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탄소중립 시대 살아남으려면···자동차업계 친환경 ‘차차차’ 전략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추진 현황과 과제 집중 논의 중·대형차 분야 수소차와 함께 탄소중립연료 고려해야 하이브리드 개소세·취득세 연장, 연구개발지원 등 촉구
[이넷뉴스]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차 확산에 사활을 걸고 ‘차차차’ 전략을 짜고 있다. 탄소중립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은 가운데 강도 높은 정책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해 탄소 배출이 많은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2035년부터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자는 정책까지 나왔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제2차 자동차산업 탄소중립협의회’에서는 국내 자동차 업체와 유관 기관 및 정부 관계자들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추진 현황과 과제를 집중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차 분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생산 기반과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 내연기관차 고효율화 및 친환경자동차의 확산은 필수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재경 박사는 “수송부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을 확대하고, 수요관리 강화와 기술 혁신을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대응은 물론 국내 온실가스 감축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내연기관차의 고효율화와 친환경 자동차의 확산은 필수라는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탄소중립연료(e-fuel·이퓨얼)의 기술 및 경제성 문제도 비중 있게 언급됐다. 민경덕 서울대 교수는 “수송분야 탄소중립 수단으로 이퓨얼과 차세대 바이오연료, 수소엔진 등 다양한 기술이 국·내외적으로 개발·실증되고 있다”면서 “중·대형차 분야에서 탄소중립연료가 수소차와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퓨얼은 탄소저감 효과가 크고 기존 내연기관 인프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부품과 정유 업계의 친환경차 전환 과정에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제조 비용이 너무 높아 경제성이 떨어지고 전력 소모량이 큰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정부의 역할 확대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참석자들은 친환경차 전환 투자 유인을 위한 제도 개선과 하이브리드 개소세·취득세 연장, 사업 재편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촉구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자동차 산업은 탄소중립을 성장동력 창출로 연계할 수 있는 대표 산업”이라면서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과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 현대차그룹 RE100 참여, 세계 사업장 전력 100% 재생에너지
기업들도 미래 탄소중립 시대 생존과 도약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 5개 계열사가 글로벌 사업장에서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글로벌 비영리단체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과 환경경영 인증기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추진하는 캠페인이다. 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고 있으며, 세계 310여 개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향후 세계 곳곳의 사업장에서 협업 체계를 갖추는 한편 주요 사업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는 RE100 선언 이전부터 친환경 에너지 생산 기반을 닦아 재생에너지를 활용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아산공장에 지붕형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 연간 1만3000메가와트(MWh)를 생산한다. 지난해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으로 울산 공장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설비를 통해 연간 1만2500MWh를 생산했다.
이와 함께 전동화 차량 출시와 수소 모빌리티 확대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23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차세대 넥쏘와 수소 트럭 등 다양한 수소·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수소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수소 트램, 수소 선박 등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수소 경제를 이끌어간다는 포부도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월 개최된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서울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과 실천”이라며 “자동차 제조,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해 글로벌 순환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이 글로벌 시장 판매 호조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국내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9% 증가한 104만9658대를 기록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63.3%), 전기차(13.9%) 등 친환경차(37.1%) 수출이 크게 늘었다. 부품 수급 곤란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현지 전략 차종을 선보이는 등 국내 업체의 상품 경쟁력 제고 노력이 이 같은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올해 미국 내 현대·기아 판매량은 2020년 상반기에 비해 48.1% 증가했다. 역대 상반기 최다 판매량이다. 트레일블레이저, 스포티지, 코나 등 소형 SUV가 큰 인기를 얻었고, 올 봄 출시된 고급 SUV 모델 GV70과 현대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등 신규 모델도 수출 호조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이넷뉴스=조선미 기자] sun@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