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 탄소중립···바이오차·저탄소 농법 개발 박차

2021-06-22     김수정 기자
(사진=픽사베이)

[이넷뉴스] 탄소중립이 각 산업의 중요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농축산업 분야 역시 탄소저감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업분야는 지난 2019년 기준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9% 차지했다. 이는 낮은 수치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경종분야의 경우 논 면적 감소와 타 작물 확대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하고 있고 축산분야는 가축 사육두수 증가로 인해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축 분뇨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저메탄 사료 개발 등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실행 방안이 담긴 ‘농업분야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이 올해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농업분야 탄소배출량 목표를 지난 2017년 2040만톤 보다 6.9% 감축한 1900만톤으로 잡고, 2050년까지 감축 목표치를 상향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농업은 탄소감축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농촌이 보유한 자연이 탄소를 흡수하는 대안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농촌의 탄소감축과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시점이다.

◇ 온실가스 저감 농법으로 벼농사 변화 추진 

국내 농업 분야에서는 벼 재배 600만t, 농경지 토양 580만t, 가축 장 내 발효 440만t, 가축분뇨 420만t 등 매년 2040t의 온실가스가 나오고 있다. 벼 재배 시 물속에서 유기물이 혐기 분해되면서 메탄이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농업 분야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한 벼농사 방식의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은 벼 이앙 후 한 달간 논물을 깊이 대고 2~3주 정도 물을 뗀 후 논바닥에 실금이 보이면 물을 다시 대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논물을 얕게 대는 기술로, 중간물떼기 후 논물을 얕게 대고 자연적으로 말리며 다시 얕게 대어주며 이삭이 익을 때까지 반복하는 방법이다.

상시 담수 대비 해당 기술은 각각 25.2%, 63%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농법의 확산을 위해 온실가스 저감 농법을 도입한 농가에게는 별도의 지원이나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방안 역시 검토 중이다.

축산 분야에서는 가축 분뇨의 처리와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병행할 수 있는 에너지화 시설 확대가 이뤄진다. 오는 2025까지 경기도에는 퇴비자원화 시설 28곳과 가축분뇨를 에너지로 만드는 바이오가스 시설 8곳이 확충될 예정이다.

(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 탄소 저감·토양 개량 효과 '바이오차' 각광

농업분야에서는 탄소 감축을 위한 핵심 소재로 바이오차가 각광받고 있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와 숯의 합성어로 유기물인 바이오매스를 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열분해한 후 생성되는 흑색의 유기물이다. 바이오차는 유기물과 숯의 중간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분해가 잘 안 돼 토양에서 유기물의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바이오차는 토양에 탄소를 저장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토양 질 개선 및 복원에 효과적이다.

탄소 저감뿐만 아니라 축산 분뇨 악취 제거 효과와 미생물의 활력 증진을 통해 작물의 수확량을 늘려주는 친환경 토양개량제의 효과도 있다. 또한 수처리용 흡착제, 건축재료,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촉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어 ESG 환경분야 핵심기술 소재로 전 세계에서 다양한 활용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바이오차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바이오차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역흐름 다중 방해판(COMB) 기술로 세계 최초 개발됐다. 기존에 바이오차 생산 방식보다 소요 시간을 줄였고 연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오차를 직접 사용해 본 농가에서 만족도가 크다는 점 역시 바이오차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해 농민신문사 농업농촌연구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차를 사용한 농가 중에서 88%는 향후에도 사용 계획이 있다고 답하며 농작물의 생육 촉진과 품질 향상에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응답자가 바이오차의 효과를 인정했으나 예상 지원 증대와 공급 물량 확대가 필요하다고 꼽았다. 향후 농업의 발전과 탄소감축을 동시에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바이오차 공급사업의 개선과 확대가 필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친환경 농업의 미래, EU 그린딜 '팜 투 포크' 

탄소중립으로 가는 친환경 농업의 청사진은 EU 그린딜의 사례에서 참고할 수 있다. 2050까지 탄소중립 대륙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힌 유럽연합(EU)는 ‘팜 투 포크(F2F·Farm to Fork)’ 전략을 그린딜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팜 투 포크’는 생산에서 소비까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품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해당 전략은 단순히 농업 활동에 한정되지 않고 생물다양성, 토양회복, 건강한 식량시스템 등의 상호관계에서 균형점을 찾은 전략이다. EU는 지속가능한 농식품 생산과 소비가 농업과 환경은 물론,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작용으로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팜 투 포크‘와 함께 EU는 2030년까지 농약 사용량을 현재 수준에서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가축에 사용되는 항균제 판매를 50% 줄이며 비료 사용량을 20% 줄이고 유기농 농가 비율을 2030년까지 25%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나라 역시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 추진이 속도를 내야할 시점이다. 탄소저감이 가능한 농업기술 개발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화학 비료 및 농약 사용량을 줄이면서 농민의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 역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