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동남권 그린 수소 항만’ 청사진 공개···국내외 녹색 항만 현황은
부울경 수소 경제권 통합 핵심 역할 맡을 ‘동남권 그린 수소’ 기획 보고서 공개 부산·울산·경남, 하나씩 사업 분야 맡아 개발 진행···2025년까지 총 2,950억원 투입 친환경 항만 선진국 유럽···네덜란드 로테르담항·독일 함부르크항 등, 국내서는 인천항 눈길
[이넷뉴스]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을 하나의 수소 경제권으로 묶는 ‘동남권 그린 수소 항만’ 사업의 초안이 나오면서 국내외 녹색 항만 현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5년간 2,950억원이 투입되는 동남권 그린 수소 항만 사업은 부울경 관내 항만에 수소 에너지 기반의 친환경 항만을 구축하는 게 주 내용이다. 사업에는 지차체 외에도 부산대, 울산대, 동아대, 한국해양대, 한국선급, 한국가스안전공사, 지역 수소 관련 기업 등 산·학·연이 힘을 보탠다.
◇ 동남권 그린 수소 항만, 사업 선정 이후 7개월 만에 밑그림
16일 부산시,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의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 기획 과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권 그린 수소 항만은 ▲수소 하역 장비 ▲수소 선박 ▲수소 이동식 전력 공급 장치 등으로 사업 분야가 나뉜다. 부산·울산시, 경남도는 각각 ▲수소 선박, 고정식 액체 수소 저장 시설(부산) ▲수소 이동식 육상 전원 공급 장치, 항만 및 해양 쓰레기 감시 수소 드론(울산) ▲수소 하역 장비, 물류 운송 전용 수소 충전소(경남도) 분야 등을 맡아 개발 및 구축을 진행한다.
동남권 그린 수소 항만은 지난해 12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 발굴 및 기획 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조성이 확정됐다. 약 7개월 만의 사업 밑그림이 공개된 것이다. 이번 사업은 부울경이 동남 지역 수소 경제권 구축을 위해 처음으로 힘을 합치는 사례로 알려졌다. 이전까지는 각 시·도 자체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동남권 그린 수소 항만은 기존 울산항, 부산항, 마산항, 삼천포항 등을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4개 항구의 총면적은 어림잡아도 수백만㎡가 넘는다. 이 때문에 하역 장비, 선박, 화물차 등 항만 모빌리티가 1년 내내 가동돼 이산화탄소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항만에 수소 경제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배후 부지까지 수소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 네덜란드·독일 친환경 항만 운영···“배후 단지 기업 유치 유인책 역할도”
친환경 항만은 ‘녹색 경제’ 선진국인 유럽을 중심으로 추진이 활발하다.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는 풍력 에너지를 항만 운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의 풍력 발전량은 연간 300메가와트(㎿)에 육박한다. 300㎿는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소인 태안 안면도 태양광 단지(2022년 완공 예정)의 발전량과 맞먹는 규모다. 로테르담항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서도 연간 75만킬로와트시(㎾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항도 2012년 함부르크시 도시개발환경부(BSU), 경제교통부(BWVI)와 함께 ‘스마트포트 에너지’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유로게이트(Eurogate) 터미널에 풍력·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등 친환경화에 힘쏟고 있다. 함부르크항은 시간당 2.4㎿의 전력을 생산하는 풍력 발전 터빈 3대를 통해 매년 800만㎾h의 전력을 공급받는다. 이는 유로게이트 터미널 연간 전력 소비량(8,000㎿h)의 25~50% 수준에 달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심기섭·조지성·김영훈 연구원은 2017년 발간된 보고서에서 “세계 주요 항만은 이미 국가 목표인 ‘신재생 에너지 발전 촉진’을 위해 항만의 역할을 확고히 하고 있다”며 “항만은 태양력, 퐁력 등 주요 신재생 에너지 기업을 배후 단지에 유치하기 위한 유인책을 마련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기업을 육성해 산업체와 연구 기관 간 협력을 추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국내에선 인천항 눈길···” 동남권 그린 수소 항만, 그린 뉴딜 신시장 창출”
국내에서는 인천항이 눈에 띈다. 인천광역시는 지난해 항만·공항 내 미세 먼지 관리를 위한 관련 법령이 제정된 뒤 미세 먼지 저감 목표 관리제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항만 내 비산 먼지 발생 억제 시설 조성을 유도하고, 출입 도로 6개소에 운행 제한 폐쇄회로(CC) TV를 설치했으며, 친환경 연료인 LNG로 선박인 ‘송도호’도 준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인천항 내 미세 먼지의 60%를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탄소, 미세 먼지 주범인 선박, 하역 장비에 대한 점검도 강화했다. 배출 규제 해역 내 선박 157척 연료유의 황 함유량 확인과 함께, 하역 장비의 하나인 야드 트랙터에 배출 가스 저감 장치 75대를 부착했다. 저공해 친환경 하역 장비 32대도 운영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 밖에도 국내 항만 최초로 노후 화물차 항만 출입 제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저공해 조치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권 그린 수소 항만은 탄소 저감에서 한 발 더 나가 신시장 창출까지 목표로 한다.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BISTEP의 김병진 원장은 "동남권 그린 수소 항만의 첫발을 내디딘 만큼 부산, 울산, 경남이 함께 미래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동남권이 항만을 중심으로 한 수소 그린 뉴딜의 신시장을 창출, 미래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