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친환경 합성연료 ‘이퓨얼’ 석유대체 꿈의 연료 될까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 업계 기대감 불러 온실가스 낮추면서 내연기관에 그대로 적용 제조 비용과 전력 소비량이 높은 것은 단점
[이넷뉴스] 자동차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다고 알려진 친환경 합성연료(이퓨얼·e-fuel). 과연 화석연료를 대체할 ‘꿈의 연료’가 될 수 있을까. 최근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친환경 합성연료, e-fuel'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퓨얼’(e-fuel)은 ‘electricity-based fuel’의 약자로 e-메탄올·e-가솔린·e-디젤 등 다양한 종류의 연료를 뜻한다. 물을 전기분해로 얻은 수소(H2)에 이산화탄소(CO2), 질소(N2) 등을 합성해서 만들 수 있다.
생산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합성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이른바 피셔-트로프슈 공정을 통해서였다. 당시 독일 군사용 연료 사용량의 9%, 민간인 차량 연료의 25%를 합성연료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동차, 항공, 선박 연료대체 기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합성연료는 친환경 연료로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합성연료를 생산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낮추면서 내연기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장하기가 쉽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자동차와 항공, 선박 등 수송부문 전반에서 기존 석유 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해서 활용하기 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연료를 생산할 때 드는 제조 비용과 전력 소비량이 높은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플랜트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식과 비교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제조 과정에서 고온·고압 및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비용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있지만 독일과 일본은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합성연료 개발에 적극적이다. 2019년 7월 독일 연방환경부는 이퓨얼 생산을 위한 P2X (Power to X) 계획을 발표했으며, 지난해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 이퓨얼 가격을 휘발유 가격 이하로 낮추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밝혔다.
자동차와 항공·선박, 에너지 업계에서도 이퓨얼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아우디는 2017년 이퓨얼 연구시설을 설립해 합성연료 생산과 엔진 실험을 시작했다. 도요타와 닛산, 혼다는 지난해 탄소중립 엔진 개발을 위한 연구에 본격 착수했다.
포르쉐와 엑손은 지멘스에너지와 손잡고 칠레에 풍력발전소를 설립해 2022년 이퓨얼 생산을 시작한다. 첫 번째 물량은 약 3만4000갤런에 불과하지만 2026년에는 최대 1억4500만 갤런이 생산될 전망이다.
루프트한자는 정유사 ‘하이데’와 e-항공유 제조구매 협약을 체결, 앞으로 5년 안에 함부르크 지역 항공유의 5%를 e-항공유로 대체할 계획이다.
◇ 국내 합성연료 연구는 초기 단계
국내에서는 합성연료 연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현재 생산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며, 관련 업계에서도 이퓨얼 활용을 위한 프로젝트에 점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합성연료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여러 산업 분야가 머리를 맞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환경 규제가 전과정평가(LCA) 기준으로 변경되면 전기·수소차는 물론 합성연료 사용 내연기관차가 탄소배출 저감 측면에서 경쟁력을 보유할 가능성이 커서다. LCA는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주기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우리 정부도 새로운 탄소중립 실현 수단으로 주목 받는 합성연료에 대해 논의하고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송용 탄소중립연료(이퓨얼) 2차 연구회를 개최했다. 연구회는 연료·자동차·항공·선박 분야 전문가 30여 명을 주축으로 올해 4월 출범했다.
1차 연구회에서는 차량 전주기 측면의 온실가스 저감효과, 기존 기술·장비 활용 가능성이 주요 의제로 언급됐다. 이번 2차 연구회에서는 이퓨얼 생산에 있어 핵심 사안으로 꼽히는 CO2 포집 방안과 경제성 확보 전략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차량에 포집장치를 설치해 CO2를 대기 배출 없이 바로 포집하는 MCC(Mobile Carbon Capture)방식과 차량이 배출한 만큼 대기에서 CO2를 포집하는 DAC(Direct Air Capture)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다.
강경성 산업정책실장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은 향후 30년 동안 추진해야 하는 고난도 장기과제로서 전기차‧수소차의 확산 노력과 함께 다양한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합성연료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그린수소 생산, CO2 포집, 메탄 합성 등 총 900억원 규모의 이퓨얼 생산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가솔린 대체연료(에탄올) 합성, 생산효율 향상 등 생산기술을 고도화하고, 차량적용을 위한 기술 개발 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넷뉴스=조선미 기자] sun@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