국 차세대 음극 소재 기업인 그룹14와 합작회사 ‘SK머터리얼즈 그룹’ 설립 소식을 알렸다.

합작회사를 통해 도입되는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에 사용되던 흑연음극재보다 주행 거리가 향상되고 충전시간이 단축돼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소재다. 합작회사 설립으로 SK머터리얼즈는 실리콘 음극재 분야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SK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전기자동차 반도체, 실리콘 음극재 시장까지 진출하며 전기차 주요 소재에 내부 조달 비중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전기자동차 주요 부품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