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신안군 ‘태양광 연금’, 개발 이익 공유제 도입 신호탄 될까
신안군, 안좌도·자라도 주민 2935명에게 1인당 12~51만원씩 1분기 태양광 발전 수익금 지급 신재생 에너지 개발 이익 공유제 첫 결실···지도·사옥도 발전소도 연말 배당금 지급할 듯 지자체 개발 이익 공유제 도입 신호탄될지 주목···박우량 군수 “신재생 에너지 사업 참여 한도 49%까지 법제화 건의”
[이넷뉴스] 전남 신안군이 지역자치단체 최초로 태양광 발전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한다. 이른바 ‘태양광 연금’이다. 신안군은 2018년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 이익 공유제를 조례로 제정했다. 이후 안좌도·지도·사옥도 등에 주민 참여 형태로 태양광 발전 사업을 진행했다. 업계는 이번 배당금 지급이 지자체의 개발 이익 공유제 도입에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3000명에게 지급되는 ‘에너지 연금’···“개발 이익 공유 대상 발전소 확대할 것”
신안군은 지난 26일 안좌도·자라도 주민 2935명에게 1인당 12~51만 원 사이의 1분기 태양광 발전소 사업 배당금을 지역 상품권(1004섬 신안 상품권)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뒤 3년 만에 지급되는 첫 배당금이다. 최대 배당금 주인공은 자라도 휴암마을에 거주하는 4인 가족으로, 인당 204만 원씩 연간 816만 원을 수령하게 된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 이익 공유제는 민선 7기 박우량 군수가 2018년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이다. 이번에 배당금을 지급한 곳은 지난해 12월 상업 운전에 들어간 안좌도 태양광 발전소(96메가와트(㎿) 규모), 자라도 태양광 발전소(24㎿)다. 군에 따르면 이들 발전소는 1분기 전체 수익의 30%인 4억 2,000만 원을 1분기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공사 막바지에 들어간 지도(100㎿)·사옥도(70㎿) 발전소는 올해 말쯤 배당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군은 개발 이익 공유제 대상 발전소를 꾸준히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군은 내년 안좌면에 두 번째 태양광 발전소(204㎿)를 시작으로, 임자면·중도면에 각각 100㎿의 발전소를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이어 2023년 비금면에 300㎿, 신의면에 200㎿의 태양광 발전소를 새로 도입한다. 군은 2030년 8.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매년 3,000억 원의 주민 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은 1인당 연 600만 원을 공유금 형태로 받을 수 있다.
◇ 지역에 주소 둬야 참여 가능···’안정적 소득’ 창출 최대 장점
신안군의 개발 이익 공유제는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협동조합은 태양광 발전 사업 내 특수목적법인(SPC)의 자기 자본 30% 또는 사업비 4%까지 출자할 수 있다. 안좌도 발전소는 총사업비 2,830억 원 가운데 4%에 해당하는 113억 원(자기 자본 30%)을 주민 협동조합에서 채권 매입 형태로 충당했다. 자라도 발전소도 같은 방식으로 투자가 진행됐다.
개발 이익 공유제는 신안군에 주소를 둬야 참여할 수 있다. 애꿎은 외부인이 발전 과실을 챙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조례 제정 이후 전입한 주민은 조례에 있는 연령별 규정을 따른다. 다만 30세 이하 주민은 전입 즉시 참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배당금은 태양광 설비와 거주지 사이 거리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설비 500미터(m) 안에 살면 평균 배당금의 3배, 1키로미터(㎞) 안은 2배, 1㎞ 안은 1배가 적용된다.
개발 이익 공유제의 장점은 안정적인 소득 창출이다. 주민들이 배당금을 ‘태양광 연금’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박우량 군수는 “개발 이익 공유 정책이 실현되기까지 태양광 발전소, 송전 시설 설치 등 긴 공사로 주민들의 불편함이 컸다. 군 정책을 믿고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주민들 덕분에 평생 연금이 실현됐다”며 “태양광 발전 사업이 사업자 이익 독식이 아닌 군민과 공유할 수 있는 저액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신안군 사례, 지자체 개발 이익 공유제 도입 신호탄 될까
업계는 신안군 사례가 지자체의 개발 이익 공유제 도입에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경북 봉화군 ▲전북 군산시 ▲전북 김제시 ▲전남 영광군 ▲전남 완도군 등이 신안군 사례를 바탕으로 개발 이익 공유제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탄소 중립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인센티브가 확대되면서 (개발 이익) 공유제 도입을 고민하는 지자체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버려진 땅을 태양광 발전소로 재탄생시켜 수익화했다는 점도 지자체의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이번에 배당금을 지급한 자라도 발전소는 29만 1,289제곱미터(㎡) 규모의 폐염전 부지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 것이다. 안좌도 발전소도 오랫동안 새우 양식장으로 쓰다가 1996년부터 사실상 방치 상태였던 부지를 재활용한 사례다.
박 군수는 “신재생 에너지 개발 이익 공유제의 주민 참여 한도를 현재 30%에서 최고 49%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에 법제화를 건의할 것”이라며 “주민 개발 이익 공유가 확대되면 인구 과소화 지역, 고령화 지역에 인구 재배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공유 범위를 해상 풍력으로 넓힌다면 주민들의 소득 보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