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시멘트, 반환경 오명 벗고 ‘친환경 산업’으로 재탄생
자원순환·그린기술로 ‘탄소중립’ 실현
[이넷뉴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제조업들이 앞다퉈 미래 환경을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이 강조하는 부분은 에너지 재생산과 관련된다. 일반적으로 쓰레기라고 여겨졌던 폐플라스틱과 같은 폐기물들들을 순환자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원료 구입비용은 감소시키면서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이와 같은 프로세스는 온실가스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어 궁극적으로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탄소제로화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열쇠가 된다.
◇경제발전 초석에서 ‘반환경’ 주범으로 전락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는 업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석유화학산업은 그동안 공해를 유발하는 반환경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일반적으로 석유화학산업은 석유제품(Naphtha)이나 천연가스를 원료로 합성수지, 합성섬유 원료, 합성고무, 각종 기초 화학제품 등을 생산하는 산업을 뜻한다. 따라서 각종 생활용품부터 전기전자, 컴퓨터, 자동차, 건설 등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산업이 석유화학인 셈이다.
하지만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에너지 손실이 많이 되는 업종이다. 무엇보다 납사의 열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 등의 부생가스를 연료로 연소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 부문에서 연간 발생되는 온실가스만 약 7100만톤으로 국내 제조업 중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다. 따라서 석유화학=온실가스라는 공식이 항상 성립돼왔다.
게다가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세계가 이산화탄소를 줄여나가기 위한 정책들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탈탄소 바람이 거세지면서 석유화학업계는 대표적인 반환경 공해산업으로 꼽혀왔다.
이는 시멘트업계도 마찬가지. 시멘트는 건설자재의 핵심이며 레미콘, 슬레이트, 기와 등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주원료로 한 2차 제품들을 생산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연간 약 6100만톤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세계 12위의 시멘트 대국으로서 시멘트는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광산채취로 인한 자연훼손과 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유물질 등으로 인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3을 차지하고 있어 청정환경과는 거리가 먼 산업으로 낙인 찍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시멘트 산업은 연간 약 39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국내 산업부문 배출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중 하나다.
◇‘환경훼손의 주범’에서 ‘친환경 산업’으로 재탄생
최근 이와 같은 반환경 산업으로 분류됐던 석유화학분야와 시멘트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더 이상 환경을 해치는 산업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더불어 친환경과 관련된 기술투자를 통해 산업적 이익도 도모할 수 있어 제조업계의 이 같은 변신은 이미지 제고와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환경과학기술원은 폐플라스틱을 열분해 해 석유화학 원료 및 연료 등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 중에 있다. 이를 통해 올해 안으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실제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해 사용 가능성 등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추진하고 롯데케미칼은 친환경 사업 등에 5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친환경 부문을 6조원 규모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SK종합화학은 그린중심의 딥 체인지(Deep Change)를 목표로 친환경 제품 비중을 2025년까지 70% 이상으로 확대하고 여천NCC와 한화토탈 역시 지속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공정개선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시멘트업계 역시 2050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탄소중립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을 공식 표명했다.
한국시멘트협회 홍보협력팀 한찬수 부장은 “시멘트 원료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석회석을 채광해 분쇄하고 소성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시멘트의 제조 연료인 유연탄 대신 순환자원으로 대체해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부장은 “이 과정에서 폐타이어,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활용한다”며 “용암보다 약 2배 이상 뜨거운 2000도의 초고온에서 가열하고 기화시키기 때문에 폐플라스틱은 완전히 없어질 뿐 아니라 유해물질 배출도 없다”고 말했다.
시멘트 제조 연료인 유연탄은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자원인데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을 발생시켜 환경오염의 주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따라서 유연탄 대신 폐기물을 활용하면 환경과 경제적 이익을 함께 추구할 수 있어 기업 생산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린 산업으로의 변신…‘신기술 개발’이 관건
이들 업계가 공통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은 혁신기술개발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저탄소 전환을 가동하면서 보다 효율적인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설비효율의 향상, 공정개선, 바이오 플라스틱 R&D 활성화, 원료 및 연료 대체 방안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석유화학산업은 다른 어느 업종보다도 수소, 탄소,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폐플라스틱 등을 원료 및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제조기술 개발이 시급한 상황.
시멘트 업계 역시 단기적으로는 대체연료 사용확대, 저탄소 원료 할용, 공정 에너지 효율향상을 통한 순환경제를 활성화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저탄소 시멘트 생산기술, 탄소포집·전환기술 등의 혁신기술을 개발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들 업계가 친환경적인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시설투자를 위한 세액공제 확대, 인센티브 제공, 기술 및 연구개발 지원 등에 대한 협력이 중요하다.
한국시멘트협회 한찬수 부장은 “현재 유럽의 대체자원 비율은 48%며 이 중 독일은 최대 68%까지 대체자원을 활용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의 대체자원 비율은 23%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과 일본처럼 그린시멘트, 에코시멘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대체율을 높여 나가 자원의 선순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