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원인물질로 ‘수소에너지 저장체’ 만든다
GIST·카이스트·숙명여대 공동 연구팀, 일산화탄소 → 히드록실아민 전환 기술 개발 히드록실아민, 나일론 원료의 주원료이면서 암모니아 반응성 높아 수소 저장 물질 활용 가능 지난해 12월 UNIST·카이스트 연구팀도 일산화탄소 → 암모니아 변환 기술 개발
[이넷뉴스] 국내 연구진이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일산화질소(NO)를 수소에너지 저장체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일산화질소는 한 개의 질소와 한 개의 산소로 이뤄진 질소 산화물로, 일산화질소에 산소가 하나 더 붙으면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인 이산화질소가 된다. 이번 기술은 에너지 저장체 외에도 섬유 생산의 원재료로 일산화질소를 활용할 수 있어 ‘환경 보호’와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골칫덩이 질소 산화물을 ‘친환경’ 매개체로
31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부, 카이스트 EEWS대학원,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이 기술은 미세먼지 주범인 일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화합물인 히드록실아민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히드록실아민은 나일론 원료가 되는 카프로락탐(Caprolactam)의 생산 주원료다. 암모니아와 반응성이 높아 수소 저장 물질로 활용할 수 있다.
질소는 지구 대기의 78%를 차지하는 중요 물질이다. 육상, 해양, 대기를 순환하며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 문제는 질소와 산소가 만나서 생성되는 질소 산화물이다. 질소 산화물로 분류되는 일산화질소, 이산화질소, 질산염, 아질산염, 아산화질소 등은 질소 순환계를 교란하고 산성비, 토양 산성화는 물론 미세먼지의 원인이 된다. 질소 산화물은 축산업, 농업, 운송업 분야에서 주로 배출된다.
연구진은 일산화질소가 질소 산화물 전환 과정에서 생성물 종류를 결정하는 중간물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를 바탕으로 산화한 단원자 철(Fe) 이온이 일산화질소의 환원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진은 전해질 산성도를 조절해 히드록실아민을 선택적으로 만들어냈다. 전환율은 약 60% 정도다. 연구진은 이외에도 단원자 철 이온에 붙은 일산화질소 주변 전기장 세기에 따라 반응 경로가 변하는 점을 확인했다.
◇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 생산”...수소 저장체 활용 가능성도 관심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미세먼지 저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창혁 GIST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이번 기술은) 추가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 일산화질소에서 히드록실아민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앞으로 배기가스 등 환경 오염 물질을 우리 삶에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친환경 시스템 확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히드록실아민의 수소 저장체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히드록실아민의 화학 구조는 NH2OH로 수소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소에너지 저장체로 각광받는 암모니아와 잘 반응한다는 게 장점이다. 암모니아는 무게보다 수소 저장 용량이 다른 액상 수소 저장 물질보다 크다. 또 수소 방출 시 질소 외에 다른 부산물이 없어 친환경적이면서 기존 암모니아 수송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
연구팀은 “히드록실아민은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며 암모니아와 높은 반응성으로 그린 수소 사회의 효과적인 수소 저장 물질로 평가되고 있다”며 “미세먼지 중요 원인인 질소 산화물 저감, 섬유 생산 원재료 확보, 그린 수소 저장 등 일석 삼조 이상의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난 25일 자에 온라인 게재됐다.
◇ UNIST·카이스트, ‘일산화질소 → 암모니아’ 변환 기술 개발
한편, 지난해 12월에도 일산화질소를 수소 매개 물질로 바꾸는 기술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권영국·임한권 교수, 카이스트 김형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일산화질소 암모니아 전환 기술이다. 전환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고, 순도 높은 암모니아로 바꿀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암모니아는 하버 보슈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미세먼지 원인 가운데 하나다. 연구진이 개발한 전기 화학 시스템은 금속착화합물(FellEDTA)을 투입해 전해질 속에서 일산화질소를 흡착하기 때문에 용해도가 100배 이상 높고, 부산물도 생성되지 않는다. 특히 나노 구조가 형성된 은(銀) 촉매 전극에서는 100시간 이상 100%에 가까운 일산화질소-암모니아 전환율을 나타냈다.
연구를 이끈 권영국 교수는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 시행, 질소 산화물 환경 부담금 등으로 배출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액상 암모니아는 액화 수소보다 단위 부피당 더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 수소 저장 및 운송에 유리하다. (이번 기술은) 미세먼지 원인을 제거하는 동시에 그린 수소 저장체인 암모니아를 생산해 배출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