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잡아라···현대차·기아는 맹추격 중

한국자동차협회가 분석한 2020년 글로벌 전기차 보급 현황과 관련 정책 동향

2021-03-15     강대호 기자

[이넷뉴스] 테슬라가 언제까지 전기차 점유율 1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이 예고된 상황에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020년까지는 테슬라가 1위 자리를 지켰지만, 폭스바겐과 현대차·기아의 추격세가 무섭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3월 11일 발표한 '2020년 주요국 전기동력차 보급현황과 주요 정책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동력차는 약 294만대가 팔려 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 업계 침체 속에서도 전년 대비 44.6%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수소전기차(FCEV)가 모두 포함된 결과다.

현대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기동력차 판매 현황

전기동력차 시대를 연 테슬라는 44만2334대를 판매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환 추진으로 2~10위권 순위에는 변동이 치열했다. 

폭스바겐그룹은 ID.3을 비롯한 보급형 전기차와 포르쉐·아우디의 고가 전기차 모델 출시로 전년 대비 211.1% 증가한 38만1406대로 테슬라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GM은 중국 합작법인을 통해 출시한 초소형 전기차 홍광 미니의 판매확대로 134.1% 증가한 22만1116대를 판매, 3위로 올라섰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유럽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한 르노 조에의 판매확대의 영향으로 5위를 기록했다. 판매량은 전년 대비 34.9% 증가한 19만4158대였다.

이밖에 BMW그룹, 다임러 그룹, 지리 홀딩 그룹(중국 지리자동차), PSA가 각기 7~10위 권을 형성했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의 경우 테슬라, 니오 등 신생 EV 전문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순위가 4계단 떨어진 6위에 그쳤다. 판매량 역시 10위권 내 기업 중 유일하게 감소(18%)해 17만929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를 모델별로 보면 테슬라 모델 3(33만6302대), 홍광 미니(12만6603대), 르노 조에(10만1103대), 테슬라 모델 Y(7만527대), 현대차 코나EV(5만5981)가 1~5위권을 형성했다. 이들 상위권 모델 5개의 합산 점유율은 34.1%로 전체 전기차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점유했다. 

2020 글로번 전기차 판매량과 점유율 (출처=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 취합)

◇ 현대차·기아의 약진, 수소차는 독보적 세계 1위 

한국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기동력차 부문 약진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세계 전기자동차(BEV·PHEV·FCEV) 시장에서 현대차·기아가 4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59.9% 판매량이 증가한 19만8487대를 기록하면서 2019년 7위에서 세 계단 상승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2020년 주요국 전기자동차 보급현황과 주요 정책변화' 보고서는 현대차가 지난해 3월 체코 공장에서 코나 EV 생산을 시작했고, 유럽 각국의 내연기관차 규제대응에 맞춘 전기자동차 수출 전략이 판매율 증가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내시장에서의 전기화물차 판매확대 등도 현대차·기아의 판매량 증가를 견인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EV)은 모델별 판매량에서도 5위를 차지했다. 생산거점이 확대되면서 세계 시장에서 5만5981대가 판매됐다. 이러한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점유율과 차량별 판매순위가 올해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현대차에서 올해 출시한 '아이오닉5'가 사전계약만 3만5천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보급 계획 2만6천대를 훌쩍 넘긴 수치다. 현대차는 길어질 출고 대기 기간을 우려해 증산을 고민할 정도라고.

기아도 전기차 경쟁에 가세한다. 기아는 첫 전용 전기차인 ‘EV6’의 윤곽을 지난 3월 9일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전기차로, 관계자들은 아이오닉5와 경쟁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 규모를 키울 것으로 기대한다.

수소전기차는 '넥쏘'가 독보적이다. 현대차의 넥쏘는 일본 토요타 '미라이'를 밀어내고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을 80% 가까이 장악하며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했다. 현재 수소전기차를 양산해 판매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와 일본의 토요타와 혼다뿐이다.

현대차는 2020년 수소전기차를 전 세계에서 6488대를 판매했고, 토요타와 혼다는 1564대와 230대를 판매했다. 

기아 EV6 티저 이미지 (사진=기아)

◇ 세계 주요국의 전기차 지원 정책이 판매 상승으로 이어져

2020년 전 세계의 전기차 판매 증가는 유럽과 중국이 이끌었다. 특히 유럽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133.5% 증가한 129만대로 전기동력차 시장 점유율이 전년 27/2%에서 43.9%로 확대되어 중국의 41.1%를 추월했다. 

이러한 유럽시장의 성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자동차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기동력차 보조금을 증액하고 적극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예산을 확대한 결과라고 위 보고서는 설명한다.

또한, 2020년 강화된 주요 국가들의 온실가스 규제에 대응해 완성차 제조사들이 신모델 투입을 확대한 것도 판매 증가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예고하고 있다. 그에 맞춰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도 신에너지 자동차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앞으로 새로운 모델의 전기차가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위 보고서는 향후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300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예측하며 업체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구축  같은 전기차 지원 정책도 필요하지만, 정부가 규제 개선을 통해서도 국내 전기차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제로 탄소 기업과 산업을 구축한 나라가 다음 세대에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한 빌 게이츠의 말이 아니더라도 탄소중립은 이미 세계 경제를 끌어가는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  정부가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동력차 개발과 보급을 더욱 독려해야 하는 이유다.

[이넷뉴스=강대호 기자] dh9219@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