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K 해상풍력 웨비나 ①] 해상풍력 신흥국의 성공 요건은?
영국 해상풍력 주요 기업 참석 글로벌 시장에서 다년간 쌓은 경험과 지식 공유 “韓, 조선 및 제조업의 강점 살려라”
[이넷뉴스] 한·영 해상풍력 협력의 장이 열렸다. 주한영국대사관 국제통상부는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제1회 영국 해상풍력 기술 소개 웨비나 2021(1st UK Offshore Wind Day 2021)’을 개최했다. 이번 웨비나에는 영국의 해상풍력 전문기업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해 시장 동향과 주요 기술 등을 소개했다.
영국 국제통상부 수출국 그레이엄 스튜어트(Graham Stuart) 부장관은 환영사에서 “이번 웨비나가 한국이 해상풍력 목표 달성과 전문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해양풍력산업
첫날 웨비나는 풍력발전 분야의 전략, 경제성, 기술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업인 BVG Associates의 “해상풍력 분야의 글로벌 시장 및 기술 동향과 이것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Global market and technology trends in offshore wind and what this means for Korea)”의 발표로 시작됐다.
발표자로 나선 블루스 발피(Bruce Valpy) 전무이사는 30년간 풍력발전 업계에서 일하며 풍력터빈의 설계와 각국 정부 기관·글로벌 에너지 기업 등에서 업계 전반 컨설턴트를 맡았다.
발피 전무이사는 해상풍력 산업의 주요동향에서 먼저 예상보다 발전이 느린 부분으로 미국의 해상풍력 사업이 여러 차례 지연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미국의 사례처럼 “특정 산업에서 신흥국가가 모멘텀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막 개발되는 시장에 진입할 때는 이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해상풍력 업계에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그리고 빅데이터(Big Data)의 효과가 생각보다 느리게 나타나고 있으며, 더욱 거시적인 차원에서 탄소세 도입과 가격 책정도 기대했던 시기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 산업이 빠르게 성숙 단계에 이르고 있는 점은 예상한 정도의 진전 속도를 보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터빈 공급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는데, GE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것과 터빈의 크기가 계속 커지는 것은 모두 긍정적인 상황으로 봤다.
발피 전무이사는 “각국 정부가 해상풍력발전에 점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많은 프로젝트 시행사들이 신흥시장에 주목하며 진입하고 있다”며 이러한 부분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석유·가스 기업들도 사업부 일부를 해상풍력 관련 업종으로 전환하는 등 해상풍력 업계에서 활동 중이며,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소 에너지와 Power to Gas, Power to X 등 다양한 신기술 관련 활동이 활발한데, 이런 신기술 없이 전기만으로 시스템이 구동된다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 확신을 심어주고, 일관된 지원 해야”
발피 전무이사는 해상풍력 신흥국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 요건으로 ‘정책 동인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제시’를 선정했다.
보통 정책 동인은 저가의 전력, 국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이익,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장기적인 환경 지속 가능성 등인데, 이들 간의 상충을 해결하는 것이 신흥시장의 주요 도전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상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점진적으로 큰 물량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가시화하고, 시장의 확신을 심어주면 균형점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남겼다.
두 번째 요건은 “탄탄한 제도의 틀”이다.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필요한 제도로 개발해역 임대차 제도(Seabed Leasing), 인허가 제도, 전력구매 계약제도 등을 예로 들었다.
마지막 요건으로는 “시장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일관된 지원”을 강조했다. 발피 전무이사는 경쟁력 있는 저리의 해상풍력 금융 조달 제도가 필요하며, 단계마다 금융지원의 타당성·효율성·신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활한 상호 의사소통과 함께 해상풍력발전 산업과 여타 해양환경 사용자들과의 상생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이런 제도를 마련할 때 시장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경쟁을 도모하고 비용 절감을 강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각국 정부는 임대차, 인허가 절차, 전력망 개선 등을 관리할 재원이 충분한 기관을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상풍력 산업은 아직 초창기의 급속한 성장기에 있기 때문에 늘 가변적”이고, 따라서 적극적인 관리 운영이 필요하며 “시장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제도와 지원의 틀을 지속해서 보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해상풍력 설치용량은 30GW가량 된다. 발피 전무이사는 중기 전망으로 설치용량이 2030년 말까지 200GW를 상회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2040년 말까지 750GW, 2050년에는 1,400GW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2050년까지 총지출액은 3조2,000억 파운드(약 5,023조3,280억 원)로 예상했다.
또한 유럽 중심이던 해상풍력 시장이 유럽·아시아·미주 지역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대형 기자재를 세계 다른 지역으로 수송하는 큰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지역별로 공급망을 구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발피 전무이사는 “300kW급의 풍력터빈을 설계하면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당시 날개(Blade) 길이가 16m였다. 현재 풍력터빈 Blade의 길이는 그 당시보다 6~7배 길어졌다”고 말했다.
터빈의 정격출력 또한 증가해 “현재 해상풍력 터빈 세대는 12~14MW급이지만, 2020년대에는 20~30GW급, 그 후로도 더 커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여기에 기술적 한계는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韓, 잠재력 크지만, 다른 나라에 성장 밀려
발피 전무이사는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 중 해상풍력 자원이 풍부해 환경 조건이 뒷받침되며, 현지 공급망이 구축되어 있고, 경쟁력 있는 비용의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국가라면 큰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저탄소의 지속가능한 청정 전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며, 각국이 석탄화력발전에 상당히 의존했던 발전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해상풍력 산업에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그사이 다른 나라에서 더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이를 위해 먼저 “전향적이고 현실적이며 대부분의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미래 방향성에 합의할 것”을 주문했다.
발피 전무이사는 “한국의 산업을 어떻게 키워나갈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업계에서 시장 발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협업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명확한 시장·산업 정책을 수립하고,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는 탄탄한 제도 마련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상호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어민들을 포함한 공존과 상생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피 전무이사는 국제관계를 잘 활용할 것을 요청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타국의 지식과 시사점을 받아들이고, 업계 차원에서는 최근 몇 년간 다른 나라에서 발전 원가를 낮추는데 핵심적이었던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발전 원가와 국산부품 사용 요건 간의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고정식과 부유식 해상풍력 중에서 합리적으로 선택할 것을 요청했다.
발피 전무이사는 “초기에는 고정식 즉 기초(Foundation)와 모노파일(Monopile), 자켓(Jacket), 중력식(Gravity Base)이 해저면에 고정된 형태의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될 것이고, 그 후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산업이 2020년대 말쯤에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장기적인 시장과 함께 국제 경쟁력을 갖는 국내 공급망이 구축되어야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발피 전무이사는 “우리가 경험을 통해 배운 바에 따르면, 오래 유지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기 위해서는 큰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국산 부품을 사용하도록 규제하여 경쟁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국제 기술 습득을 하기 어려운 제도로 작은 시장을 형성하기보다는 큰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회 많지만 냉정한 시장···“국제 협력 활용하라”
발피 전무이사는 한국 정부가 “우선 적정한 발전 원가의 적정한 해상풍력발전 물량을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협업이 필요하며 경험이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최신의 가장 큰 터빈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에 국내 터빈과 터빈 부품 공급업체에 미칠 영향도 고려할 부분으로 언급했다.
다음으로 “아시아 지역 내에 수출이 가능한 국제 경쟁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미 연안에 역량을 갖춘 핵심 제조업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의 장점을 잘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한국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글로벌 시장과 역내 이웃국가의 장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상풍력 산업에 뛰어들 기업에는 “해상풍력 산업에서 막대한 성공을 거둘 분도 많지만, 동시에 10년 내 해상풍력 산업에 새로 진입할 경쟁자가 수천 명에 달할 것”이라며 “해외 시장의 경험과 지식을 많이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글로벌 기업은 기술과 구매에서 최신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대를 고객으로 영입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중요한 사항으로 해상풍력 기자재의 크기가 계속 커지는 추세를 다시 한번 언급했다. 기자재의 크기가 발전 원가를 낮추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발피 전무이사는 “기자재가 더욱 커질 것을 고려해서 투자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에 따라 향후 더 커질 부품을 소화하기 위해 발전 시절의 규모를 미리 크게 잡고 시공하면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지만, 시설을 여유 있는 규모로 지어두지 않으면 몇 년 만에 쓸모가 없어진다는 점을 경험으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발피 전무이사는 “한편으로는 기자재 크기가 커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할 여지도 켜졌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참여자와 기존의 시장 참여자 모두 더 큰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가능성도 확대된 것으로 봤다.
특히 기자재 크기가 커지면서 더 큰 운반 및 설치선 건조와 기초 제작 시설도 필요해졌고, 기술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한국이 특히 조선 및 제조업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더욱더 많다”고 강조했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comt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