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하우징 트렌드···냉각 종이, 하얀 페인트, 수소 난방
새로운 기술 적용, 종이와 페인트로 에어컨 사용 줄인다? 난방을 녹색 수소로, 시험에 나서는 영국 앞으로도 혁신적인 기술 변화 이어질 듯
[이넷뉴스] 최근 들어 많은 나라가 뜨거워진 기후에 대응하면서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에어컨 사용 시간을 하루 단 1시간만 줄여도 연간 33.3kWh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 발생량 14.1kg도 함께 줄일 수 있다. 겨울에는 난방 기구, 특히 보일러 등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 종이와 흰색 페인트가 집과 지구의 온도를 낮춘다?
최근 들어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에어컨 재고마저 바닥날 정도로 뜨거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이미 미국은 주택의 87%가 에어컨을 가지고 있으며 연간 평균 비용은 265달러로 나타났다. 비용뿐 아니라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에어컨 사용을 줄여야 하는 현실에 집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재활용 종이로 만들고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도 집의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냉각 종이'(cooling paper) 기술이다.
노스이스턴 대학(Northeastern University)의 기계 및 산업 공학 부교수 이정(Yi Zheng)이 개발한 이 종이를 옥상에 설치하면 태양광 반사는 물론 집과 건물의 열을 흡수하여 방출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심지어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 종이는 실내 온도를 12도까지 낮출 수 있어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에어컨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이 될 가능성을 갖췄다.
테플론(Teflon)을 구성하는 재료와 혼합, 냉각 페이퍼 내부에 천연 섬유로 다공성 미세 구조(porous microstructure)를 만들어, 열을 흡수하여 밖으로 내보내는 구조이다.
여기에 이미 쓴 냉각 종이를 재활용하여 새 시트를 다시 만들어도 냉각 성능이 전혀 손실되지 않았다는 테스트 결과도 인상적이다.
종이뿐만 아니라 흔히 접하는 페인트 역시 한몫을 한다.
퍼듀 대학(Purdue University) 연구진은 ‘세계에서 가장 하얀 페인트’(The World's Whitest Paint)로 집과 지구를 식힐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다양한 상업용 제품을 분석한 후 인화지와 화장품에 사용되는 화합물인 황산바륨이 물체를 반사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페인트 안료로 사용했다. 또 반사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농도의 화합물(약 60%)을 사용, 입자 크기를 다양하게 만들었다.
연구자 요셉 피플스(Joseph Peoples)는 "크기가 다른 고농도 입자는 페인트에 매우 넓은 스펙트럼 산란을 제공해 높은 반사율을 만듭니다."라고 말했다.
완성된 제품은 최대 98.1%의 햇빛을 반사하고 열을 차단했으며, 테스트 결과 정오에 페인트 코팅된 실외 표면이 주변 공기보다 13도, 밤에는 7도 더 시원했다. 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기존 열 방출 페인트는 햇빛의 90%까지만 반사할 수 있으며 표면을 식힐 수는 없었다.
또 다른 강점은 기존 방법을 사용해 생산할 수 있으며, 다른 페인트와 거의 같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연구원들은 이미 특허를 신청했으며 현재 대기업과 제품 생산 및 제조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원 시우린 루안(Xiulin Ruan)은 "이 페인트를 사용해 약 1,000평방 피트(약 93m2)의 지붕 면적을 덮을 경우 10kW의 냉각 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라고 말했다.
◇ 영국, 저탄소 미래 위해 수소 난방 최초 시연
영국은 난방 부문에서 혁신을 꾀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일반 가스가 아닌 수소로 난방을 하는 것이다.
영국은 최근 북부 가스네트워크(Northern Gas Networks)가 주도하고, BEIS(영국 비즈니스에너지산업전략부)의 지원을 받아 게이츠헤드(Gateshead)에 ‘수소 하우스(Hydrogen House)’를 세우고 최초로 공개 시연했다.
총 탄소 배출량의 거의 17%를 차지하는 가정과 작업 공간 난방 에너지를 저탄소 난방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난방 및 요리를 위해 천연가스를 수소로 대체할 가능성 조사를 위한 Hy4Heat(Hydrogen for Heat) 프로그램 중 하나로 시연된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일러였다.
이에 영국 제일의 보일러 제조업체인 우스터 보쉬(Worcester Bosch)를 포함한 영국 내 난방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업체들의 의견을 모아 프로토타입 수소 보일러를 개발에 착수했다.
이들은 기존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안전하게 연소할 수 있고 기존 제품과 같은 크기의 보일러를 제작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킬대학교(Keele University)가 주도한 하이디플로이(HyDeploy) 프로젝트에서 보일러가 20% 수소를 포함한 천연가스 혼합물을 수정하지 않고도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앞으로 수소로 완전히 교체할 것인지, 아니면 가스와의 결합을 100%가 될 때까지 늘릴 것인지를 결정해 개발해 나갈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는 지구의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 단위인 집은 그 중요성만큼 기술 집중도도 높아 앞으로도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이어지며 다양한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이넷뉴스=신종섭 기자] shinj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