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망] 오세훈 복귀, 서울시 에너지 정책 어떻게 바뀔까
4·7 재보궐선거 압도적 승리...10년 만에 시정 복귀한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 吳 에너지 공약, ‘반(反)태양광’으로 압축 가능···박원순 태양광 사업 대부분 폐기 및 축소 짧은 임기, 당론 고려하면 에너지 정책 수립 쉽지 않았다는 분석도
[이넷뉴스] 국민의힘이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큰 표차로 누르며 1년 3개월간 남은 시정을 책임지게 됐다. 10년 만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은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추진한 정책 가운데 70% 이상을 수정·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 에너지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점쳐진다. 가장 영향이 클 분야는 태양광이다. 오 시장은 당선되면 기존 태양광 사업 대부분을 폐기, 축소하겠다는 뜻을 나타내왔다.
◇ 오세훈 당선, 서울시 ‘탈(侻)태양광’ 기점되나
12일 서울시·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의 에너지 정책은 ‘반(反)태양광’으로 요약된다. △태양광 지원센터 △태양광 미니발전소 △태양광 커뮤니티 발전소 등 박원순 시정이 추진했던 각종 태양광 사업의 폐기, 축소가 예고된다. 박 전 시장은 앞서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의 하나로 2022년까지 1GW(기가와트)의 태양광 전력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 사업에 ‘2022년 태양의 도시, 서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1조 7,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지 확보 난항, 지역 주민 반발 등 현실적 이유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시는 지난달 서울시의회 업무 보고에서 태양광 보급 목표를 500㎿(메가와트)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치에서 반 토막 난 수치다.
오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태양광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박영선 후보도 이번 선거에서 ‘태양광 일체형 도시 시범 도입’ 외에 적극적인 관련 정책은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여권 인사의 특혜 논란이 있었던 태양광 미니 발전소 사업은 100% 중단 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나머지(사업들)도 폐기 처분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짧은 임기·당론 등 고려하면 정책 수립 쉽지 않아
물론 박 전 시장의 모든 정책을 배척하는 건 아니다. 지속 의사를 밝힌 부문도 있다. 전기 자동차다. 오 시장은 선거 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보낸 답변서에서 “박원순 시정의 전기차 충전소 확대 정책은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2025년까지 전기차 저속, 급속 충전기 20만대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같은 기간 제시한 목표치(50만대)의 40% 정도다.
오 시장은 탄소 중립, 에너지·전력 공약도 따로 내놓지 않았다. 환경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33·34대 서울시장 시절 각종 친환경 정책을 내놨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선 ‘짧은 임기’와 ‘당론’이 배경으로 언급된다. 에너지 정책은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하는 데다, 현 정부의 재생 에너지 확대 기조를 반대하는 당 입장을 고려하면 수립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대기 오염, 환경 개선 공약으로 △대기 오염 물질 배출 사업체 규제 강화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 위한 제로 웨이스트 프로젝트 추진 △동북아 도시들과 대기 질 공동 관리 협력 체계 마련 등을 제시했다. 특히 국가 문제로 확대된 미세 먼지와 관련해선 자신감을 드러냈다. 후보자 간 토론회에서도 “시장 시절 미세 먼지를 20% 줄인 경험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현안 산적한 서울시···태양광 제외 큰 변화 없을 것”
오 시장 캠프에 환경계 출신 참모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궐선거는 인수위원회를 따로 없어 캠프나 미리 운용하던 인재 풀을 통해 인사를 진행한다. 이 때문에 에너지 부문은 태양광을 제외하면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기존 정책을 조율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 부동산 등 산적한 현안이 많아 에너지엔 눈 돌릴 틈도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부동산 등 당선되자마자 (오 시장이) 신경써야 할 부문이 한두 개가 아닐 것”이라며 “당장 (에너지와 관련해) 어떤 액션을 취하긴 어렵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4선을 염두에 두고 5년을 더 바라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다”며 “확실한 건 당장 특별한 (에너지) 정책을 내놓긴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 시장은 오는 22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취임식을 열고 ‘3기 오세훈 시정’의 출발을 알릴 것으로 전해졌다. 방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세를 고려해 온라인이 유력하다. DDP는 오 시장이 10년 전 ‘디자인 서울’의 하나로 추진한 건물로, 동대문 운동장을 철거해 만들었다. 총 5,000억원이 투입됐으며, 오 시장과 그의 1·2기 시정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평가된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