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방해행위 단속···우리 아파트는 왜 안 하지?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개정?···이용자가 느끼기엔 아직 허점 많아
[이넷뉴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전기차 충전소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공용주차장이나 주민복지센터 같은 공공 장소는 물론 아파트 단지나 대형마트에도 전기차 충전소가 계속 들어서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가 확충이 전기차 보급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용자가 많아지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접근성도 떨어지고 충전시간도 매우 오래 걸리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충전이 끝났음에도 충전기를 계속 점유하고 있거나 충전은 하지 않고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현상이 생겨났다.
전기차 충전소가 늘어나는 만큼 전기차 충전방해 행위도 많아지는 추세다. 그래서 정부는 관련 법을 제정했고 법으로 규제하고 단속하고 있다. 그럼 문제는 사라졌을까.
◇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은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의 정식 명칭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시행령 개정안’이다. 이 법은 지난 2018년 9월 21일에 산업통상자원부가 공포했다. 정부가 공포한 법은 해당 부처의 각종 규정과 연동되어 함께 움직인다.
이 법과 관련한 산업통상자원부 규정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이고, 이 규정의 제6조 ‘충전방해행위’ 조항을 보면 충전 방해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구역을 ‘급속충전기’로 한정했다.
해당 조항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에 대한 충전 방해행위는 급속충전시설을 이용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가 충전을 시작한 이후 1시간이 경과한 때까지 해당 충전구역 내에 계속 주차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명시됐다.
즉, 급속충전기를 이용하여 1시간이 지날 때까지 점유하고 있으면 ‘전기차 충전방해 행위’라고 전기차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규정은 정의한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방해 행위와 그에 대한 단속을 실제로 규정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내 충전 방해행위 기준 대상에는 ‘급속충전기’ 또는 ‘완속충전기’와 같은 세부 충전기 명칭이 없다.
단순히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의 충전구역 내에 물건 등을 쌓거나, 충전구역의 앞이나 뒤, 양 측면에 물건 등을 쌓거나 주차해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 로만 표기하고 있다. 충전방해행위 대상 충전기에 대한 명확한 표기가 없어서, 전기차 완속충전소는 충전방해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일까 쇼핑시설이나 주거시설 등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충전소가 일반 차량으로 가로막혀 전기차 운전자들의 완속 충전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에 마련된 전기차 급속 또는 완속충전소는 충전방해금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충전소에서 장시간 충전기를 점유하고 있다거나 일반 차량이 주차하는 충전방해 행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 법을 개정한다고 예고했지만
지난 1월 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 즉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을 개정하겠다고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는 정부가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국민에게 미리 알려 의견을 수렴하는 제도다. 산업부의 이번 일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은 2월 15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논란이 많았던 전기차 완속충전기 관련 충전방해 행위가 단속에 포함됐다. 완속충전 시설에 친환경차가 충전을 시작한 이후 최대 12시간까지만 주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급속충전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주차하거나 완속충전 장소에서 12시간 이상 주차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부과받게 된다. 그동안 충전방해 행위 단속범위는 전기차 급속충전기만 해당했다.
문제는 개정안 마련에도 전기차 충전방해 행위에 대한 단속범위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충전방해 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전기차 충전소 의무설치구역’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소 의무설치구역은 2017년 4월 6일 이후 주차구획 100면 이상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의무적으로 설치된 전기차 급속충전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건에 맞는 전기차 충전소는 서울시의 경우 전체의 2.7%에 그칠 뿐이고, 완속충전기까지 충전방해 행위까지 포함해도 여전히 서울 시내 전체 전기차 충전기 중 90% 이상은 단속에서 제외된다고 보았다.
더구나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 아파트 등 주거시설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충전기의 경우 단속대상에서 제외했다. 주로 야간에 충전소 이용이 몰리는 현실이라 민원의 소지가 많은데도 이를 외면했다. 이미 충전방해 행위로 아파트 세대원 간 갈등이 생기고 있고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계획으로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아쉬운 결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 정부는 계속 보완한다지만
전문가들과 언론에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개정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26일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자료에서 산업부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충전방해행위 단속이 가능한 충전시설을 의무설치된 충전시설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법 제11조의2제5항은 ‘누구든지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 및 충전구역에 물건을 쌓거나 그 통행로를 가로막는 등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전기차 충전소 의무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 및 충전구역에서의 충전방해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산업부는 강조했다. ‘주거시설 제외’와 관련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입법예고 단계를 통해 정부·지자체·전기차사용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중이고,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늘(2월 2일) 아침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 주차장을 가보았다. 3기의 완속충전기가 설치된 충전구역에는 2대의 차가 서 있었다. 2대 모두 충전 중인 차는 아니었다. 번호판 색깔도 전기차의 하늘색이 아닌 하얀색이었다. 전기차라 하더라도 충전을 마치면 이동하는 게 바른 전기차 이용 문화다.
“충전기를 점유한다고 민원이 들어온 적은 있어도 충전방해를 단속한다고 나온 적은 기억에 없어요.”
한 아파트 경비원의 말이다. 전기차 충전소 이용 에티켓은 전기차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지켜야 할 공중도덕으로 자리 잡아 가야 하겠지만 이를 규제하는 정부와 지자체 또한 실제 전기차 이용 환경과 행태에 맞춰 제 규정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넷뉴스=강대호 기자]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