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전기차 3대 中 1대 ‘K-배터리’ 썼다···세계 2위 LG에너지솔루션, K-배터리 흥행 주도

SNE리서치 1일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조사 결과 발표···국내 3사 점유율 34.7% 2020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韓 ‘웃고’, 中-日 ‘울었다’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제치고 세계 2위···SK이노베이션, 9위에서 6위로 껑충 각 사 배터리 탑재 전기파 판매량 증가가 배경···LG-SK 소송전은 변수

2021-02-04     양원모 기자

[이넷뉴스] 지난해 전 세계 전기 자동차 3분의 1은 한국산 배터리를 품고 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일제히 약진하며 일궈낸 성과다. 특히 지난해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과 비교해 10%p 이상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K-배터리의 흥행세를 주도했다. SK이노베이션도 같은 기간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점유율 9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 

◇ 2020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韓 ‘웃고’, 中-日 ‘울었다’

지난 1일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출고된 전 세계 전기차의 총 배터리 사용량은 142.8GWh(기가와트시)로, 이 가운데 34.7%에 달하는 49.4GWh는 국내 기업의 출하량이었다. 2019년 16%에서 1년 만에 2배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10위 안에 포함됐으며, 전부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총사용량이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사용량이 2019년 12.4GWh에서 2020년 33.5GWh로 171.5% 늘어나며 총 23.5%의 시장 점유율로 세계 2위에 올랐다. 1위인 중국 CATL(24%)과는 불과 0.5%p 차다. CATL는 2011년 설립된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 업체로 중국 현지 업체와 BMW, 폭스바겐, 닛산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 ‘모델3’의 중국 내수용 제품에도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삼성SDI도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2019년과 비교해 SK이노베이션은 274.2%, 삼성SDI는 85.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4%p 가까이 점유율을 확대하며 9위에서 6위로 점유율 순위가 급등했다. 반면 중국, 일본의 배터리 제조사는 고전을 피하지 못 했다. 특히 일본 파나소닉은 시장 점유율이 6%p 가까이 떨어지며 LG에너지솔루션에 2위 자리를 내줬다.  

2020년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출처: SNE리서치)

◇ 각 사 배터리 탑재 전기차 판매량 호조 영향···”코로나에도 선방” 

국내 배터리 3사의 상승세 배경에는 급증한 전기차 판매량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테슬라 모델3(중국산), 르노 조에, 폭스바겐 ID.3, 포르쉐 타이칸 EV 등의 판매량 증가로 시장 점유율이 배 이상 뛰었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 코나 EV(유럽 물량), 기아 니로 EV 판매량 상승이 성장을 견인했고, 삼성 SDI는 아우디 E-트론 EV, 포드 쿠가 PHV, 폭스바겐 파사트 GTE 등의 판매 호조가 영향을 끼쳤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3사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도와 비교해 21%나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1·2분기 전기차 수요는 주춤했지만, 3분기부터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누적 배터리 사용량이 2019년을 추월했다. 코로나19 종식이 기대되는 2021년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상승 곡선을 그리며 배터리 사용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NE리서치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한국계 배터리 3사는 꾸준히 성장하며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며 “국내 업계가 앞으로 더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려면 시장 흐름에 맞춰 기술 경쟁력 강화 및 성장 전략 정비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출처: PXhere)

◇ LG에너지-SK이노 ‘세기의 소송전’ 결과는 변수

변수가 있다면 LG와 SK의 ‘집안싸움’ 결과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기술 침해를 놓고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번 달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 전인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영업 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결과가 발표된다. LG는 침해 배상금으로 SK에 약 2조 8,000억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SK는 1조원 미만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세기의 배터리 소송’으로 불리는 이번 쟁송은 어느 쪽이 승리하든 국가 배터리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승자 없는 싸움’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직접 민간 기업 간 분쟁의 해결을 촉구하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과 지난 2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 규제 샌드박스 2주년 성과 보고회에서 “법적 쟁송만 하지 말고 빨리 해결을 해야 한다”며 양 사의 합의를 종용했다. 

하지만 서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LG는 “SK가 제시하는 배상금, 배상 방식은 영업 비밀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SK는 “구체적으로 어떤 영업 비밀을 침해했는지 제시하지 않고 높은 배상금만 요구한다”며 맞서고 있다. 업계는 ITC 소송 결과에 따라 합의 내용, 배상금 규모가 확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