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물위 떠다니는 ‘해상 원전’ 추진···정부 대응은
바지선, 선박에 실려 떠다니는 ‘해상 원전’...유력 장소로 산둥성 옌타이시 거론 2010년부터 개발 추진...헌재 당국 허가만 앞둔 상태로 알려져 실제 도입 시 주변국 마찰 불가피...오는 11월 TRM에서 중국에 관련 정보 요청할 듯
[이넷뉴스] 중국이 물위에 떠다니는 원자력 발전소 ‘해상 원전’을 서해에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유력 장소로는 산둥성 옌타이(煙台)시 앞바다가 언급된다. 우리나라에서 불과 400㎞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중국은 2010년대 초반부터 해상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중국이 실제로 원전을 도입한다면 우리 정부는 물론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주변국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해상 원전이 뭐기에
15일 중국 현지 매체 보도 등을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국무회의격인 중국 국무원이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공개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 강요’ 초안에는 “해상 부유식 핵동력 플랫폼 등 선진 원자로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21~2025년 원전 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다. 여기서 ‘해상 부유식 핵동력 플랫폼’이 해상 원전에 해당한다.
해상 원전은 바지선, 선박에 실린 채 떠다니는 원전이다. 세계 최초의 해상 부유식 원전은 2019년 12월 출항한 러시아 국영 원전 회사 로사톰의 ‘아카데미크 로모소노프(академик ломоносов)’다. 높이 10m, 길이 144m, 무게 2만 1,000t의 이 해상 원전은 한 번에 10만명이 쓸 수 있는 용량의 전기를 생산한다. △KLT-40C 원자로 2기(70MW) △증기 터빈 △사용후 핵연료 및 방사상 폐기물 보관실 등이 설치돼 있다.
아카데미크 로모소노프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핵 타이타닉’, ‘떠다니는 체르노빌 ‘등으로 불리며 국제 환경 단체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반면, 원자력 전문가들은 해상 원전의 가장 큰 장점이 안전성이라고 말한다. 사방이 냉각수(물)이기 때문이다. 냉각수는 끓어오르는 핵연료봉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설령 원전이 침몰해도 흘러나온 방사성 물질이 바다의 자정 능력을 넘어서진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한국이 해상 원전 못 만드는 이유는
해상 원전을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육상 원전보다 덜 위험하고 △경제성이 높으면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해상 원전의 전기 생산 단가는 육지 원전 3분의 1 수준이다. 원전이 직접 움직이기 때문에 장거리 송배전에 따른 전력 손실 문제도 없고, 극지·도서 지역에도 전력을 손쉽게 공급할 수 있다. 건설 비용도 육상 원전보다 몇 배 더 저렴하다.
해상 원전 개념은 1989년 처음 등장했다. 해수 담수화 공정에 필요한 전기를 얻기 위해 바지선에 원자로를 얹어버리는 아이디어가 제시되면서다. 1995년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최로 러시아 오브닌스크에서 해상 원전 관련 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다. 현재 중국, 러시아 외에 해상 원전 개발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가 있다. 프랑스 재생 에너지 전문 기업 네이벌 그룹(Naval Group)이 200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해저 원전 ‘플렉스블루(Flexblue)’다.
한국은 해상 원전을 만들 기술력은 충분하다. 다만 국제정치적 이해관계로 추진이 어려운 상태다. 카이스트(KAIST), 서울대 등은 2010년대 초반부터 원전을 바다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20~25m 깊이 바닷속에 원전을 짓되, 일부는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하는 착저(着底)식 해상 원전이다. 착저식 원전은 선박 형태보다 파도에 대항하는 힘이 강해 140MW급 대형 원자로를 운영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 추진 현실화해도 손 쓸 방법 없어
중국의 해상 원전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 정부는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사실상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자국 영해에 추진하는 걸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의 제기 자체가 내정 간섭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우리 영해를 침범한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오는 11월 열릴 한중일 원자력고위규제자협의회(TRM)에서 중국 측에 해상 원전 관련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다. TRM은 2008년부터 매년 3국이 돌아가며 개최하는 한중일 원자력 규제기관 간 협의체로, 각국의 원자력 안전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다.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NSSC), 중국 국가핵안전국(NNSA),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가 참여한다.
현재 중국핵공업그룹(CNNC)은 해상 원전 개발을 마치고, 정부 승인을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C는 중국 국영 원전 기업이다. 원전 규모는 일반 원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예상되며, 승인 시 2025년까지 시범 운영에 돌입하게 된다. 중국 정부는 ‘206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원전 등 비화석 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중국의 추진, 계획 중인 원전은 20여개 정도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