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너지 심층기획] 농촌도 ‘저탄소’ 바람···영농형 태양광 도입 속도

‘농작물 재배+태양광 발전’ 함께하는 영농형 태양광, 수도권·주요 농경지 중심 도입 활발 국내 전체 농경지 5%만 활용해도 석탄·화력 발전소 32기 용량 전기 생산 가능 발전 공기업서 연구 개발 활발···”농지법 시행령 개정해 사용 기간 20년으로 연장해야”

2021-02-01     양원모 기자

[이넷뉴스] ‘저탄소’, ‘탈탄소’로 대표되는 신재생 에너지가 농촌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수도권 및 주요 농경지를 중심으로 영농형 태양광 도입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작물 재배와 태양광 발전을 함께 하는 형태다. 농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그 밑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설에서 발전한 전기를 판매한다. 현재 국회에는 농지 내 태양광 설비 도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농지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 에너지 업계가 영농형 태양광에 주목하는 이유 

31일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에 따르면 2016~2019년 국내에서 진행된 영농형 태양광 실증 실험은 16건 정도로, 이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파주시는 지난 29일 파평면 스마트팜 농장에서 50kW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 1,150㎡(350평) 규모의 태양광 설비 아래에선 콩, 양파를 활용한 이모작 재배 시험이 추진된다. 생산된 전기는 스마트팜 시설 하우스 냉난방 에너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에너지 업계는 영농형 태양광의 높은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전체 농경지의 5%만 활용해도 석탄, 화력 발전소 32기 용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8일 발표한 ‘2021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서 영농형 태양광 도입을 위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농촌 신재생 에너지 보급 규모를 올해 4GW, 2030년까지 10GW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은 “영농형 태양광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농업인이 주도하고,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방식”이라며 “올해 본격적으로 관계 부처와 논의해가면서 농촌 지역 토지 전반에 대한 이용 계획을 합리적으로 수립하고, 주민들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질서 있게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의 기대 효과 (출처: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경작, 발전 동시 수행 가능… 발전 공기업 관심

농사와 태양광은 상부상조가 가능하다. 작물은 광합성량의 임계치인 광포화점을 초과하면 광합성을 중단한다. 광합성량은 식물이 빛 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 탄소, 수분을 유기물, 산소로 변환시키는 양이다. 벼는 조도 50klux(킬로럭스) 기준 하루 5시간 정도 빛을 받으면 광포화점에 다다라 더는 광합성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작물 생육에 필요한 만큼을 제외한 나머지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게 영농형 태양광이다. 

영농형 태양광 연구 개발(R&B)에 가장 흥미를 보이는 곳은 발전 공기업이다. 한국남동발전은 2017년부터 경남과학기술대학교와 함께 총 6건의 영농형 태양광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서발전은 2019년 6월부터 영남대학교 연구팀과 태양광 발전 실증 단지 안에서 50kW 규모의 친(親)영농형 태양광 시스템 실증을 운영하고 있다. 

남동, 동서발전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 실증 사업이 진행되는 농지에서 수확한 농작물의 양은 일반 농지와 비교해 최대 80~117% 정도 많았다. 또 카드뮴, 수은 등 중금속 물질이나 잔류 농약도 검출되지 않았다. 영양 상태도 개선됐다. 동서발전이 지난해 11월 영농형 태양광 농지에서 파종한 보리의 영양 성분을 분석한 결과 조단백(12.3%), 조지방(1.4%) 등 4가지 영양 성분이 노지 경작과 비교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남동발전이 운영하고 있는 남해 관당마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실증 단지 (출처: 한국남동발전, 한화큐셀)

◇ “농지법 시행령 개정해 일시 사용 허가 기간 20년으로 늘려야”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의 용도 변경 승인을 받아야 도입할 수 있다. 문제는 현행 농지법 시행령이 농지의 타(他) 용도 일시 사용 허가 기간을 최대 8년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소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 설비를 8년밖에 쓰지 못하면 전기 생산 발전 단가(LOCE)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일시 사용 허가 기간을 20년으로 늘리고, 농지의 복합 이용을 가능하게 한 농지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일각에선 영농형 태양광이 작물 생산량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 방식은 농작물의 생산량을 7.3~20.3% 감소시킬 수 있다. 앞서 발전 공기업의 조사 결과와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유는 일조량 감소다. 태양광 패널 등이 작물의 광합성을 막아 생육을 저해한다는 것. 이에 대해 에너지 업계는 “하부 음영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작물 생육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다. 일본은 2013년 3월 농림수산성의 농용 지구 내 영농형 태양광 조건부 설치 허가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총 1,300건의 영농형 태양광 설치가 허가됐다. 중국은 황하 동쪽에 1GW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사업 단지를 조성했으며,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을 통해 농작물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영농형 태양광은 효율적인 국토 활용, 농가 상생, 시장 잠재력 등 다양한 장점에도 농지법 시행령으로 활성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며 사용 요건을 완화할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화큐셀은 경남 남해 관당마을의 영농형 태양광 시범 단지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