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비용 절감위해 '바다'로 향하다

2026년 21억 6천만 달러 시장, 임대나 리스 모델도 제시 중국ㆍ인도 이어 한국도 새만금ㆍ합천댐 부유식 태양광 발전소 건설 중 덴마크 스타트업, 바지선 원자로 대량 제작 배포 계획

2021-06-18     신종섭 기자
세계 최대 부유식 풍력발전 터빈으로 ABS의 등급을 받은 8.4MW 용량의 해상 풍력 터빈. (사진=ABS)

[이넷뉴스] 최근 들어 전 세계가 탄소 제로를 향하면서 재생에너지 관련 설비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필요한 부지 역시 꾸준히 늘고 있어 비용은 물론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유식 발전소, 비용 절감 및 자유로운 이동 발전 등이 경쟁력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부유식(floating) 발전소이다. 이는 선박 또는 바지선, 기타 부유식 플랫폼에 건설되는 발전소 유형을 말하며, 전 세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가 개발 중이다.

육지의 공간 절약은 물론 배를 이용할 경우 조선소에서 완전 조립 후 예인선을 사용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운송비 역시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재해가 닥치면 외딴 해안 지대로 이동할 수 있고, 오래된 발전소가 고장 났을 경우 임시로 대체할 수 있다.

지멘스 파이낸셜 서비스(Siemens Financial Services)는 고객이 이런 발전소를 구매하거나 필요한 경우 일정 기간 임대 또는 리스할 수 있는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제시했다. 기업이 토지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경우 효율적인 버전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점과 다양한 시도로 글로벌 수상 발전소 시장은 2020년부터 연평균 10.03%로 성장, 2026년에는 21억 6천만 달러 규모에 도달할 것이라고 리서치앤드마켓(Research and Markets)이 최근 보고서에서 밝혔다.

한편, 국제재생에너지기구(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IREA)에 따르면 미국 네바다는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에 대한 총지출이 미화 90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캘리포니아는 태양광 발전 용량이 1만6천메가와트(MW)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텍사스 역시 총 45개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 이를 모두 건설하려면 엄청나게 넓은 대지가 필요다. 하지만 토지 대신 호수나 바다에 만든다면 어떨까.

부유식 태양광 발전소는 이미 많이 건설되어 있지만, 중국과 인도가 최근 들어 세계 10대 프로젝트 중 6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도 새만금 인근에 세계에서 가장 큰 부유식 태양광 발전소를 개발하고 있다. 2.1기가와트(GW) 용량의 발전 단지는 최대 3GW 메가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의 일부로, 백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합천댐에서도 41MW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이 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바지선에 원자로 싣고 전 세계로, 에너지 패러다임 바꾼다

비단 재생에너지뿐 아니다. 지난 15일 덴마크 스타트업 시보그 테크놀로지스(Seaborg Technologies)사는 용융염 원자로 수천 개를 대량 생산, 이를 바지선(barge)에 장착하고 전 세계에 초고속으로 배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회사는 원자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불소염에 혼합된 핵연료를 사용, 연료가 공기에 노출되면 증기처럼 폭발적으로 배출되는 대신 용암처럼 바위로 굳어지게 했다. 또 어떤 이유로든 온도가 제어를 벗어나기 시작하면 원자로 바닥에 있는 냉동 소금 플러그가 가장 먼저 녹아 원자로 코어를 바로 아래에 있는 일련의 냉각된 배수 탱크로 배출하게 하는 등 다양한 수동 안전 기능을 장착했다고 밝혔다.

시보그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트롤스 쇼네펠트(Troels Schönefeldt)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사고 가능성을 0으로 줄이는 게 아니라 사고가 있을 것을 알고 이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면서, “이 간단한 조치가 모든 장애 지점에서 4개의 중복 계층을 사용해 전체 사고 예방에서 훨씬 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 구입 없이 바지선에 원자로를 설치, 연안에 띄우는 원자로의 장점은 무엇보다 먼저 단일 시설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시보그는 이미 엄청난 생산 능력을 가진 공급망과 밀접하고 효율적으로 연결된 한국 조선소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로를 덴마크에서 건설, 이를 한국 조선소로 보내 부유 바지선에 설치한 후 최종 위치로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선적 컨테이너 크기의 모듈은 최대 200MW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사실상 완전 독립형이며, 전력망에 연결하기도 매우 쉽다. 시보그는 이를 통해 전 세계 인구의 95%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토지가 필요 없어 거의 10만 가정에 공급할 수 있는 저렴하고 안전한 600MW 규모의 전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용융염 원자로와 마찬가지로 문제는 부식이다. 뜨거운 용융염 자체가 부식성이 높아 연료 염과 접촉하는 모든 구성 요소를 설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바지선 역시 염분 가득한 바닷물에 떠 있기에 외부도 강력한 부식제에 노출되는 셈이다.

만약 이 기업들이 투자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효과적으로 부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에너지의 패러다임까지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물 크기의 시제품은 2025년 윤곽이 나타날 예정이며, 이 시점에서 동남아시아의 한 섬에서 작업하도록 보내질 것이다. 이미 상당한 자본을 조달한 시보그는 2026년까지 설계에 대한 규제 형식 승인을 얻는다면 상업용 생산은 빠르면 2027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넷뉴스=신종섭 기자] shinj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