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또 다른 길, 도시 광산

폐전자기기, 폐촉매 등에서 광물 추출해 원자재로 재활용하는 도시 광산 주목 2008년 363개에서 2016년 1,026개로 3년 만에 도시 광산 업체 수 3배 이상 확대 한국판 그린 뉴딜 구현 위해 활성화 목소리 높아···클러스터 조성, 폐기물 수입 규제 완화 언급도

2021-06-08     양원모 기자

[이넷뉴스] 탄소 중립이 산업계의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으면서 도시 광산(Urban mining)이 새로운 탄소 저감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거품 경제가 한창이던 198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개념인 도시 광산은 도심에 버려진 폐전자기기, 폐촉매, 폐액 등에서 광물을 추출해 원자재로 재활용하는 산업이다. 특히 폐휴대전화는 1톤(t)당 추출할 수 있는 금이 400g이나 돼 ‘도심 속 금맥’으로 통한다. 

◇ 덩치 키우는 도시 광산 업계···2008년 363개 → 2016년 1,026개

8일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국내 도시 광산 산업은 양적·질적으로 꾸준히 덩치를 키우고 있다. 2008년 363개에 불과했던 관련 업체는 2016년 1,026개로 8년 만에 3배가량 확대됐으며, 재자원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품목은 2009년 14개에서 2016년 28개로 정확히 7년 만에 2배가 늘어났다. 

법조계에 따르면 도시 광산 산업에 대한 개별법은 없다.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행정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환경부는 폐제품 처리 및 기준 등을, 산업부는 인프라 등 산업 기반 구축을 담당한다. 국회 입법조사처 산업자원팀 박연수 입법 조사관은 “(도시 광산 산업은) 소규모 영세 업체 중심의 산업 구조와 많은 폐금속이 단순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어 자원 공급원으로서 파급 효과가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도시 광산의 산업적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폐휴대전화 1t에서는 금 400그램(g)과 은 2~2.5키로그램(㎏)을추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도시 광산의 가치는 이 같은 희소(희유) 금속에 있다. 희소 금속은 매장량이 적거나 생산량이 편중돼 확보가 어려운 금속이다. 금도 희소 금속의 한 종류다. 우리나라는 35종, 일본은 31종, 미국은 33종을 희소 금속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버려진 차량·전자 제품·전동기·공구·전지·촉매 등에 상당량 함유돼 있다. 

사진=플리커

◇ ‘희소 금속’ 확보가 최대 장점...中 “전기차 배터리 원료 40%, 재활용 공급”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지속 가능 개발 시나리오(SDS)’에 따르면 앞으로 20년간 구리·희토류·니켈·코발트·리튬 등의 희소 금속은 전기 자동차 확산 등에 힘입어 최대 90% 이상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 금속의 채굴·추출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리튬·니켈·코발트는 전기차의 핵심 물질로 대체도 어렵다. 

도시 광산은 가장 큰 장점은 이 같은 희소 금속 수요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해외 각국은 희소 금속 상당량을 도시 광산에서 얻고 있다. 일본의 도시 광산 내 금, 은 매장량은 세계 매장량의 16.4%, 22.4%를 차지한다. 미국은 20년 전부터 ‘자원 안보’ 차원에서 도시 광산 활용 전략을 수립·운영하고 있으며, 중국은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원료 가운데 40%를 재활용 원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박 조사관은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도시 광산 산업 육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 선진국과 관련 기술 격차가 많이 축소됐으나, 아직 전반적인 산업 자생력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미래 산업 원료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 정책 도입, 산업 고도화 및 다각화를 위한 첨단 기술 개발 지원 등 생태계 조성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 광산의 높은 효율성. (자료=서울시)

◇ 통계·분류 등 제도적 미비는 보완 대상···”해외 자원 재활용 센터도 고려해볼 만”  

국내 도시 광산 산업은 한국 표준 산업 분류에 따로 항목이 없다. 수집 및 운반, 해체·분리, 정제련 등 단계별로 파편화해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산업 현황 파악 및 정책 지원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또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으로 분류된 도시 광산 업체는 규제 측면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다. 서비스 업체는 산업부의 ‘산업단지 관리지침’에 따라 산업 단지 입주가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한국판 그린 뉴딜 구현을 위해 도시 광산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활성화 방안으로는 ▲도시 광산 산업 클러스터 조성 ▲폐기물 수입 관련 규제 완화 ▲해외 재활용 지원 센터 구축 등이 언급된다. 클러스터의 경우 자원순환특화단지(부산·전주·단양 등), 생태산업단지(울산 미포·온산 국가단지) 등 비슷한 기능을 하는 단지가 있으나, 규모가 영세하고 관리 부처가 환경부·산업부로 나뉘어 있어 효율적 육성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폐기물 수입 관세율 조정, 환경부 신고 절차 완화 등 규제 개선 필요성도 언급된다. 박 조사관은 “(위와 같은) 조치를 통해 앞으로 영세 도시 광산 업체들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안정적인 원료 수입 환경을 조성해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자원 재활용 기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가를 대상에서 직접 폐기물 수집·분류 및 1차 가공해 수입하는 해외 자원 재활용 센터 구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