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ESG 경영이 주주들에게 끼치는 영향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 '2050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주주행동주의' 기관투자자들에게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정책이 새로운 투자 전략이 되어 간다
[이넷뉴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전 세계가 움직이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글로벌 합의를 한 이후 ESG가 전 세계 산업계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탈탄소화의 막대한 전환비용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에 수동적이던 기업들이 ESG 경영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ESG 경영 트렌드를 10여 년 전 교토의정서 이후 잠깐 유행하던 녹색경영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2050 탄소중립에 대한 구체적 실천을 위해서라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본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은 기업들의 ESG 경영이 투자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한 자료를 냈다. 기업들의 ESG 선언도 중요하지만 ‘기후변화 주주행동주의’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후변화 주주행동주의, 기후행동100+(Climate Action 100+)
기후변화 주주행동주의란 2050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기업 단위에서 세울 수 있도록 주주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수탁자 활동을 말한다. 탄소 자체가 주주행동주의의 목표이며 대상으로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5일에 낸 <자본시장 포커스>의 ‘2050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주주행동주의의 역사와 주요 어젠다, 그리고 주요 진행 상황과 전망을 소개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 주주행동주의는 파리협정이 계기가 되었다. 세계적 기관투자자인 캘퍼스는 파리협정이 열리던 2015년에 자신이 투자한 1만개 이상의 글로벌 상장기업들의 탄소발자국을 조사했다. 그중 1%도 안 되는 약 80개의 상장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50%가 넘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그와 뜻을 함께하는 글로벌 투자자네트워크와 2017년에 ‘기후행동100+(CA100+; Climate Action 100+)’를 출범하게 된다.
‘기후행동 100+’은 그들이 투자한 기업이 파리협정의 목표를 기업 단위에서도 세울 수 있도록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탄소를 특히 많이 배출하는 기업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탄소배출기업(Systemically Important Carbon Emitter: SICE)으로 지정하고 그들을 향한 주주 활동에 집중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기준으로 기후행동 100+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탄소배출기업‘을 167개 선정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이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상위 100개 기업의 배출량 합계를 국가들과 비교하면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의 배출량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후행동 100+는 이 기업들의 탄소배출량 관리가 전 세계 2050 탄소중립의 달성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 업종별로는 석유가스 39개, 광산/철강 23개, 유틸리티 31개, 산업공정 26개, 운송 26개, 소비재 14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기업 세 곳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전력, 포스코, 그리고 SK이노베이션이다.
◇ 탄소가 주주행동주의의 타겟이 되는 이유는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서는 탄소가 주주행동주의의 타겟이 되는 이유를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탄소규제가 사실상 비관세 무역장벽이 되면서 투자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본다.
파리협정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탄소국경세, 탄소세, 내연기관 탄소규제,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등 탄소규제 일정이 지역과 국가별로 경쟁적으로 발표되면서 탄소는 현재 그 어떤 비관세장벽보다 강력한 무역장벽이 되는 상황을 사례로 들었다.
둘째로는 기후변화위험의 속성과 관련 있다고 보았다. 기후변화위험은 기존의 투자위험 관리방식으로는 분산할 수 없으며 외부성이 크다는 위험 때문이다.
위 보고서에 의하면 ESG 각 부문에서 지배구조(G)나 사회(S)는 개별적이며 위험이 분산 가능해 가치평가에 있어 할인 또는 프리미엄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환경(E) 부문은 사람의 힘으로 완벽히 관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위험은 재앙적이며 예측이 어렵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 기후변화 주주행동주의의 활동은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 주주행동주의의 주요 활동도 소개한다. 그 활동은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정보공개, 즉 공시를 요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 결과, 주주행동주의가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167개 기업의 약 43%가 2050년에 혹은 그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이행목표를 끌어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SK 이노베이션도 참여했다고.
정보공개가 불성실한 기업들에는 주주 제안 등 다양한 주주관여 정책을 진행한다. 위 보고서에서 한국전력을 현재 주주관여가 진행 중인 사례로 제시한다.
한전에 대한 주주관여는 기후행동 100+에 가입한 네델란드 APG와 일본 스미모토 미쓰이 투자신탁이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한전 측에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 투자철회를 요청했는데 한전 측은 별 반응이 없었다고.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APG는 최근 한국전력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자본시장연구원의 ’2050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주주행동주의‘를 집필한 송홍선(경제학 박사)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주주행동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그는 “탄소중립은 글로벌 어젠다라는 점, 글로벌 차원의 국가간, 산업간, 기업간 탈탄소화·탄소규제 경쟁은 수출주도 경제에서는 숙명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박사는 “우리나라도 연기금 등이 기업들의 ESG 선언에만 만족하지 말고 탄소중립을 향한 구체적 목표와 실천을 끌어내고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최근 목소리를 내는 개인투자자들도 함께하면 더욱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금융투자는 예상 수익률은 물론 앞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향한 목표와 실천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투자 판단의 가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넷뉴스=강대호 기자] dh9219@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