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액체 수소 기관차’ 나온다···철도연, 개발 착수 

철도기술연구원, 한 번 충전으로 1,000㎞ 운행 가능 액체 수소 기관차 개발 착수 총 여섯 모듈로 구성···모듈당 70㎏급, 총 420㎏의 액체 수소 적용 예정 2025년 상용화 목표···“유라시아 횡단용 장거리 열차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

2021-04-25     양원모 기자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추세로 떠오른 가운데, 대표적인 친환경 교통수단 중 하나로 철도가 각광받고 있다.

기차는 대표적인 녹색 교통수단으로, 전기로 달리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다. 또한, 디젤기관차에 비해 70%, 승용차에 비해서는 15%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경제와 사회발전의 친환경 교량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넷뉴스>는 철도산업의 미래 발전 전략 수립을 위해 철도산업 전반을 되짚어봤다.

<철도산업> 시리즈

① 액화수소열차 개발 착수···글로벌 기술 현황은?

② 세계 최초 ‘액체 수소 기관차’ 나온다···철도연, 개발 착수 

③ 도시, 무한변신을 꿈꾸다…미래형 철도 ‘K-트램’

④ 관심의 중심서 벗어났던 친환경 교통수단 ‘철도’의 화려한 ‘부활’

[이넷뉴스] 충전 한 번으로 서울~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액체 수소 기관차가 개발된다. 성공하면 세계 최초 사례가 될 전망이다.

액체 수소는 기체 상태의 고압 수소보다 압력이 낮아, 많은 양을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에너지 변환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캐나다·중국·일본 등은 기체 수소 기반 기관차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 운행 거리 1.6배 길고, 충전 시간은 20% 단축

24일 업계에 따르면 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은 1회 충전으로 1,000㎞ 거리를 시속 150㎞로 달릴 수 있는 액체 수소 기반 기관차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해외의 700bar(바) 기체 수소 기반 기관차보다 운행 거리는 1.6배 길고, 충전 시간은 20% 단축된 수치다. bar는 면적 1㎡당 힘 10N이 가해질 때 압력을 나타내는 단위다.

수소 기관차의 에너지원은 액체(액화) 수소다. 액체 수소는 수소를 영하 253도 이상 초저온 상태에서 액체화한 것이다. 연소력이 뛰어나 우주 로켓 연료로 쓰인다. 연소 시 액체 수소의 중심 불꽃 최대 온도는 3,500°C에 육박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액체 수소 연구가 시작됐지만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이 중단됐다가 2010년대 재개됐다.

철도연이 개발하는 것은 상용 디젤 기관차를 대체할 2.7MW급 연료 전지 추진 기술 및 액체 수소 연구 기술이다. 이에 앞서 액체 수소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 고단열 극저온 액체 수소 저장 기술 및 고속 충전 기술 등을 트램에 탑재해 내년 하반기 시험할 계획이다. 철도연은 “완성되면 세계 최초의 액체 수소 기반 수소 기관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액화수소 충전 인프라와 액화수소 기관차. (사진=철도기술연구원)

◇ 캐나다·일본 등 수소 기관차 개발···중국은 2015년부터 시범 운영

현재 수소 기반 기관차를 운영, 개발하고 있는 곳은 캐나다·일본·중국 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수소 동력 기관차는 2002년 캐나다 퀘벡에서 시연된 채광 기관차다. ‘수소 기관차(Hydrail)’라는 단어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2006년 일본 동일본철도회사는 수소 연료 전지와 축전지가 탑재된 하이브리드 기관차 1량의 공개 주행 시험을 진행했다.

중국 CRRC 칭다오 시팡은 2015년부터 수소 연료로 움직이는 트램 ‘Skoda15T’를 허베이성 탕산(唐山)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총 3량짜리인 이 트램은 최대 380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70㎞로 알려졌다. 1회, 3분 충전으로 최고 100㎞를 주행할 수 있다. 전체적인 시스템은 일본 하이브리드 기관차와 비슷하지만, 연료 전지 용량이 2배 이상 늘었다.

철도연은 “2019년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올 2월부터 세계 최초로 ‘수소 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이 시행되면서 수송 수단에 액체 수소를 적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가속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에서 액체 수소를 이용한 운송 방식은 드론을 운전할 수 있는 1㎏ 미만 소용량에 국한돼 있으나, 철도연은 모듈당 70㎏급, 총 420㎏의 액체 수소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의 수소 철도 차량 개발 및 실용화 현황. (표=철도기술연구원)

◇ 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기관차···2025년 상용화 목표

액체 수소 기관차의 또 다른 장점은 ‘친환경’이다. 에너지 변환 과정에서 상당량의 탄소가 배출되는 디젤 기관차와 달리, 수소 기관차는 산화 과정에서 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보관이다. 기체 상태의 수소는 압력이 높아 별도의 연료 저장 탱크가 필요하다. 액체 수소는 기체 상태 수소보다 저장 압력이 낮다. 철도연은 “기체 상태 수소보다 저장 밀도는 2배, 운송 효율은 7배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 책임자인 김길동 철도연 스마트전기신호본부장은 “수소 기관차가 디젤 기관차 수입 대체 효과와 남북 철도 및 유라시아 대륙 횡단용 장거리 열차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석윤 철도연 원장은 “액화 수소 열차 기술이 철도 교통을 친환경 수소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고,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철도연은 2024년까지 기술 개발을 마치고, 2025년부터 상용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총 186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철도연, 현대로템, 브이씨텍, 패리티 등 민관이 함께 연구를 수행한다. 주관 연구 기관은 철도연이 맡는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