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비화석 에너지 비중 20%” 중국, 탄소 중립 시동
중국, 지난 8일 전인대에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까지 장기 목표 강요’ 초안 공개 초안과 함께 “비화석 에너지 비중 20% 확대” 목표치 제시...전향적 수치로 평가 미국 의식한 행동이란 해석이 지배적...원전·풍력·태양열 중심으로 비중 높일 듯
[이넷뉴스]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 중국이 2025년까지 비화석 에너지 비중을 20%로 확대한다. 비화석 에너지는 화석 에너지를 제외한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 등을 말한다. 중국은 2014년 국가기후변화대응규획에서 2020년 비화석 에너지 비중 목표치로 15%를 제시했다. 이번 목표치는 예상치에서 5%P를 끌어올린 것이다.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정점을 찍는 2030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배출량을 줄여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 중국의 ‘비화석 에너지 확대’는 미국 덕분?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 강요’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에는 “2025년까지 비화석 에너지 비중을 20%가량으로 높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비화석 에너지 비중 목표치도 함께 공개해 왔다. 보통 3~4%가 제시됐다. 이번 5%가 상당히 전향적인 수치라고 평가되는 이유다.
중국이 비중 목표치를 높인 배경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점에선 의견이 일치하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인권, 안보 등 대부분 분야에서 중국 정부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지만, 기후만큼은 협력할 수 있다는 태도다. 이에 미국과 관계 개선을 꾀하는 중국이 비화석 에너지를 앞세워 ‘화해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타협적 태도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미국의 자리를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파리 기후 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일방통행식 정책을 펼쳐 유럽 연합(EU) 등 여러 나라의 반발을 샀다. ‘G2(미국·중국)’를 넘어 ‘G1’을 꿈꾸는 중국이 미국의 리더십 공백을 틈타 세계에 ‘대국’으로서 존재감을 높이려 했다는 것이다.
◇ 시진핑 “2060년까지 탄소 중립 실현...반드시 행할 것”
중국은 세계 1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유엔 환경계획(UNEP) 등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 총 122억 5,00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며, 이는 2~5위 미국(64억 9,200만t)·인도(26억 8,700만t)·러시아(20억 9,700만t)·일본(13억 600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한 것과 비슷하다. 전 세계 온실가스 4분의 1은 중국에서 나오는 셈이다. 한국은 같은 자료에서 6억 9,300만t으로 11위에 올랐다. 이란(7억 4,200만t·9위), 캐나다(7억 800t·10위)보다도 낮다.
공교롭게도 신재생 에너지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나라 역시 중국이다. 중국의 태양 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은 2018년 세계 시장의 45%를 차지했다. 문제는 그런데도 석탄 소비량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중국 석탄협회(CNCA)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38억 4,000t이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에너데이타(Enerdata)가 집계한 같은 해 세계 석탄 소비량(76억 4,400t)의 절반 수준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정상 연설에서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탄소 중립 선언이었다. 시 주석은 세계 각국에서 회의적 시선이 이어지자 두 달 뒤 G20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은 말한 것은 반드시 행한다. 확고히 실천할 것”이라며 다시 탄소 중립 의지를 확인했다.
◇ 원전 늘리고, 청정에너지 클러스터 만들고
중국은 원전, 풍력, 태양광을 중심으로 비화석 에너지 비중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인대 초안에는 2025년까지 원자로 20여개를 신설해 현재 50GW(기가와트) 수준인 원전 발전량을 70GW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국은 현재 13개의 원전을 새로 짓고 있다. 5년 안에 원전 7개를 추가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원전 발전량 세계 2위에 오르게 된다.
초안에는 “풍력, 태양광 에너지 생산을 큰 폭으로 증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동북 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네이멍구 자치구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티베트 자치구 △윈난성 △쓰촨성 등 서북부 지역 8곳에 태양광·풍력·수력 발전 시설을 결집한 청정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 에너지 컨설턴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현재 정책대로라면 2020년 9% 수준인 중국의 풍력, 태양광 에너지 공급 비중은 2030년 18%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석탄 소비량은 당분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경제 회복 지원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통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석탄협회(CNCA)는 지난 2일 발표 자료를 내고 올해 중국 내 석탄 소비량이 2020년보다 0.6% 늘어난 40억 4,000만t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앞서 시 주석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정점을 찍는 2030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갈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