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철강 업계 주목하는 ‘블루 수소’는 무엇
현대중공업그룹, 포스코, SK 등 주요 기업 수소 사업 로드맵에 ‘블루 수소’ 언급돼 화제 블루 수소, CCS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해 이산화탄소 배출 최소화한 것 그린 수소보다 3배가량 저렴하면서 저장한 탄소 판매 가능... “그린 수소 범용화 전까지 선호 계속”
[이넷뉴스] 국내 주요 중공업, 철강 기업의 수소 사업 청사진에 ‘블루 수소’가 공통적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블루 수소는 수소의 3가지 생산 방식(그린·그레이·블루) 가운데 하나다. 그레이 수소(천연가스로 만든 수소) 생성 과정에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수소다. 블루 수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산 비용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 ’블루 수소’ 콕 짚은 현대, 포스코, SK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5일 온라인 기업 설명회에서 미래 성장 계획 가운데 하나로 ‘수소 드림(Dream) 2030 로드맵’을 발표했다. 핵심 그룹사인 한국조선해양·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수소 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미래 에너지 전략의 핵심 사업으로 친환경 소재와 함께 ‘블루 수소’를 꼽았다.
포스코(POSCO)도 지난해 12월 수소 사업 비전 발표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블루 수소 50만톤을 생산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블루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이탄화탄소의 운송을 위한 고강도 소재 개발까지 마쳤다. 이산화탄소는 효율적인 운송을 위해 액화가 필수인데, 이 과정에서 온도가 영하 60도까지 떨어져 저온 인성(저온에 견디는 성질)이 있는 소재를 써야 한다.
SK는 한국중부발전과 손잡고 5조원 규모의 블루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오천면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과 연계되는 이번 사업의 골자는 보령 화력 발전소 유휴부지 59만 4,000㎡(약 17만 9,700평)에 연간 25t(톤)의 청정 수소 생산 기지를 만드는 것이다. 25t 가운데 20t은 인근 연료 전지 발전에 쓰이고, 나머지 5t은 전국에 운송 및 공급할 방침이다.
◇ 그린 수소로 연착륙을 위한 발판, 블루 수소
중공업·철강업계가 블루 수소에 관심을 보이는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그린 수소만큼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고,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그린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싸다. 반면, 블루 수소는 탄소 배출은 피할 수 없지만, 가격이 싸고 탄소 배출도 적다. 블루 수소는 그린 수소로 ‘연착륙’하기 위한 발판에 가깝다.
지금까지 수소는 천연가스, 석탄을 고온·고압 처리해 추출하는 그레이(Grey) 방식으로 생산됐다. 그레이 수소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가격이 저렴한 대신 대규모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보통 수소 1㎏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10㎏로 알려진다. 그린(Green) 수소는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제로(0)화한 것이고, 블루(Blue)는 배출되는 탄소를 수소 생성 과정에서 포집해 배출량을 최소화한 것이다.
블루 수소는 이산화탄소 회수·저장 장치(CCS)를 활용해 탄소를 포집한 뒤 지하 시설에 저장한다. 저장한 이산화탄소는 버리지 않고, 산업용으로 재활용한다. 일석이조 효과가 있는 셈이다. 시장기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는 블루 수소의 ㎏당 가격은 2.1달러로, 그린 수소(6달러, 수전해 기준)보다 약 3배 저렴하다. 그레이 수소는 ㎏당 1.5~2달러를 오간다. 블루 수소보다 0.5~0.6달러 더 비싸다.
◇ ”대량 생산 체제 구축 쉬우면서, 탄소 중립에도 부합”
블루 수소를 향한 관심은 세계적이다. 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ARAMCO)는 지난 21일(이하 현지 시간) 중국개발포럼에서 “블루 수소, 암모니아 등을 포함한 연구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의회 산업·에너지 위원회는 지난 22일 수소 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중·단기 공적 자금 지원 대상에 블루 수소를 포함하기로 했다.
영국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는 최근 보고서에서 블루 수소의 생산 단가가 2040년까지 5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CCS 발전 성과에 따라 가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레이 수소와 마찬가지로 원료가 되는 천연가스 가격에 따라 인상 폭도 달라질 전망이다. 우드 맥킨지는 “정확한 생산 비용 예측을 위해선 더 많은 프로젝트가 배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블루 수소는 기업이 가장 빠르게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할 수 있으면서 최근 트렌드인 ‘탄소 중립’에도 부합하는 생산 방식”이라며 “그린 수소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범용화 단계에 접어들기 전까지 블루 수소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것”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