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 농민들 설 자리 잃어가는 농촌태양광 사업

기업형 사업자 배만 불리는 농촌태양광 사업, 모두가 상생하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바뀌어 가야

2021-04-05     강대호 기자

[이넷뉴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농촌태양광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사업이 진행되는 농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사업이 정작 농촌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넷뉴스는 지난주 농촌태양광 정책의 허점 때문에 고통받는 전남 지역 사례를 보도했다. 앞으로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려 한다. 

이에 앞서 농촌태양광발전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 사업에서 정부와 유관기관의 역할은 무엇인지도 알아본다. 이를 통해 농촌태양광발전 때문에 생겨난 갈등의 배경을 살펴본다.

염해간척지에 들어선 농촌태양광발전 시설. (사진=초록생명평화연구소 최병성 소장)

◇ 농촌태양광의 개념과 범위는

농촌태양광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농촌지역 태양광 보급 확대방안(2016.12)」과 그 상위 계획인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2017.12)」에 근거한다. 

위 근거에 따라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농가소득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농촌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농지, 농업생산시설, 산지, 농업용 저수지 등 농촌 지역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농촌지역 태양광 보급 확대방안」은 특히 농업진흥지역(농업 환경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지역) 밖의 농지나, 염해간척지(염도가 기준보다 높아 농업 생산성이 낮은 간척농지) 등에 영농형 태양광 발전 도입 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농업을 위해 꼭 필요한 땅이 아닌 곳에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계획으로는 주요 농지가 아닌 곳에서 농업인이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산자부의 이러한 정책을 종합하면 농촌태양광은 농지(전·답)와 농업생산시설(축사, 버섯 재배사 등) 지붕 위에 설치한 태양광을 말한다. 또한, 정부 지원을 받아 농업인, 어업인, 축산인 등이 설치한 태양광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다른 부처에서도 농촌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지원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저수지와 같은 농업생산기반시설을 활용한 태양광발전사업과 마을 단위 태양광발전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도 양식장의 수면, 지붕 등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양식장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 또한 산지에 설치되는 산지태양광 발전설비들을 관리하고 있다. 

 

◇ 정부와 유관기관의 역할과 기능

위에서 보듯 신재생에너지 관할 부처인 산자부뿐 아니라 다른 부처에서도 농촌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거나 지원하고 있다. 

정부 부처들은 다른 부처 소관 사업이라 하더라도 자기 영역에 걸친 사업이라면 숟가락을 올려놓기 마련이다. 이는 사업이 확대되는 장점이 있지만, 부처 이기주의와 칸막이 행정이라는 단점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특히 인허가 문제가 걸려있다면 행정 절차가 더욱 복잡해진다. 여기에는 해당 지자체까지 관여해 급기야는 아무나 접근 하지 못하는 영역이 생기곤 한다. 인허가와 관련한 문제는 따로 분석할 예정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농촌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이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촌태양광 정책을 주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농촌태양광 보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마련하고 관련 재정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산림청도 자기 영역 안에서 태양광과 풍력 사업에 손대고 있다. 

정책은 정부가 세우지만, 세부 사업 추진은 부처 산하 유관기관의 역할이 더 크다. 농촌태양광 사업도 마찬가지로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농어촌공사, 그리고 농협이 많은 역할을 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대상자를 금융기관에 추천하기도 한다. 농촌태양광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고정가격으로 매입하는 ‘한국형 FIT’ 사업을 운영한다.  그리고, 농촌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통계를 산출한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용 저수지 등 수상태양광 사업, 염해간척지 태양광 사업, 양식장 태양광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업인 투자사업과 에너지 협동조합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농협은 농가 단위 농촌태양광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며 정책자금과 일반자금을 연계한 금융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마을 단위 협동조합 태양광 사업과 농협 자체 태양광발전소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산을 깍아 내고 나무를 베고 들어선 농촌탱양광발전 시설. (사진=초록생명평화연구소 최병성 소장 제공)

◇ 정작 농업인이 참여하지 못하는 농촌태양광

정부는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만든다. 그리고 산하 유관기관들은 그 사업과 예산을 받아서 수행한다. 체계적인 과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정책이 완벽할 수는 없고, 빈틈은 있기 마련이고, 그 허점을 파고드는 세력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빈틈과 허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자본이 필요 한데서 출발한다. 정부의 바람처럼 농가 부업으로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8년 연구자료를 보면, 100kW(400평) 규모의 농촌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총 초기 투자비용을 인허가 비용 3,298만 원과 시공비 1억 4,000만 원을 포함한 1억 7,298만 원으로 추산한다. 

또한, 농촌태양광 발전사업을 운영하면서 설비를 유지보수하고 관리하기 위한 비용도 발생한다. 이를 20년간 총 9,400만 원의 관리비가 발생하며 이는 연평균 470만 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이 수치를 놓고 보면 농촌태양광 사업에는 적지 않은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 부담이 생긴다. 물론 정부 재정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전력 판매수입(SMP)과 인증서(REC) 판매가격이 계속 내려가는 상황에서는 규모가 큰 기업형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에게만 유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기업이나 자본을 가진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농사짓지 않는 도시에 사는 지주들이 환영하는 사업으로도 되어가고요. 결국, 농촌에서 농사짓는 실제 농민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사업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인터뷰한 ‘농어촌 파괴형 풍력 태양광 반대 전남연대회의’ 정학철 공동집행위원장의 말이다. 

정학철 위원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농촌에서 이뤄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농촌을 살리는 길이 되어야 하고, 농촌의 희생을 발판으로 다른 곳이 사는 정책으로 전락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이뤄야 하는 이유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다. 이넷뉴스는 어느 한 편의 희생이 아닌 모두가 상생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방안 모색을 위해 계속 취재해 갈 것이다.

[이넷뉴스=강대호 기자] dh9219@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