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계 CO2 배출량, 코로나 여파로 20억t 감소”
국제에너지기구(IEA), ‘세계 에너지 리뷰: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 발표 2020년 전 세계 CO2 배출량, 전년 대비 20억t 감소···유럽 연합 한 해 배출량과 비슷 “CO2 배출, 2021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대책 없으면 심각한 상황 직면”
[이넷뉴스] 2020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20t(톤)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다. 다만 이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해 보인다.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로 경제 회복이 기대되면서 다시 CO2 배출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측이 현실이 된다면 올해 CO2 배출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4년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 CO2 배출량, 70년 만에 하락 폭 최대···중국만 ‘나 홀로’ 증가
23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펴낸 ‘세계 에너지 리뷰: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CO2 배출량은 2019년과 비교해 약 5.8%(20억t) 감소한 315억t을 기록했다. IEA는 이에 대해 “(20억t은) 유럽 연합이 배출하는 한 해 CO2양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라고 밝혔다. 세계 에너지 리뷰는 IEA가 매년 발간하는 에너지 관련 보고서다.
극적인 감소 배경에는 코로나가 있다. IEA는 코로나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자동차·항공기 운항 횟수가 크게 줄었고,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CO2 배출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CO2 배출량이 늘어난 나라도 있었다. 중국이다. 중국은 전년 대비 CO2 배출량이 7,500t(0.8%) 상승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사실상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고 경제 활동에 복귀했다.
연료별로 살펴보면 석탄 부문에선 6억t, 석유 부문에선 12억t의 CO2 배출량이 감소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가스는 2억t 정도 줄었다. 이는 코로나 외에 RE100(사용 전력 100% 재생 에너지로 대체) 등 친환경 기조가 확산하며 재생 에너지 활용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IEA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 에너지는 전 세계 발전 총량에서 29%를 차지했으며, 이는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규모였다.
◇ “2021년 경제 회복 예상···CO2 배출량도 제자리로”
하지만 감축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IEA는 세계 에너지 리뷰 연례 보고서에서 2021년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되고,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CO2 배출량이 원래 수준인 330억t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과 비교해 5%(15억t)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회복기였던 2010년(6%)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배출량 견인의 주범은 석탄이다. IEA는 “2021년 세계 석탄 수요가 전년과 비교해 4.5%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석탄 수요 증가에 따른 CO2 예상 배출량은 140억 8,000만t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4년(148억t)과 비슷한 수준이다. IEA는 “전체 석탄 수요 증가분의 80%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나올 것”이라며 “가스와 석탄을 중심으로 에너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생 에너지 발전량도 크게 늘 것으로 관측된다. IEA는 올해 재생 에너지 부문에서 8%가 넘는 성장률이 예상되고, 특히 태양광·풍력 에너지는 역대 최대인 17%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IEA의 예상이 현실이 되면 전 세계 발전 총량에서 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하게 된다. IEA는 “(30%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 “이대로면 심각한 상황 직면” IEA 경고에···국제 사회 답변은
IEA는 CO2 배출량 증대가 경제적 관점에선 청신호지만, 기후 측면에서는 부정적 신호라고 지적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세가 기후에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섬뜩한 경고”라며 “전 세계 정부가 CO2 배출량 감축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2022년에는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주요국에 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국제 사회는 즉시 답을 내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세계 지구의 날인 지난 22일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요 40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미국이 주도한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MEF)’ 회원 17개국과 초청국 23개국이다. 한국은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온실가스 50% 감축’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목표(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기후정상회의는 △기후 목표 증진 △기후 재원 조성 △탄소 중립 전환의 경제적 편익 △미래 청정 산업을 위한 혁신 등 총 5세션으로 구성됐으며, 22일부터 이틀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