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코앞···세계 최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재 개발
KRICT 연구팀, ‘네이처’ 표지논문 장식 실리콘 태양전지와 유사한 수준, 25.2% 효율 달성 발광 효율 17%···융합소자 활용 가능성도 보여
[이넷뉴스]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의 효율을 25.2%까지 높이는 핵심 소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0.1cm² 소자에서 25.2% 효율 수준은 전 세계 태양전지 효율을 비교하는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차트의 최고 기록이다.
◇최고효율 25.2% 달성···실리콘 태양전지에 근접
한국화학연구원(KRICT)은 에너지소재연구센터 서장원 박사팀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핵심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Efficient Perovskite Solar Cells via Improved Carrier Management’라는 제목으로 세계 최고 권위지 네이처(IF=42.778)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2월 25일 오전 1시(한국시간) 온라인으로 발표됐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부도체·반도체·도체의 성질과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특별한 구조의 물질로, 발견자인 19세기 러시아 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Lev Perovsky)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무·유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2009년 일본의 미야자카(Miyasaka) 교수팀이 최초로 발표한 이후, 단기간에 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왔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 비교했을 때, 저렴한 화학 소재를 저온에서 용액 공정을 통해 손쉽게 제조할 수 있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에도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소개되는 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고효율 26.7%에 달하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광전변환효율에 비해 효율이 낮아 상용화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 페로브스카이트 층 소재가 빛을 흡수하면 전자와 정공은 각각 전자수송층, 정공수송층을 이동해 전극으로 가면서 전기가 발생하게 된다. 태양전지의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전압과 전류인데, 연구팀은 전압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전자수송층 소재와 전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페로브스카이트 층 소재를 개발해 효율을 크게 높였다.
◇KRICT, 최근 NREL 최고효율 차트 2차례 갱신
먼저 연구팀은 새로운 전자수송층 소재를 만들기 위해 화학용액증착법(chemical bath deposition)을 개발했다. 화학용액증착법은 태양전지의 구성층인 투명 전극 위에 주석산화물(SnO₂) 등을 바로 합성해 전자수송층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주석 산화물은 에너지 측면에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으로부터 전자를 잘 추출 시킬 수 있는 본질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저온에서 합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특히 주석산화물 소재가 강한 산성 환경(pH<2)에서 결함이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하고, 다양한 합성 변수를 조절해 결함이 적은 전자수송층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새롭게 밝혀진 SnO₂ 합성 메커니즘을 통해 만들어진 SnO₂ 박막은 기존의 박막에 비해 페로브스카이트와 투명전극(transparent conductive oxide)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전자 재결합을 억제하여 태양전지 구동 시 높은 전압과 고효율의 특성을 나타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전자수송층 소재는 결함이 적어 전자의 수송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데, 전자가 잘 이동하면 전지의 전압이 높아지며, 높은 전압은 높은 효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태양전지는 0.1cm² 소자에서 24.2%의 효율을 나타냈다. 이 기록은 2019년 4월 NREL 효율 차트에 당시 최고 효율로 기록됐다.
또한 연구팀은 박막의 특성을 향상하는 기술도 개발하여 보고했다. 페로브스카이트 층 소재는 원래 페로브스카이트 결정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결정에는 빛을 잘 흡수하는 검은색 결정과 빛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노란색 결정이 섞여 있다.
페로브스카이트가 갖는 여러 개의 결정구조 중 고효율의 태양전지에 적합한 결정구조는 상온에서 열역학적으로 불안정하여 쉽게 결정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태양전지에 유용한 이 특정 결정구조를 안정화하려면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에는 첨가물(additive)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 첨가물은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의 결정 입자(crystal grain)를 작게 만들고 태양광 파장을 한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층에 투입할 수 있는 적절한 브롬(Br)의 비율을 찾아내 새로운 소재를 합성했으며, 그 결과 전지가 더욱 빛을 많이 흡수할 수 있어 전류가 높아졌고 효율이 향상됐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기존에 세웠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 기록을 다시 한 번 갱신했다. 0.1cm² 소자에서 달성한 25.2%의 효율은 2019년 9월 세계 최고 효율로 NREL 공식 인증을 받았는데, 이는 논문을 발표하기 전 연구 결과를 NREL에 보내 얻은 결과다.
아울러 1cm² 소자에서는 23%의 세계 최고 효율을 달성하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에 필수조건인 대면적화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KRICT 서장원 박사는 “이번에 보고한 25% 이상의 높은 효율은 이론효율의 80.5%에 해당한다. 앞으로 효율 향상이 좀 더 이루어진다면 26% 이상의 효율도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최고효율 26.7%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최고 발광 효율도 달성···“다양한 분야 활용 기대”
현재까지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전지는 500°C가 넘는 고온의 열처리 공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소자는 150°C를 넘지 않는 온도에서 모든 열처리가 가능해 미래에 주목받고 있는 플라스틱 기판을 이용한 유연소자 및 경량소자에도 적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한 새로 개발된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약 17%의 높은 발광소자 효율(LED EQE, LED External Quantun Efficiency)을 나타냈다. 발광 효율은 지금까지 태양전지 효율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로 측정됐는데,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발광 효율은 그간 약 5~10%에 그쳤다.
이번 기술의 발광 효율은 17%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중에선 가장 높게 보고된 LED EQE다. 이는 새롭게 개발된 SnO₂ 전자수송층과 특성이 향상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성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빛을 흡수해 전기를 만드는 동시에 밝은 빛을 내는 발광소자로 구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융합소자를 개발하는 추가연구에 대한 기대도 밝혔다.
공동 교신저자 신성식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빛을 흡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밝은 빛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기 때문에,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 외에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연구단),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 개발사업, 한국화학연구원 주요 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융합과제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comt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