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에너지 만들고 관리하는 ‘스마트 건물’ 뜬다

에너지 가장 많이 소비되는 분야 ‘건축물’ 건물 에너지 재생산·관리시스템, ‘탄소중립’ 첫 걸음 증가하는 건축비용·노후건물 리모델링 관리 관건

2021-03-09     김범규 기자

[이넷뉴스] 미래에는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해 어떻게 다른 기술과 융합해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빅데이터,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사물들을 연결하는 ICT로의 환경이 포스트코로나 이후 세상을 이끌 핵심 기술의 원천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건물에도 접목되고 있다.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이 대표적이다. BEMS는 건물 내 주요 공간·설비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에너지사용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에너지소비 절감과 건물의 쾌적한 실내환경 유지에 활용하는 최첨단 ICT 시스템이다. 

이 기술을 통해 건물이 스스로 에너지 소비율을 최적의 환경으로 전환함으로써 건물 에너지 절감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이는 2050 탄소중립 실현에도 중요한 발걸음이 되고 있다.

종로구 세종로 전경 (사진=김범규 기자)

◇ 에너지 소비율 가장 높은 곳 ‘건물’

에너지의 96%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절약 이슈는 국가적 주요 과제라 할 수 있다. 

매년 여름과 겨울을 기점으로 전력예비율, 공급예비력 등의 전력공급 상황을 주요 뉴스로 내보내고 전력 수급 계획망을 주요 정책으로 내놓는 것만 보더라도 각 기업이나 가정, 공공기관의 에너지 소비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아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분야는 산업, 운송, 건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건물로 약 20%의 에너지가 건물을 통해 소비된다. 이 건물에는 공공기관, 기업 건축물부터 우리가 먹고 생활하는 주거 건축물 등이 모두 포함된다. 

세계건물건축연합(Global Alliance for Buildings and Construction)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건물과 건물건축 부문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사용량은 지구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36%를 차지한다. 또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은 39%에 이른다.

앞으로 건축물이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인구 증가에 따라 건물 수요 역시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 

세계건축물연합은 앞으로 40년 동안 지구의 건물 면적이 2300억㎡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이 증가율이 2016년 기준 지구의 건물 면적인 2350억㎡와 비슷한 규모라는 것이다. 따라서 파리협정의 기후변화 억제 목표를 제대로 달성시키기 위해서는 건물 단위 면적당 에너지 소비량을 오는 2030년까지 2015년 대비 30% 향상시켜야 한다.

 

◇ 건축물, ‘에너지 자급자족 기술’ 집중

늘어만 가는 에너지 소비량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율이 가장 높은 분야인 건축물부터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에 최근에는 공공건물부터 주거지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효율을 높인 건축물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내년 8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정부세종 신청사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건물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제로 실천 전략을 모두 집대성 했다. 

지열시스템, 태양광발전설비를 통해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용할 수 있고 옥상에는 태양광발전형 전지판을 사용해 약 288kW의 전기를 건물 내 조명등과 사무기기 등에 활용한다.

또 공기의 에너지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폐열회수장비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실내에서 외부로 버려지는 배출 공기의 에너지를 회수하고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공기를 냉각 및 가열해 계절이 바뀔때마다 공기를 에너지로 재활용할 수 있다. 건물 전면에 설치할 BEMS는 전기, 도시가스, 상수도, 지역난방 등 건물 내 에너지 사용량을 수집, 분석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절감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경우 이미 2007년부터 자체 개발한 BEMS를 적용 중이다. 이 시스템은 369곳의 계량기와 계측기를 통해 1분 간격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15분 동안 누적된 평균값을 분석해 최적화 제어한다. 

SK건설의 ‘과천 위버필드’는 비주거 건물 중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물 1등급을 인증 받았다. 이 건물의 가장 큰 장점은 태양광 설비를 통해 별도의 전기나 가스 공급 없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건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모두 충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에너지 자립비율이 158.4%에 달해 에너지 소비량보다 자체 생산하는 에너지 양이 더 많다. 

구체적으로 SK건설은 건물 실외에 68kWp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내부에는 고단열, 고기밀 창호와 LED조명,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을 적용했다. 또 BEMS를 도입해 소비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SK건설측은 이 같은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연 19톤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의 풀무원기술은 최근 BEMS 1등급을 획득했다. 이 BEMS는 설비와 센서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에너지 흐름 분석과 운영이 보다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야시간에 얼음을 얼렸다가 한 낮에 녹여 건물을 냉방하는 방식인 빙축열, 지열·보일러 등의 열원 설비 정보와 온도·습도·미세먼지·이산화탄소 농도·조도를 포함한 9개의 실내외 정보를 종합해 설비를 최적화 하고 제어한다. 

특히 LG전자는 건축물 설계 단계부터 실험실, HACCP, 냉동·냉장 등의 특수용도로 사용되는 구역까지 에너지 관리 구획을 세밀하게 나눠 제어함으로써 에너지 관리 효율을 극대화 했다.

BEMS 개념도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데이터로 건물 에너지 효율 UP…노후 건물은?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은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19년부터 지어지는 모든 신축 건물은 ‘제로 에너지’정책에 맞춰야 한다. 일본의 경우 기존 대비 15~25% 이상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건물에 적용하면 비용의 1/3까지 보조금을 지급해 주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발 빠르게 관련 정책을 다듬고 있는데 최근에는 데이터를 통한 건물 에너지 소비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ICT 기반의 BEMS를 국가표준으로 제정했다. 이번 BEMS KS는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 활용 등 데이터 관리와 성과분석 체계를 운영 전주기에 걸쳐 표준화하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우선 에너지소비에 영향을 주는 필수적인 데이터의 측정지점과 수집방식을 제시해 데이터 누락과 불필요한 수집을 방지한다. 그럼으로써 비용 효과성을 제고하고 기기 간의 정보호환이 가능하도록해 데이터의 실시간 연동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의 저장코드를 표준화하고 데이터의 종류·단위·검증 등 분석정보의 관리방법을 규정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한다. 이후 에너지절감량 효과 산정 기준·방법을 표준화해 성과 분석이 보다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한다. 

무엇보다 외기조건, 재실상태 변화 등을 반영해 BEMS를 구축하기 전 건물 에너지 사용 기준수치와 BEMS 구축 이후 에너지사용량을 비교해 종합적인 에너지 절감량을 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건축물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현재 BEMS 설치 운영 의무 제도는 연면적 1만㎡ 이상의 공공기관 신축건물이나 별동으로 증축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서울시의 경우 연면적 1000㎡ 이상의 공공건물에 건물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고 2022년부터는 에너지다소비사업장 등 민간 분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가장 큰 문제는 가정과 상업건물의 배출량을 줄일 방법은 아직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 특히 기존에 지어진 건물의 경우 그린 리모델링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친환경에너지 발전시스템을 건축물에 도입할 경우 그만큼 건축비용은 증가하기 마련. 이에 점차 올라가는 건축비용 문제를 어떻게 상쇄시킬 것인지도 정부가 고민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