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너지 심층기획] 울산·강원·전남···‘인공 태양’ 산업 육성 나선 지자체들

강원도·춘천시 지난 25일 관내 산학기관 12곳과 인공 태양 연구 단지 유치 위한 MOU 체결 울산은 지난해 11월부터 UNIST, 현대중공업과 인공 태양 연구 개발 인프라 구축 진행 전남도 지난 3월 연구 단지 유치전 참가 선언하고 빛가람 에너지밸리 등에 단지 조성 검토

2021-06-04     양원모 기자

[이넷뉴스] 지방자치단체가 ‘인공 태양’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 태양은 실제 태양처럼 핵융합을 통해 스스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장치다. 1993년 러시아가 우주에서 대형 반사경으로 태양 빛을 반사시켜 지구 일부 지역에 비춘 ‘노비스베트(새로운 빛)’ 프로젝트가 효시다. 최근엔 태양 빛을 활용하는 대신 핵융합으로 발전하는 방식이 인기다. 핵융합 발전은 생산 비용이 저렴하고,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게 장점으로 평가된다. 

◇ 방사광 가속기 ‘고배’ 춘천···인공 태양으로 자존심 회복 노려

강원도와 춘천시는 지난 5월 25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 강원본부 등 12개 산학기관과 업무 협약(MOU)을 맺고, 인공 태양 연구 단지 유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MOU는 총 4단계로 전략을 수립해 2028년 이후 본격적으로 인공 태양 산업을 육성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최종 목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하반기 공모할 예정인 인공 태양 실증 연구 단지를 남춘천 산업 단지에 유치하는 것이다.

춘천시는 지난해 사업비 1조원이 넘는 방사광 가속기 유치에 도전했다가 청주시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춘천뿐만 아니라, 한때 전국 에너지 발전을 책임졌던 강원도의 자존심에도 상처가 난 결과였다. 이에 춘천시는 일찌감치 연구 협의체를 구성, 유치 기반을 마련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강원도 역시 연구 단지 유치 및 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유치 계획은 총 4단계로 구성됐다. ▲인공 태양 상용화 적합 연구 개발 도출 및 연구 협의체 구성 준비(2021년) ▲산학 연관 협의체 운영(2022~2024년) ▲연구 단지 중심 연구 개발 프로젝트 진행(2025~2027년) ▲인공 태양 산업 육성(2028년~)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인공 태양 상용화를 위한 도 차원의 실질적 연구 협의체 구성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있는 국내 최초 핵융합연구로(인공 태양) 케이스타(KSTAR).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 울산, UNIST·현대중공업과 손잡고 인공 태양 연구 인프라 구축 나서

울산광역시도 인공 태양 육성에 적극적인 곳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11월 울산과학기술원(UNIST), 현대중공업과 인공 태양 고자장(高磁場) 자석 연구 개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고자장 자석 연구소 설립의 타당성 조사를 위한 착수 보고회를 진행했다. 고자장 자석은 인공 태양 온도를 1억도(℃)까지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시는 2026년까지 고자장 자석 연구소를 유치하고, 미래 에너지 기술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MOU는 산학연 협약의 정석처럼 진행된다. UNIST는 인공 태양 관련 인력 양성·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현대중공업은 인공 태양의 조기 상용화 및 사업 발굴에 필요한 엔지니어링과 연구 개발(R&D) 협력 등에 참여한다. 시는 과기정통부의 인공 태양 실증 연구 단지 유치 등 고자장 자석 연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반 마련에 나선다. 현재 UNIST는 초전도(超傳導) 고자장 자석 원천 기술 확보 및 응용 기술 활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은 강원도의 강력한 경쟁자다. 둘 모두 인공 태양 개발 및 산업 육성에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강원도의회는 지난해 6월 인공 태양 연구 기반 조성 및 지원 관련 조례를 통과시켜 시행하고 있다. 울산은 현대중공업이 같은 해 4월 인공 태양을 담는 ‘그릇’ 역할을 할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진공 용기 1호 섹터를 제작하는 쾌거를 거뒀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울산과 강원도 간 선의의 경쟁은 국내 인공 태양 분야의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STAR 토카막(핵융합로) 내부에 형성된 플라스마.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 한국에너지공대·나주 빛가람 에너지밸리 앞세우는 전남

강원, 울산 외엔 전라남도가 ‘다크호스’로 꼽힌다. 전남도는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공 태양 실증 단지 유치전 참가를 선언했다. 전남은 춘천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방사광 가속기 유치전에 도전했다가 아쉽게 탈락했다. 이번 실증 단지까지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이다. 도는 특히 인공 태양 실증 단지가 내년 3월 나주혁신도시에 개교하는 한국에너지공대와 빚을 시너지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남도는 인공 태양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구체적 장소까지 정한 상태다. 나주 빛가람 에너지밸리다. 빛가람 에너지밸리는 한국전력공사가 2015년부터 광주·전남 지역 내 에너지 연관 기업 500개 유치를 목표로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도는 한국에너지공대와 연계해 에너지 혁신 클러스터, 에너지 사업 융복합 단지 등 제도적·지역적 장점을 앞세워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청정하고 안전하며 자원이 무한한 궁극의 에너지인 인공 태양 사업과 민간기업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전남이 주도할 것"이라며 "호남권 과학인들로 구성된 과학기술발전위원회에서 인공 태양과 우주 발사체라는 최첨단 기술이 산업화로 이어지도록 많은 성원과 조언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과학기술 발전위원회. (사진=전남도청 제공)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