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수소도 ‘공동구매’로···‘수소 1㎏ 4,000원’ 시대 온다

산업부, 전국 12곳 수소 충전소 대상 시범 사업 통해 평균 대비 수소 가격 11% 절감 국내 수소 가격 해외 2배···일본은 파이프라인 구축, 유럽은 대규모 투자로 가격 경쟁력 구축 나서 오는 7월까지 시범 사업 대상 충전소 60곳으로 확대···“민간 투자 확대 유인할 것”

2021-06-28     양원모 기자

[이넷뉴스] ‘수소 공구(공동 구매)’ 시대가 열리면서 ‘수소 1㎏ 4,000원’이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 국회, 정부세종청사 등 공공시설 내 수소 충전소는 공급가·부가세만 받는데도 요금이 킬로(㎏)당 8,000원을 웃돈다. 경유 수준인 전기 자동차와 비교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공동 구매는 이런 ‘고급 에너지원’ 수소 가격을 절반으로 낮출 대안의 하나로 여겨진다. 

◇ 경영난 겪는 수소 충전소···“강원 지역 수소 가격 21% 절감”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2~5월 한국가스공사와 전국 수소 충전소 94곳 가운데 12곳을 대상으로 ‘수소 공동 구매 1단계 시범 사업’을 진행한 결과, 사업 실시 전(4월, 7,230원, 이하 1㎏ 기준)과 비교해 수소 가격이 평균 11%가량 내려갔다고 밝혔다. 특히 수소 생산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평균 수소 가격(8,240원)이 높았던 강원 지역 충전소들은 시범 사업 이후 약 21% 가격이 저렴해져 가장 높은 절감률을 기록했다. 

현재 수소 충전소 대부분은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거나, 적자 신세다. 높은 수소 단가, 한정된 수소차 보급 대수 등이 원인이다. 이에 일부 충전소는 억 단위 빚을 떠안기도 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수소 연료 구매비 명목으로 충전소 12곳에 13억 7,000만원을 지원했다. 평균 1억 1,000만원꼴이다. 6월 기준 전국 수소 충전소는 총 94곳으로, 약 8곳 가운데 1곳이 억대 적자인 셈이다. 

수소 공구는 수소 유통 전담 기관이 각 충전소의 수요 물량을 취합, 공급 업체 선정부터 구매까지 대행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대량 구매로 단가를 낮춰 최대한 저렴한 비용에 수소를 살 수 있도록 했다. 산업부는 “오는 7월부터 추진하는 공동 구매 시범 사업의 대상을 60개 충전소로 확대, 더 많은 충전소가 수소 구매 비용 절감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 남동구에 있는 SK행복충전 논현 충전소 내 'H 수소 충전소' (사진=현대자동차)

◇ 왜 해외는 수소 가격이 저렴할까

국내 수소 가격은 해외 2배 수준으로 알려진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지리적 원인을 무시할 수 없다. 수소 생산 공간이 부족한 것이다. 이는 이웃 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인프라 구축’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 내 파이프라인망 구축은 물론 호주, 브루나이 등과 관련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연간 30만톤(t)의 수소를 3노멀세제곱미터(Nm³)당 30엔(약 300원)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그린 수소의 한 종류인 수전해(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것) 수소 가격이 ㎏당 2.5~5.5유로 사이로, 우리 돈으로 따지면 최대  7,400원에 불과하다. 국내(1만~1만 6,000원)와 비교해 2분의 1 수준이다. 비결은 ‘투자’다. 유럽 연합(EU)은 유럽청정수소연맹(ECHA)을 구성하고, 2030년까지 최대 440억 유로(약 59조원)를 투입해 그린 수소 가격을 현재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마틴 탠클러 블룸버그NEF 선임연구원은 “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법(수전해)은 친환경적이나, 현재 화석 연료와 비교해 최소 2.5배 비싸다”며 “이 과정에는 수전해 설비가 필요한데, 앞으로 수전해 설비 비용이 내려가면서 그린 수소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난해 온라인 세미나에서 말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수소 충전소에서 수소 전기차들이 충전하는 모습 (사진=정책브리핑)

◇ 공구량 확대하려면 ‘수소차 조기 대중화’ 필수

정부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 1㎏당 가격을 2022년 6,000원, 2030년 4,000원, 2040년 3,000원으로 단계별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다른 나라 목표와 비교하면 다소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30년까지 수소 1㎏당 가격을 현재의 20% 수준인 1달러로 낮추는 것을 에너지 어스샷(Energy Earthshot) 정책의 첫 번째 목표(수소샷)로 정하기도 했다. 

수요가 늘면 더 많은 공구가 가능해지고, 그만큼 수소 가격도 내려간다. 단 수소차 대중화는 필수다. 정부가 수소차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환경부는 올 7월부터 수소 충전소 관련 인허가를 원스톱(One-stop) 시스템을 적용하고, 사업자-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수소차 조기 대중화는 물론, ‘2050 탄소 중립’에도 이바지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소 공동 구매 지원이 충전소의 운영 여건 개선에 이바지해 앞으로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민간 투자 확대 유인으로 연결되고, 수소차 이용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