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산업 분석 ②] 대기업도 주목한 ‘수소 혼소’ 발전···수소 경제 징검다리 된다

미국, 네덜란드 수소 혼소 업체 인수한 한화종합화학···“한국, 아시아 사업 확장 목표” 수소 혼소 기술, 경제성·실용성 최대 장점···노후 발전 설비 수명 연장 이바지 해외서는 10여년 전부터 국가 차원 산학연 개발 진행

2021-07-09     양원모 기자

[이넷뉴스] 수소와 천연가스를 함께 연소해 전기를 만드는 ‘수소 혼소(混燒)’ 기술이 국내에 첫발을 내디뎠다. 한화종합화학이 관련 외국 기업 2곳을 100% 인수하면서다. 수소 혼소 발전은 기존 액화 천연가스(LNG) 발전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0% 이상 낮고, 발전소 내 기존 가스 터빈을 개조해 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순도 수소를 활용해 연료 발전 전지보다 경제성이 높다. 

◇ 한화가 ‘130년 역사’ 기업 인수한 이유는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6일 세계 4대 발전 설비 회사 가운데 하나인 안살도 에네르기아(Ansaldo Energia)의 자회사 PSM, 토마센 에너지(ATH)의 인수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PSM은 1999년 설립된 미국의 가스 터빈 전문 OEM(주문자 맞춤 생산) 기업이다. ATH는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수소 혼소 발전 업체로, 세계 최초로 단일 축 결합 사이클 가스 터빈을 개발한 곳이다. 1886년 네덜란드 아른험에서 풍차용 연삭 기계 제조 업체로 시작했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3월 인수를 발표한 뒤 4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지분 인수를 마쳤다. 회사가 수소 혼소 기술에 거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 회사는 인수 이후 수소 혼소 사업 활성화에 공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유럽 내 파트너들과 사업 기회 발굴에 나선 것은 물론 국내에선 한국서부발전과 업무 협약(MOU)을 맺고 수소 혼소 가스 터빈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양 사 초대 대표는 가스 터빈, 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박흥권 한화종합화학 현 대표가 맡는다. 한화 측은 “국내 첫 수소 혼소 사업을 본격화할 적임자”라고 박 대표를 소개했다. 박 대표는 “PSM와 토마센 에너지의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북미, 유럽을 넘어 한국, 아시아 지역까지 수소 혼소 발전 사업을 펼칠 것”이라며 “그룹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화와 탄소 중립 사회 구현에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사진=한화)

◇ ‘수소 경제’ 징검다리 같은 수소 혼소

한화가 수소 혼소 발전에 주목한 건 경제성·실용성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에너지 정책 핵심 기조 가운데 하나인 ‘수소 경제’ 실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독일·일본 등 외국 OEM 업체들은 일찌감치 수소 혼소 가스 터빈 개발 및 상용화를 마친 상태다. 우리는 기술만 놓고 보면 최소 6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화가 기술력을 갖춘 외국 기업 인수에 나선 이유다.

수소 혼소 발전은 LNG 발전 과정에 수소를 혼합, 연소해 만든 가스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수소(H)는 탄소 배출이 없고, 자연에 풍부하게 존재하면서, 원소 구조가 단순하다. 생산 방식에 따라 부생 수소·추출 수소·수전해 수소로 구분하는데, 대부분은 부생물(부생 수소) 형태로 나온다. 이 경우 순도가 낮아 산업용으로 쓰려면 따로 정제 작업을 거쳐야 한다. 수소가 비싼 까닭이다.

수소 혼소 발전은 순도 97% 수준의 저순도 수소도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저순도 수소는 고순도 수소와 비교해 2~3배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다. 딜로이트 컨설팅 최용호 파트너는 “LNG 가스 터빈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LNG에 수소를 혼소시키는 시도는 줄곧 있었던 방법”이라며 “수소 혼소 가스 터빈은 노후 발전 설비의 이용률 증가와 수명 연장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혼소 발전 개념도 (사진=한화종합화학)

◇ 미국·유럽 기술 개발 활발···“국내도 요구 늘어날 것”

다만 보완점도 있다. ▲희박 가연 한계 ▲역화 ▲연소 불안정 ▲질소 산화물 배출 등이다. 특히 질소 산화물은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대표 물질 가운데 하나로, 스모그·오존층 파괴·지구 온난화 등 각종 이상 기후 현상의 원인이 된다. 질소 산화물의 한 종류인 아산화질소(N2O)는 대기 중 수명이 100년을 넘으면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300배 이상 큰 것으로 알려진다.

외국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수소 혼소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미국은 2004년 연방 정부 차원에서 캘리포니아주와 파트너십을 맺고 수소 혼소 터빈 개발을 마쳤으며, 현재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에 활용되고 있다. 유럽은 2019년 2월 수립한 ‘수소 로드맵 유럽’을 통해 회원국별 재생 에너지 연계 수소 프로젝트의 하나로 수소 혼소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GE 유럽과 실증도 마쳤다.

강릉원주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김대식 교수는 “해외에서는 발전용 수소 가스 터빈 개발 및 실증에 대한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부각돼 왔고, (이미) 여러 에너지 분야 선진국은 10여년 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산학연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도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등의 영향으로 수소 가스 터빈 기술 개발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