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폐비닐’서 ‘고급 기름’ 추출하는 열분해 공정 개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경환 박사 연구팀, 연속식 열분해 플랜트 개발 기존 공정과 비교해 원료 처리율 3배 이상 높아...고품질 및 60% 이상 생산 수율 유지 가능 2022년까지 일일 폐비닐 처리량 10t으로 끌어올릴 예정...사업화 가능 실증 규모
[이넷뉴스] 다 쓴 비닐에서 고품질 기름을 추출하는 공정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현재 소수 기업이 상용 운전하고 있는 폐비닐 기름 추출 공정은 열분해 능력 제한으로 기름 품질과 생산 수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새 기술은 오랫동안 일정한 반응 온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고온에서 추출해 기름 품질이 좋고, 생산 수율도 60%를 웃돈다. 연구진은 2022년까지 일일 폐비닐 처리 규모를 10t까지 끌어올려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 기존 대비 원료 처리율 3배, 환경 규제치도 만족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순환자원연구실 이경환 박사 연구팀이 23일 공개한 연속식 열분해 플랜트는 기존 폐비닐 전환 공정보다 생산율, 에너지 효율성, 경제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같은 설치 규모를 기준으로 기존 공정보다 원료 처리율을 3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반응기 내부의 온도 분포를 다르게 하면서 원료 투입량까지 조절할 수 있어 기름 품질 및 수율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지 가능한 생산 수율은 60% 정도다.
폐비닐 기름 전환은 원료 투입, 열분해, 생성물 정제, 잔사물 처리, 최종 제품화 순으로 진행된다. 기존 회분식 반응기는 대당 5~10t의 원료 투입한 뒤 온도를 높이고 오랫동안 가열해 기름을 추출한다. 이는 빠른 원료 투입이 어렵고, 반응 뒤 남는 잔재물 처리가 곤란한 데다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는 시스템으로 에너지 손실량이 많다는 한계가 있다. 만들어진 기름의 질과 생산 수율도 30~40%로 낮다.
연구팀은 △전 처리된 플러프(Fluff·비닐 조각)를 원료로 활용 △산소 차단 밸브 △질소 퍼징 등으로 이를 해결했다. 또 원료 투입, 기름 포집, 반응 뒤 잔사물 배출 등 모든 공정이 안전하면서 연속적으로 이뤄져 처리 규모 확대가 쉽게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새 공정으로 생산한 기름은 4대 중금속(납, 카드뮴, 수은, 크롬) 등 환경 규제치도 만족해 별도의 중화 과정 없이 판매할 수 있는 수준이다.
◇’폐비닐 처리’, ‘에너지화’ 두 마리 토끼 잡아
폐비닐은 공터나 사업장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쓰레기 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폐비닐 발생량은 약 200만t으로, 이 숫자는 매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 활동이 늘면서 폐비닐 발생량도 급증한 상황이다. 2020년 상반기 폐비닐 발생량은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15% 증가했으며, 하반기 발생량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폐비닐은 20~30%만 재활용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매립, 소각된다. 문제는 매립, 소각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폐비닐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수백 년이 필요하며, 소각 과정에서는 미세 먼지를 비롯해 각종 유해 물질이 배출된다. 이에 분해 시간을 크게 단축한 생분해성 비닐이 대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높은 가격 등으로 활성화가 더딘 상태다.
새 기술은 ‘폐비닐 처리’와 ‘에너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앞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연 이경환 박사는 “현재 운전되고 있는 열분해 오일화 기술은 회분식이거나, 반연속식 소규모 저급 열분해 공정 기술로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연속식이면서 고급 기름을 생산할 수 있는 열분해 오일화 기술이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선진국이 앞다퉈 개발 중인 기술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서막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폐비닐 문제 겪는 동남아 등에 수출 추진”
폐비닐에서 기름을 추출하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다. 비닐이 유류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기 때문에 이를 역이용하면 기름을 얻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제시되면서다.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진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그러나 열분해 기술의 한계로 추출한 기름의 절반 이상은 중질유(重質油)였다. 중질유는 비중 측정 단위가 30도 이하인 원유다. 기름은 비중이 가벼울수록 품질이 좋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열분해 반응으로 얻은 생성물을 분리·증류·정제해 가솔린, 등유, 경질유, 중질유 등을 추출하면서 잔사물까지 안전하게 처리한다. 왁스 등을 포함한 미반응 잔사물을 없애 흙과 같은 무기물 및 고형 탄소 성분만 배출하도록 2차 공정을 진행했으며, 화재 위험이 있는 잔사물은 밀폐 상태로 내보내도록 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소모량은 낮추면서, 효율성과 경제성은 높였다.
연구팀은 현재 일일 2t 수준인 처리량을 내년까지 10t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10t은 사업화가 가능한 실증 규모다. 에너지연 관계자는 “이번 기술은 에너지연의 주요 사업의 하나로 수행되고 있으며, 현재 10여건의 국내외 등록 및 출원을 마친 상태”라며 “폐비닐 문제를 겪는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기술 및 플랜트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