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 그리고 타이어 진동까지 에너지로 사용한다

다양한 기술과 청정에너지로 미래 디바이스 지원 2025년까지 연평균 약 18.5% 성장 예상 국내 기술 개발 넘어 실증 어려움이 상용화 고비

2021-02-10     신종섭 기자
EH 기술은 태양과 바람은 물론 진동, 압력 등에서 부터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출처 : 픽사베이)

[이넷뉴스] 최근 일상의 모든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이하 EH)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태양광 에너지를 비롯해 체열이나 정전기, 걸을 때 생기는 압력, 상하좌우로 움직일 때 생기는 진동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어 전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주로 저전력 전기 제품에 사용되나 최근 센서나 스마트워치 등 미래 디바이스에 활용되면서 배터리와 같은 기존 전원 사용에 대한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 전세계 사물인터넷 사용으로 활용도 증가세

시장 조사업체인 리포트링커(reportlinker)에 따르면 전세계 EH시장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약 11%를 기록했으며, 2025년까지 18.48%의 높은 성장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시장 가치가 2020년 4억 439만 달러에서 2026년 8억 1,72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EH 기술은 배터리 및 전원 케이블과 같은 기존 전원이 필요하지 않아 전체 비용이 절감되고 원거리에 위치한 전자 장치, 센서 네트워크 및 웨어러블 전자 장치에 쉽게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또한 내구성이 뛰어나 유지 보수가 적고,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시스템은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전 세계 건물 및 홈 자동화, 산업 및 보안 애플리케이션에 사용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무선 센서 및 웨어러블 전자 장비, 사물 인터넷(IoT) 솔루션 통합 등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 EH 시스템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고 있어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특히 압전 EH 시스템은 원격 센서에 전원 공급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부상했다. 또 조수 및 바람과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 원을 사용할 수 있으며, 여러 국가에서 녹색 에너지 원의 사용을 장려하고 있어 향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전기 생산은 물론 태양빛의 일부를 투과시켜 시각적인 투광성도 확보할 수 있는 고효율 CIGS(구리, 인듐, 갈륨, 셀레늄으로 구성된 화합물 반도체 태양전지) 양면투광 태양전지의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전지는 양면 투광 구조를 갖고 있어 전면과 후면에서 입사되는 직달광과 산란광을 모두 전기 생산에 사용할 수 있다. 기존 단면 구조 태양전지에 비해 20%이상 향상된 전력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투명 태양전지는 태양 빛을 이용한 전기 생산과 가시광 빛 투과를 함께 구현할 수 있어 건물 외벽과 창호, 도시구조물, 모빌리티 등 다양한 곳에 적용이 가능해 상용화 여부에 따라 미래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 그림자까지 활용 가능하지만 상용화가 문제

최근 세계가 자율주행차 기술 경쟁에 뛰어들면서 관련 EH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1에 참가한 일본 전자기업 TDK(TDK Corp.)는 타이어 회전력을 압전 전력으로 변환해 배터리없이 감지, 데이터 수집 및 휠에서 전송 가능하게하는 EH 및 감지 모듈 제품을 발표했다.

휠 회전에서 생성되는 출력 접압. (출처 : TDK 홈페이지 갈무리)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지원시스템(Advanced Driver-Assistance Systems·ADAS) 및 안전 문제와 직결된 센서가 다량 필요하다. 바퀴에 장착된 센서는 전기 신호를 보내 타이어 데이터를 주행 안전 시스템에 전달한다. 이에 따라 많은 배터리가 요구되는데, 이를 내장 배터리 대신 차량의 회전 타이어에서 나오는 기계적 진동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EH 모듈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노면 상태, 휠 얼라인먼트, 타이어 압력 및 기타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으며, 도로변 인프라에 연결하여 스마트 모빌리티를 강화할 수 있다.

이 회사에서 센서 및 액추에이터를 위한 고급 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부사장 겸 부 총괄 책임자인 Rakesh Sethi는 CES 2021 기자 회견에서 “대규모 디지털 변환 및 전기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은 스마트 모빌리티가 생각하는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바퀴는 디지털화되거나 전기화되지 않은 자동차의 마지막 부분이다. 이 모듈은 모든 센서 시스템 또는 전자 임베디드 시스템에 영구 전력을 제공한다”라고 밝혔다.

EH 기술 개발은 미래 도시를 위한 시도도 하고 있다.

<에너지 및 환경과학회지(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 과학자들은 어디에서나 있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기술을 개발했다.

싱가포르 국립 대학교에서 개발 중인 그림자 효과 에너지 생성기(Shadow-Effect Energy Generator·SEG)는 태양 전지와 같은 전력을 활용할 수 있지만 굳이 빛이 계속 필요하지 않다.

태양 전지판과 마찬가지로 빛에 의존하여 실리콘을 비추고 전자를 활성화 하지만 금, 은, 백금 또는 텅스텐의 얇은 층을 특징으로 하는 패널을 사용하면 빛의 강도 차이로 인해 전자가 조명 영역에서 음영 쪽으로 이동, 이 영역에서 전기가 생성된다고 한다.

연구 팀장인 스위 칭 탄(Swee Ching Tan) 박사 팀이 테스트 한 패널은 크기가 약 6평방 cm이고 0.25볼트만 생산할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기술 개발은 이뤄지고 있으나 상용화가 어려운 것이 EH 기술의 한계점이기도 하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관계자는 “국내 기술의 경우 많은 개발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증 단계에 있는 것이 많다. 기대했던 전력이 나오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의 과제 수행 역시 실증이 문제인데, 앞으로 실증을 통한 충분한 전력이 확보된다면 다양한 곳에서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넷뉴스=신종섭 기자] shinj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