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어리’ 가축 분뇨, 에너지 자립의 원천 되다
하루 가축분뇨 발생량 18만t 넘어…수질 오염 등 환경문제 원인 온실가스 주범→신재생에너지 ‘재탄생’ 분뇨 속 메탄가스 정제해 발전기로…각 지자체 ‘분주’
[이넷뉴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업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고 있고, 이는 13%를 차지하고 있는 교통 부문보다 많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해 소고기를 자주 먹는 것은 자동차로 인한 온실가스 문제보다 더 큰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축산업이 온실가스를 높이는 원인에는 가축을 키우기 위해 이뤄지는 대규모의 산림파괴 문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CH4)과 아산화질소(N20)가 온실가스의 산실이라 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가축 분뇨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바이오에너지로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됐고, 최근에는 각 지자체에서 관련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 저탄소 녹색성장의 대표 주자 ‘가축 분뇨’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국내 가축 사육 마릿수는 2억 4,000만 두에서 2019년 2억 9,000만 두로 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하루 발생하는 가축분뇨 양은 약 18만 5,069톤(t)에 이른다.
가축 분뇨의 90%는 퇴·액비화 과정을 거쳐 농작물 등에 활용되지만, 이와 같은 방법은 토양 양분 과잉과 수질 오염 등을 유발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예전에는 가축 분뇨를 비롯한 각종 폐기물은 해양에 투기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2006년 런던의정서가 발효되면서 해양 투기가 금지됐고, 2012년부터는 우리나라 역시 가축 분뇨의 해양투기를 금지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가축 분뇨를 잘 처리하는 것은 환경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실천 방안이 됐다.
더욱이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정제해 발전기로 보낼 경우 에너지화 할 수 있기 때문에 탄소 중립과 순환 경제를 동시에 이룰 수 있어 환경과 경제적 가치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그 때문에 관련 기술 확보는 미래 재생에너지 선점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2050 탄소 중립 실천, 축산분야 신재생에너지 확대방안 논의’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려 축산 분야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 확대 방안을 위한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하루 70t의 가축 분뇨를 바이오 에너지화하면 1만 2,480키로와트시(k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1,300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예상해 볼 수 있는 가축 분뇨의 에너지 잠재량은 연간 126만 TOE(석유환산톤)이다. 이는 유기성 폐자원의 1.73배에 달하는 수치다.
◇ 가축 분뇨 에너지화 나선 지자체
가축 분뇨를 바이오 에너지화 하는 작업을 통해 가축 분뇨 찌꺼기는 퇴비화되고 소화액은 액비화 되며 정제된 바이오가스는 난방 연료와 가스 발전기의 연료로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 게다가 변동성이 큰 풍력이나 태양광발전보다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발전시설은 기상과 일조 영향 없이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이에 가축을 활용한 농업 비율이 높은 지자체에서는 가축 분뇨를 활용한 에너지화 작업에 분주하다.
최근 경상북도는 한국전력, 켑코에너지솔루션, 규원테크와 축산 분뇨를 활용한 고체연료 기반의 농업 에너지 열병합 발전 실증을 위해 손을 잡았다.
경북 지역에서만 연간 발생하는 축산 분뇨는 약 800만t. 가축 분뇨의 친환경, 저비용 처리를 위한 기술 개발이 시급해지면서 경북은 작년 1월 축산 분뇨 처리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수립하고 관련 과제를 추진해 왔다. 작년 8월에는 축산 분뇨를 활용한 친환경 발전기술 개발을 위해 한국전력공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들 기관은 오는 2024년까지 53억 8,000만 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앞으로 경북에서 발생하는 축산 분뇨를 활용한 친환경 열병합 모델을 통해 농사용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 개발에 나선다.
우선 내년까지 축산분뇨 고형연료를 이용한 1.5메가와트(MW)급 농업 열병합 시스템을 개발 및 표준화해 실증한 뒤 2023년까지 인증을 거쳐 이듬해부터 경북도와 함께 보급한다.
전력연구원은 경북 지역의 축산 분뇨를 활용해 연간 약 50만 톤의 고체연료 생산과 약 150만MWh의 전력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축산분뇨를 발전용 연료로 활용함으로써 연간 62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도는 사업비 89억 원을 투입해 가축분뇨를 활용해 전기와 액비를 생산하는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을 작년 12월 준공했다. 하루에 가축분뇨 70t과 음식물폐기물 29t을 처리할 수 있는 병합처리 시설로 혐기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1일 7,500키로와트(kW)의 전기를 생산한다.
생산된 전기는 600여 가구에 공급될 수 있는 양이며, 한전 등에 판매 시 연간 2억 2,500만 원의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시흥시는 903억 원을 투입해 시흥시 맑은 물관리센터 내 1만 7,700㎡ 부지 지하에 ‘클린 에너지 센터’를 2024년 3월 완공 예정으로 착공했다. 이곳에서는 하루 하수 찌꺼기 240t, 음식쓰레기 145t, 분뇨 60t 등 하루 445t의 폐기물을 처리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연간 23억 원 상당의 바이오가스 45만 ㎥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홍성군 역시 98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하루 가축 분뇨 110t을 처리할 수 있는 가축 분뇨 에너지화 시설을 작년 12월 준공, 운영 중이다.
이처럼 각 지자체는 가축 분뇨를 바이오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외국보다 관련 산업이 덜 적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로 에너지화 시설 건립을 위해 민원 해결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준공을 하기까지 평균 약 6~7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또 수익성 문제로 민간업체가 관련 사업에 뛰어들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의 실질적인 경영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고, 계통한계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의 단가 현실화, 행정절차 간소화 등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바이오가스 시설을 가축 분뇨를 처리하는 시설이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이젠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 친환경 시설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많은 전문가는 높은 비용과 관련 규제라는 벽을 허물고 수익 안정화를 위한 생산 시설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지역 주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등의 메리트를 둬 관련 시설의 확대도 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