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그린사업 전환 가속화 '핵심은 수소'

국내 정유 4사, 신성장 사업으로 수소 주목 탈탄소 흐름에 맞춰 그린 중심 사업 전환 수소 밸류체인 강화로 시장 선점 나서

2021-07-19     김수정 기자
SK이노베이션은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이넷뉴스] 기후위기로 인한 탈탄소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유업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사업의 중심축이었던 정유사업의 비중을 과감하게 줄이고 그린 중심 사업으로의 활로를 마련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와 혁신은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필수적인 선택이 됐다. 경제발전의 1등 공신이었던 정유산업이 친환경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게 되는 상황이 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정유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오일메이저 엑슨모빌은 지난 2월 호주에서 운영하던 정유시설을 연료수입 터미널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 역시 호주 가동 시설을 중단하고 연료수입 터미널로 전환했다.

국내 정유 4사인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역시 정유시설 설비를 투자하는 대신 다양한 그린사업에 투자 발표했다. 이들의 사업 방식은 다양하지만 공통 지향점 중 하나는 바로 수소다. 신성장 동력으로 수소 사업을 낙점하고 연이어 수소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시장 선점에 뛰어든 모습이다.

◇ SK이노베이션, 완벽한 그린사업 전환이 목표

국내 첫 정유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회사 정체성을 그린 중심 사업으로 완전히 바꾸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중장기 핵심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스토리데이 행사를 열고 향후 친환경 사업에 총 30조원을 투자, 사업 비중을 현재 30%에서 70%까지 늘리겠다고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그간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정유사업은 신규 투자가 중단되며 점진적으로 규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대신 배터리 관련 신사업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하고 육상수송용연료의 경우 석유화학 제품 생산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생산을 줄인다.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리사이클 기반 화학 사업 회사로 전환해 폐플라스틱 리사이클 사업도 대폭 강화한다.

지난해 수소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을 설립한 SK는 2025년까지 수소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글로벌 1위 수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SK인천석유화학의 부생수소를 활용해 연간 3만t 분량의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기지를 오는 2023년 건설하고 2025년부터는 25만t를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석유사업이 보유한 주유소와 고객을 그린 플랫폼 개념으로 전환해 친환경 전기와 수소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친환경차 대상 구독 모델 도입 등도 추진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략은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완벽한 탈탄소화 사업으로의 전환으로 눈길을 끈다.

GS칼텍스는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한다. (사진=GS칼텍스)

◇ GS칼텍스, 수소 밸류체인 강화 본격화

한국가스공사와 손잡고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에 나선 GS칼텍스는 수소 밸류체인 강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는 오는 2024년 말까지 연간 1만톤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액화수소 플랜트를 LNG 인수기지 내 유휴부지에 지을 예정이다. 1만톤은 수소차 기준으로 약 8만대가 일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생산뿐만 아니라 공급도 함께하며 수소 사업 전반에서 협력한다. 액화수소 플랜트 완공 시점에 맞춰 수도권과 중부권 수십 곳의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GS칼텍스는 여수시, 한국동서발전과 손을 잡고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사업에도 진출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서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 1000억원을 투자하며 오는 2023년 완공 예정이다. 해당 발전소는 LNG를 원료로 하는 다른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와 달리, 부생수소를 사용하기에 탄소 배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인근에 있는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부생수소를 공급받는다.

GS칼텍스는 수소 사업 확대뿐만 아니라 정유부문에서는 탄소중립 원유를 도입하는 등 활발하게 친환경 ESG 경영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해당 원유는 스웨덴 에너지 기업 룬딘이 노르웨이 요한 스베드럽 해상유전에서 생산한 것으로 탄소배출량이 일반 유전 원유에 비해 40배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9월에 도착 예정인 탄소중립 원유는 약 3일 처리량 정도의 물량에 불과하나 국내 에너지 기업 중 최초로 시도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신비오케미컬은 내년 상반기 액체 탄산 생산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사진=현대오일뱅크)

◇ 현대오일뱅크, 미래 핵심 사업은 ‘블루수소’

수소 드림 로드맵을 공개하며 적극적인 수소 진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6일 기업공개를 앞두고 현대오일터미널을 매각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ESG 경영 흐름에 발맞춰 화학에너지 중심 사업을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친환경 화학 소재 사업을 3대 미래 사업으로 정하고 이들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2030년까지 70%로 높인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사업 매출 비중은 2020년 85%에서 2030년 40%까지 축소할 예정이다.

블루수소에 적극 투자 중인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최대 액체탄산제조업체인 신비오케미칼과 내년 상반기까지 충남 대죽일반산업단지에 액체 탄산 생산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매년 대산공장 내 수소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품 원료로 공급하게 되며 반도체 공정용 탄산가스와 드라이아이스 등을 제조한다.

이산화탄소를 전량 회수해 제품화하면서 국내 정유기업 중 최초로 100% 블루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향후 연간 10만 톤의 블루수소를 생산해 수소충전소와 연료 전지 발전용으로 판매하며 수소 분야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 에쓰오일, 지분 투자 방식으로 수소시장 진출

에쓰오일은 차세대 연료전지 FCI에 투자하며 수소사업 진출을 알렸다. FCI는 40여 건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사우디 합작 기업으로, 에쓰오일은 지분 20%를 확보해 국내 최대주주에 올랐다.

FCI의 주력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기존 연료전지보다 발전 효율이 높고 크기가 작아 더욱 각광받고 있다. 해당 투자로 인해 FCI는 오는 2027년까지 100MW 이상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그린수소 사업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지분 투자 방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수소 시장에 진출한 에쓰오일은 수소 산업 전반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을 통해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한 액화수소 사업을 검토 중이며, 서울 시내 복합 수소충전소 도입도 검토 중이다.

정부 역시 탄소감축 기술 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 및 투자를 약속한 만큼 수소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탄소절감 신기술 R&D에 세제, 금융, 규제특례 등의 인센티브가 집중 지원될 예정이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