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의 중심서 벗어났던 친환경 교통수단 ‘철도’의 화려한 ‘부활’
철도업계, 저탄소 열차와 유휴부지 활용으로 탄소중립 다짐 정부·지자체·공공기관 합심해 ‘저탄소 레일로드’ 막 열어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추세로 떠오른 가운데, 대표적인 친환경 교통수단 중 하나로 철도가 각광받고 있다.
기차는 대표적인 녹색 교통수단으로, 전기로 달리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다. 또한, 디젤기관차에 비해 70%, 승용차에 비해서는 15%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경제와 사회발전의 친환경 교량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넷뉴스>는 철도산업의 미래 발전 전략 수립을 위해 철도산업 전반을 되짚어봤다.
<철도산업> 시리즈
[이넷뉴스] 철도는 교통체증이나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수송 수단이면서 자동차 대비 단위에너지소비량이 10.2%,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 밖에 되지 않아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레일만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는 이동의 한계성과 기존 노선의 변화가 쉽지 않다는 제한성 때문에 철도의 장점은 자동차에 가려져 산업의 변화 또한 자동차 도로 위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 저탄소가 산업의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철도가 다시 한번 새로운 산업의 역사를 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신 교통전략 중심에 선 ‘저탄소 열차’
많은 전문가들이 교통 부분의 전환 없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부와 업계의 친환경 교통수단의 개발 및 발전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특히 도심과 도심을 잇는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 중 하나인 자동차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철도는 도로나 항공에 비해 온실가스 저감에 가장 유리한 교통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관심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던 철도가 최근 저탄소 구현을 위한 문을 열었다. 그 시작은 저탄소·친환경 고속열차인 케이티엑스(KTX)-이음(EMU-260) 열차다.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고속철도와 대도시 광역급행철도 등의 사업에 70조 원을 투자해 2029년까지 모든 디젤 여객기관차를 KTX-이음(EMU-260) 차량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EMU는 동력분산식(Electric Multiple Unit)이라는 의미로 동력 장치가 객차 전체로 분산돼 속도를 내는 기술을 뜻한다. 역과 역 사이의 간격이 상대적으로 짧은 우리나라 노선에 최적화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차량은 일부 장치 장애 시에도 안전 운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승용차의 15%, 디젤기관차의 70% 수준으로 줄어들고 전력소비량은 기존 KTX 대비 79% 수준이어서 에너지 효율면에서도 월등하다.
만약 2029년까지 150킬로미터(km)급, 180km급 EMU 차량이 도입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은 2019년 기준 23만 5,000t에서 10년 후에는 16만 5,000t으로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런던에서도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철도를 지닌 런던은 그 역사만큼이나 가장 노후된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런던지하철은 관절형 설계로 열차 운행이 가벼워지고 에너지 사용량은 20% 감소한 새로운 열차를 2025년부터 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열차의 개선을 통해 보다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런던시의 의도인 것이다.
◇ 남아도는 철도유휴부지, ‘시민 힐링공간·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변신
저탄소·친환경 열차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하더라도 철도 건설 후 방치된 유휴부지는 그 동안 업계가 지니고 있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철도선형 개량, 대체노선 건설, 영업선 폐지 등의 이유로 발생되는 철도 유휴부지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 2019년 10월 기준 철도 유휴부지는 2590만 6,473제곱미터(㎡)로 지난 2015년 1578만 1,972㎡ 에 비해 63%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활용되지 않은 채 방치된 부지만 전체 유휴부지의 47%인 1,172만 4,391㎡로 여의도의 약 4배 크기에 달했다.
따라서 철도유휴부지의 체계적인 관리와 효율적인 활용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국가철도공단은 한국서부발전과 함께 유휴부지에 수소연료전지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지역 노후변전소 개량사업에 따라 철거예정인 (구)군포변전소 부지에 약 620억 원을 투자해 10메가와트(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함으로써 인근에 거주하는 약 3,3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원주시의 경우 원주~제천 복선 철도 개통으로 인해 기차가 운행되지 않는 폐선에 200억 원을 들여 시민을 위한 휴식 공간인 ‘치악산 바람길 숲’을 조성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역사·차량기지, 역사 주차장 등 전국 13개 철도부지에 총 25MW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를 내년 말까지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정부 산하 공기업이 함께 국가 핵심 기반 시설인 철도 인프라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대대적으로 보급하는 첫 시도로 꼽힌다.
서울역, 도란산역, 제진역의 유휴부지에는 한반도 평화를 확산하기 위한 태양광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성도 부여하며 도라산역과 제진역에는 한반도 평화를 상징하는 태양광 조형물을 세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급되는 태양광은 5.2MW다.
뿐만 아니라 이문, 행신, 문산, 평내, 분당, 용문역을 아우르는 철도 차량기지 6곳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주변 건물에 의한 음영 발생이 없어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전력을 설치함으로써 17MW에 해당하는 태양광을 보급한다.
신포항역, 울산역, 신경주역, 창원중앙역 4개 역사의 주차장은 옥상, 그늘막 등을 활용해 2.8MW에 해당하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선다.
시에 따르면 이번 태양광 보급으로 연간 3,200만 킬로와트시(kWh)의 전력을 생산함으로써 약 1만 가구 이상이 사용할 수 있고 30년생 소나무 220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탄소저감 효과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을 20년 동안 가동했을 때는 약 1,000억 원의 발전수익도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가 몸으로 체감되기 시작하면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면서 에너지의 수요량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자세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필수 요건이 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지름길은 교통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래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물자간의 이동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철도업계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넷뉴스=김진성 기자] jin@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