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디지털 세상’···비트코인·이메일의 ‘에너지 경고’
비트코인 채굴 한 번에 ‘탄소 발자국’ 비틀댄다? 가상자산, 네덜란드 연간 에너지 소모량보다 많아 세계 인구 이메일 100개씩 삭제하면 시간당 54억 개 전구 끄는 효과 녹색 에너지 활용 디지털 시스템, 미래 가상환경 이끌 것
[이넷뉴스] 최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 구매 시스템을 중단하겠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히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그가 비트코인 사용을 중단한 이유는 환경 때문. 코인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대외적인 이유다.
일론 머스크의 잇따른 말 바꾸기와 비트코인 관련한 여러 경제적, 윤리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가상자산이 미래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예비통화 수단인 것만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 가상자산, 시장성 대비 환경 가치는?
일론 머스크에 의해 가상자산의 환경 문제가 조명을 받긴 했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가상자산 채굴로 인한 탄소발자국, 에너지 등의 환경 문제는 가상자산의 유일한 단점으로 꼽혀 왔다.
가상자산 사이트 디지코노미스트(Digiconomist)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탄소 발자국은 연간 36.95메가톤(Mt)의 탄소가스를 생산하는 뉴질랜드의 탄소가스와 비슷하다. 또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는 연간 81.41T 테라와트시(Wh)로 칠레 전역에서 사용하는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연구팀 또한 가상자산의 환경성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가상자산은 네덜란드의 전체 연간 에너지 소모량보다 에너지 전기를 더 많이 소모한다.
암호자산이 에너지 낭비를 늘리고 탄소가스를 배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채굴(mining) 행위에 있다. 암호자산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마치 광산에서 광물을 캐는 것처럼 컴퓨터를 활용해 특정 연산 프로그램을 돌려 복잡한 암호를 해독해야 한다.
그 때문에 발행량이 한정돼 있어 인플레이션 위험이 없고, 위 ·변조 및 해킹의 염려가 없으며 모든 거래 및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이러한 장점이 오히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어렵고 복잡한 암호 코드를 풀어야 하고 모든 거래가 공공 장부에 기록되기 때문에 막대한 컴퓨터 연산을 활용해야 하는 만큼 전력의 소모 또한 방대하기 때문이다.
◇ 쌓여 있는 이메일 역시 반환경 행위
개인컴퓨터(PC)에서 쌓여만 가는 이메일 역시 가상자산 버금가는 반환경 행위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이메일을 사용하는 방식은 거의 비슷하다. 필요 없거나 스팸의 경우 용량 확보를 위해 바로 삭제하지만, 중요한 내용이거나 혹시 나중에 참고해야 할 이메일의 경우에는 그대로 계정에 저장해 둔다. 사람마다 사용하는 메일 계정이 3~4개 이상 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차곡차곡 쌓인 메일로 메일함이 가득 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쌓여 있는 이메일을 포함한 모든 데이터는 랜선을 통해 데이터 센터라는 곳에 저장된다. 각 국가 혹은 기업은 데이터 센터를 최소 몇 개부터 몇십 개씩 가지고 있다.
데이터 센터는 24시간 항상 운영 돼야 하므로 많은 열을 내뿜는다. 문제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데이터 센터의 열을 식혀줄 냉각장치를 돌려야 한다는 것. 이 냉각장치를 돌리는데 들어가는 전기는 1기가바이트(GB)당 32킬로와트시(kWh)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메일을 사용하는 인구는 약 23억 명. 만약 전 세계 인구가 이메일을 50개씩만 삭제해도 862만 5,000GB의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는 2조 7,600만kWh의 에너지 절감 효과와 맞먹는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670억 원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과 같다. 만약 전 세계 인구가 이메일을 100개씩 삭제할 경우 시간당 54억 개의 전구를 끄는 것과 같은 에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내용이나 가치가 확인되지 않는 다크 데이터(Dark Data)가 데이터 센터의 약 5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 베리타스 코리아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이 저장하고 있는 다크 데이터로 인해 지난해 580만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580만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자동차로 지구를 57만 5,000바퀴 돌았을 때의 배출량과 같으며, 80개국의 연간 배출량과 동일한 양이다.
◇ ‘환경’은 미래 디지털이 안고 가야 할 숙제
환경적인 이슈로 인해 최근에는 가상자산 채굴에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고, 또 더 선호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상자산 채굴과 거래에 있어 재생에너지 사용 인증은 아직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개선해 앞으로 가상자산 채굴과 거래에서 녹색 전기를 사용한다면 반환경 오명은 어느 정도 벗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에는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기업 링크체인이 친환경 채굴 생태계를 구축하고, 과도한 전기 에너지 사용 및 채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폰 채굴 시스템을 통한 공정분배 개념인 DOA(Decentralization On Asset) 프로젝트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링크체인에 따르면 DOA 프로젝트는 채굴 시 과도한 전기 에너지 사용이 없어 전기료가 매우 적다. DOA 채굴의 소비전력은 최대 17.1Wh로 비트코인 채굴기의 소비전력보다 훨씬 저렴하다.
데이터 센터 역시 불필요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기업 차원에서 체계적인 환경 수립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정보기술(IT)기업 역시 에너지 낭비를 감소하는 등 친환경 수립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례로 애플사와 구글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들어가는 전력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고, 카카오는 빗물 시스템, 항온항습기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앞으로 가상자산의 활용이 확대되고 데이터양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와 기업은 발을 맞춰 이들에 대한 환경적 비용을 고려한 정책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는 경제적 가치와 산업 방향이 디지털화되어가고 있는 지금, 불필요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더욱 철저하고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