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K 해상풍력 웨비나 ②] 韓, 부유식 해상풍력에 유리한 조건 갖춰

해양공학 전문성·해양 생산능력 등에서 앞서 연약한 지반과 얕은 암반 등 까다로운 지반 조건 수심 깊은 동해에는 부유식 기초가 해법

2021-02-26     정민아 기자

[이넷뉴스] 주한영국대사관 국제통상부가 개최한 웨비나 첫날인 지난 18일에는 BVG Associates, Lloyd Register, ZX LIDAR, Turner and Townsend가 참여했다. 각 세션에서는 해상풍력 분야의 글로벌 시장 및 기술 동향과 풍력단지 인증, 윈드 라이다(Wind Lidar), 해상풍력 프로젝트 관리 등이 소개됐다.

19일에는 Arup, Cathie, Atkins, LOC가 해상풍력 엔지니어링, 한국 해역 해상풍력 기초(Foundation), 풍력터빈 하부 구조와 현장별 부하 계산 등에 관한 내용을 공유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도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었다. 영국 해상풍력 주요 기업의 발표 내용 중 한국 시장에 대한 제언을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한국,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의 선두주자”

2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Lloyd Register(LR)는 해상 구조물 프로젝트와 해상 기초 프로젝트에도 다수 참여한 기업이다. 특히 현재 세계 최초 부유식 수소생산 풍력터빈 프로젝트의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LR의 닐 모르간(Neil Morgan) 지질공학 엔지니어는 ‘풍력단지 인증-현장 조건에서 인증까지(Wind farm certification-From Site Conditions to Certificate)’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풍력 프로젝트는 그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며, 시행사는 물론 투자자, 규제당국, 설계업체 및 컨설팅사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

모르간 엔지니어는 “풍력 프로젝트 인증은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품질 보증과 리스크 완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풍력 프로젝트 인증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투자금을 보호할 수 있으며, 해당 프로젝트가 국제 법규와 표준, 혹은 국내 규제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르간 엔지니어는 특히 해상풍력 개발 인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설계 기초(Design Basis) 단계의 조기 대응을 꼽았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 “후반부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여 추가적인 비용이나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loyd Register의 한국 내 진출 현황 (사진=주한영국대사관 줌 화면 캡쳐)

ZX LIDAR의 윈드 라이다는 지난 5년간 95%의 해상풍력 개발 부지에서 계측에 활용됐다. ZX LIDAR의 맷 스미스(Matt Smith) 영업이사는 ‘해상 풍력: 현재와 미래에 윈드 라이다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발표를 통해 윈드 라이다 및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한 내용을 소개했다.

스미스 영업이사는 “현재 사용되는 모든 부유식 라이다 데이터는 10분 평균 풍속 및 풍향 데이터”라며 “보다 많은 시장과 부지가 생기면서 난류를 비롯하여 더욱 다양한 해상 풍황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난류강도(TI) 계측이 필요한 해상풍력 산업계에서는 라이다 데이터 확보 방법을 찾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다양한 사례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개발하고 있는 부유식 라이다 솔루션도 소개됐다. 스미스 영업이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의 부유식 라이다 Webons와 선박형(Nomad Buoy) 경험이 있는 Seatech의 ZX LIDAR 통합 설치를 한국에서 개발한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언급했다.

KIER의 부유식 라이다 Webons(좌), Seatech의 ZX LIDAR 통합 설치(우) (사진=주한영국대사관 줌 화면 캡쳐)

스미스 영업이사는 “한국은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의 선두주자”라고 단언했다. 부지 면에서도 그렇지만 발전기 공급과 연계된 상업적 과제를 고려했을 때도 한국이 앞서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개인적인 의견으로 부유식 해상풍력 산업은 현재 항만물류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고정식 기초와 비슷한 LCoE(균등화발전원가)를 달성하고자 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스미스 영업이사는 대부분의 부유식 해상풍력 설치는 부유식 기초에 풍력발전기를 탑재하는 형태로 알고 있는데, 각각 별도로 인증받는 경우 재무적으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영업이사는 “해양공학 전문성, 해양 생산능력, 부지, 항만 조건이 좋고 부유식 해상풍력, 풍력발전기 제조에 대한 지원과 국내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안정적 경제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며 부유식 해상풍력을 설치하는데 한국은 조건이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두산과 현대중공업, 그리고 삼성도 국내외적으로 이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기 때문에 대규모 해상풍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내다봤다.

 

◇세굴·지진 등 고려한 기초 설계 필요

해양 물리과학 및 지반공학 컨설팅사인 Cathie는 석유·가스 업계에 해양 지반공학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로 설립되었지만, 그 후 재생에너지 시장이 형성되면서 75GW 이상의 해상풍력단지 사업과 17,000km 이상의 해저 케이블 경로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Cathie의 필 스티븐슨(Phil Stephenson) 선임 엔지니어는 ‘한국 해역 해상풍력 기초를 위한 지반 설계 및 분석(Geotechnical Design and Analysis For Offshore Wind Foundations In Korean Waters)’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 4C Offshore 데이터베이스 상에 인허가된 한국의 해상풍력단지는 74개다. 스티븐슨 엔지니어는 “한국에서 전면 가동 중이거나 시공 전이거나 인허가 중, 혹은 기획단계의 해상풍력단지 중 25%가 수심이 60m보다 깊은 해역에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슨 엔지니어는 한국 해상풍력단지의 지반 조건을 △수심 10~20m 서해에 위치한 A 지역 △완도와 제주도 사이에 위치한 B 지역 △대한해협과 동해에 있는 C 지역, D 지역으로 예를 들어 설명했다.

Cathie의 Phil Stephenson 엔지니어가 예로 든 최근 한국 해상풍력단지 4곳의 입지 조건 (사진=주한영국대사관 줌 화면 캡쳐)

A 지역의 지반 조건은 얇은 해사층 밑으로 약·중 강도의 점토와 실트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아래 수심 40~50m에 화강암 지반이 자리 잡고 있다. B 지역 수심은 육지 부근에서는 50m에 못 미치지만 제주도 방향으로 내려갈수록 135m까지 깊어지기도 한다. 제주도는 단단한 화산암이 해저면 가까이 혹은 해저면에 분포된 것이 특징적이다.

C 지역과 D 지역은 지반 조건이 유사하지만, D 지역 수심이 85~100m, 표층 퇴적물의 수심도 80~100m 사이로 더 깊다. 또한 D 지역은 해안선 방향으로 갈수록 퇴적암으로 구성된 지반암이 해저면에 드러난다는 위험요인이 있다.

스티븐슨 엔지니어는 한국이 전반적으로 꽤 까다로운 지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초 설치에 적합하지 않은 연약 지반에 상당한 난제가 될 수 있는 얕은 암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진활동도 상대적으로 적지만 발생한다.

스티븐슨 엔지니어는 “표층 퇴적물의 지반 조건을 생각하면, 특히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세굴(scour)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굴이란 해수의 흐름이나 파랑에 의하여 해안 구조물의 기초나 토대 아래 지반이 깎여 나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기술 설계 시 세굴을 염두에 둬야 하며, 액상화와 지진하중 등 지진 관련 내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반 조건은 기초에 영향을 준다. 스티븐슨 엔지니어는 “풍력터빈이 해저에 고정된 고정식 솔루션은 일반적으로 60m보다 얕은 수심에 설치한다”며 “A, B 지역과 C 지역의 일부는 고정식 기초가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고정식 기초인 모노파일, GBS, Piled Jacket, Suction Caisson이 제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한국 해역의 조건을 고려했을 때 “Piled Jacket이 이미 한국에서 검증된 공급망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고려해 볼 만한 좋은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모노파일과 Suction Caisson은 때에 따라 가능하지만, GBS는 한국의 지반 조건에는 상대적으로 덜 적합한 솔루션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븐슨 엔지니어는 “대한해협을 따라 수심이 깊어지는 C, D 지역의 일부와 동해에서는 부유식 풍력단지가 유일하게 타당한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부유식 기초에서는 세계 다른 지역의 부유식 풍력발전단지에서 사용 중인 솔루션인 Drag Anchor가 한국 조건에도 적합할 것으로 추천됐다.

스티븐슨 엔지니어는 “기초설계의 목적은 구조물의 수명 전반에 신뢰할 수 있고 수용 가능한 설계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기초 솔루션은 경제성도 있으면서 설치가 가능한 구조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정 입지에 타당한 기초 솔루션을 결정하기 위해 반 정석적 방법인 열지도(Heat Mapping)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comt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