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진단] 정부의 ‘스티로폼 부표’ 퇴출 전략, 이번엔 성공할까
미세 플라스틱 주범 ‘스티로폼 부표’ vs 무겁고 비싸 외면 ‘친환경 부표’ 정부 “2024년까지 스티로폼 부표 아웃”…지원비 늘리며 보급 ‘박차’
[이넷뉴스]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위로 길게 이어진 부표의 행렬. 이것이 대다수의 사람이 기억하는 우리 바다의 모습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특성상 양식업은 중요한 생산활동의 기반이었다. 이에 양식장을 보호하기 위해 배가 들어가서 조업을 하거나 수상 레저를 하지 못하도록 부표로 표시를 해놓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양식 대상 생물을 수중에 매달아 기르는 수하식 양식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에서 부표는 어업 생산량 증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부표들이 해양쓰레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해양 동식물은 물론 인간에게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기존의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 국내 양식장 75%, 스티로폼 부표 ‘사용 중’
현재 양식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부표의 대부분은 발포 폴리스타일렌(EPS)이라고 하는 스티로폼 재질로 만들어졌다. 가볍고 가격이 저렴한 데다 자체 부력으로 항상 물 위에 떠 있기 때문에 한 번 설치하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시간에 해양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파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밀도 스티로폼 부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지만, 부표 조각의 탈락이 쉽고 태양과 파도에 쉽게 부식된다는 단점은 여전히 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양식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부표의 양은 얼마나 될까. 2019년 기준 전국 양식장의 부표 수는 5,500만 개로 이 중 75%에 해당하는 4,100만 개가 스티로폼 재질이다.
물 위에 띄운 스티로폼 부표는 긴 밧줄로 연결돼 있으며, 보통 200m 줄 하나에 150~170개 정도의 부표가 엮여 있다. 대부분 김, 미역, 굴 양식에 사용된다.
이 부표들이 시간이 흘러 파도 등에 부서지면 미세한 알갱이로 흩어져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변모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연안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55%가 이 부표로부터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 쓰레기라는 문제점 외에도 인체에까지 영향을 준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부표의 조각들을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한 물고기가 돌고 돌아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인간의 식탁 위까지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은 인체 내에서 소화되지 않고 호르몬이나 신경, 면역계를 망가뜨릴 수 있는 HBCD라는 독성물질을 내뿜는다.
하지만 이 스티로폼 부표는 한번 부서지면 형체를 완전히 잃어버리기 때문에 스티로폼 부표 중 회수되는 양은 약 20%일 정도로 수거하거나 제거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실패한 기존 친환경 부표의 ‘업그레이드 버전’ 기대해도 될까
해양수산부는 이처럼 스티로폼 부표가 환경 정책과 반하는 데다 해양쓰레기의 주원인으로 비판을 받자 친환경 부표로의 전환을 선포하며 어업인들의 사용을 독려해 왔다.
하지만 정부 입장과 달리 현장에서는 친환경 부표가 효율성이 낮다며 외면 받는 실정이다.
기존 스티로폼 부표에 비해 비싸고 무거운 데다 딱딱해 물이라도 새어 들어가면 부력을 급격히 상실한다는 것. 게다가 친환경 부표에 조금이라도 금이 가면 그대로 양식장 바닥까지 내려가 굴 같은 양식 대상들을 망칠 위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따라서 실제 어업 현장에서 친환경 부표를 사용하는 양식장의 비율은 겨우 20%대에 그쳤다. 당시 약 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정부 예산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정책으로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어업인과 전문가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이에 해수부는 어업 현장과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듣고 그동안 지적돼 왔던 친환경 부표의 문제점들을 개선한 신제품을 개발해 작년 하반기부터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체 굴 양식 등 부표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양식 방법을 도입할 예정이며, 주요 항·포구에는 폐스티로폼 집하장을 오는 2030년까지 400개 설치해 부표 생산업체의 사후 관리 서비스와 수거 및 재활용 책임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에는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내년부터 금지하는 ‘어장관리법 시행규직’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를 통해 2024년까지 양식장의 스티로폼 부표 제로화를 목표로 올해 안에 양식장에 친환경 부표 571만 개를 보급한다는 계획. 작년보다 3배 많은 양이며 예산도 571억 원(작년 200억 원)으로 증액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친환경 부표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보다 예방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양쓰레기는 수거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부표에 실명을 사용해 나중에 책임지고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어민들에게 친환경 부표 교체비 지원을 늘리고 새로 업그레이드된 부표를 선보이면서 적극적으로 현장을 설득하고 있는 정부의 이번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또 새로 교체된 친환경 부표가 해양쓰레기 저감과 양식업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