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산림 바이오매스는 탄소 중립 에너지원? CO2 배출원?

지난달 20일 보수 매체 보도로 논란 촉발···”CO2 배출원” vs “사실무근” 입장 엇갈려 산림청 “IPCC 가이드라인에선 산림 바이오매스 연소 시 발생하는 CO2는 중복 계산 안 해” 환경 단체 “국가 간 온실가스 장부 올리기 위한 회계 규칙 불과”

2021-06-15     양원모 기자

[이넷뉴스] 벌목 과정에서 나온 미이용목, 가지, 줄기, 톱밥 등을 뜻하는 산림 바이오매스가 때아닌 ‘탄소 중립’ 논쟁의 중심에 섰다. 산림 바이오매스의 효용성을 놓고 민관 입장이 엇갈리면서다. 환경 단체 및 일부 언론은 바이오매스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CO2) 때문에 오히려 탄소 배출을 부추긴다고 지적하는 반면, 정부는 에너지 추출 중 나오는 CO2는 이중 계산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 산림 바이오매스가 뭐길래

논란은 지난달 20일 한 보수 매체 보도로 본격화했다. 산림청이 90만 헥타르(㏊)의 산림에서 나무를 베어내 새 나무를 심고, 잘라낸 나무를 산림 바이오매스 발전에 활용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며 “멀쩡한 나무를 훼손해 땔감으로 쓴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불똥은 얼마 안 가 산림 바이오매스의 효용성 문제로 옮겨붙었다. “산림 바이오매스는 주요 CO2 배출원”이라는 환경 단체 및 언론과 “사실무근”이라는 정부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은 깊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산림 바이오매스는 대부분 목재 팰릿(Wood Pallet)으로 가공된다. 목재 팰릿은 바이오매스를 분쇄, 건조, 압축해 작은 원통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원목보다 3배 더 많은 양을 운송·보관할 수 있고,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 가격도 경유 대비 70% 수준이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까지 갖췄다. 목재 팰릿 1톤(t)은 원유 약 500리터(ℓ)를 대체할 수 있다. 산림 바이오매스가 탄소 중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산림청은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에 맞춰 지난 1월 ‘산림 부문 탄소 중립 전략(이하 중립 전략)’을 발표하면서 “목재 및 산림 바이오매스의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경제림 3분의 1에서 나무를 수확하고, 베어낸 자리에는 새 나무를 심어 2050년까지 약 3,400만 이산화탄소톤(tCO)에 이바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5월 보도 이후 비판 여론이 환산하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산림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에너지 자립 시스템 구성도. (사진=산림청)

◇ 산림청 해명 자료 내자···환경 단체, 곧바로 반박

산림청에 딴지를 걸고 나선 건 언론뿐이 아니었다. 일부 환경 단체도 산림청에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다. 기후솔루션은 산림청의 중립 전략 발표 이후 꾸준히 산림 바이오매스의 유해성을 지적했다. 국립 산림과학원이 지난 7일 산림 바이오매스의 탄소 중립 효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했을 때도, 성명서를 통해 산림과학원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산림과학원은 보도자료에서 ▲국제 가이드라인(IPCC)은 벌목한 나무를 연소할 때 나오는 CO2를 중복 집계하지 않고 ▲해외 여러 기관, 기업도 목재 펠릿의 탄소 감축 효과를 인정하는 점 등을 들어 산림 바이오매스의 탄소 저감 효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기후솔루션은 “IPCC의 CO2 산정법은 국가 간 온실가스 장부에 올리기 위한 일종의 회계 규칙”이라며 “실질적 탄소 중립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기후솔루션은 “산림 바이오매스 활용은 오히려 산림 벌채, 산림 생태계 황폐화, 생물종 다양성 소실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2019년 발간된 IPCC 특별 보고서는 명시하고 있다”며 “생목 발전은 탄소 중립까지 최대 100년, 벌채 부산물 활용 발전은 탄소 중립까지 최대 40년이 더 걸린다. 심지어 초반 80년간은 산림 바이오매스의 누적 배출량이 석탄 발전보다 더 많다”고 지적했다.

목재 팰릿. (사진=위키미디어)

◇ ‘산림 바이오매스=멀쩡한 나무 훼손?’ 업계는 전전긍긍

목재 업계는 이번 논란으로 산림 바이오매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산림 바이오매스 발전을 위해 멀쩡한 나무를 베어내는 것처럼 비치는 게 부담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수급된 목재 444만 7,000㎥ 가운데 산림 바이오매스용으로 분류된 목재는 55만 3,000㎥(약 3.8%)였다. 이 가운데 부산물(가지·줄기·톱밥 등) 비중(39만 8,000㎥)은 전체 산림 바이오매스의 약 71%를 차지했다. 즉 70% 이상은 버려진 나뭇가지, 줄기, 톱밥 등이었다는 것이다.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에 따르면 국내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의 최대 부존량(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양)은 연평균 432만 6,000㎥ 정도다. 협회 측은 “산림 바이오매스를 방치할 경우 산불 등 산림 재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산림 바이오매스 활성화는 산불, 산사태, 병해충 등 산림 재해를 예방하면서 산림의 탄소 흡수 기능을 향상하고, 수입산 목재 펠릿 대체 및 산림 일자리 창출에 이비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산림청과 환경 단체는 산림 순환, 바이오매스, 탄소 중립 등 최근 쟁점을 다루기 위한 민관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은 또 미이용목 유통 과정에서 멀쩡한 원목 등이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미이용목 인증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