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가축분뇨로 친환경 ‘수소’ 만든다

국내 최초 바이오가스 활용 수소융복합충전소 5월 건립 창원시, 하수처리장에서 하루 3.5t 수소 생산 예정 폐기물로 에너지 생산···탄소중립 실현할 묘책 될까

2021-01-31     정민아 기자

[이넷뉴스] 음식물쓰레기, 가축분뇨, 하수슬러지... 이들 각종 유기성폐기물은 혐기성소화 미생물 작용을 거쳐 도시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을 다량 함유한 바이오가스가 된다.

바이오가스는 그동안 천연가스 대체 용도로 활용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물로 여겨졌다. 최근에는 전국 곳곳의 하수처리장에서 청정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를 생산하는 시범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특히 충주시에는 국내 최초로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융복합충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 음식물쓰레기에서 만든 수소로 달리는 수소차

충청북도는 오는 5월 충주시 봉방동 음식물바이오에너지센터 인근에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수소융복합충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지난 25일 밝혔다.

음식물폐기물에서 발생한 바이오가스를 활용하는 수소융복합충전소는 충북도와 충주시, 고등기술연구원 외 5개 기관이 참여하는 사업이다. 2019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됐으며, 국비 95억 원을 포함, 총사업비 121.9억 원이 투입되었다.

2년간의 기술개발 끝에 건립되는 수소융복합충전소는 국내 최초로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온사이트형 수소충전소’다. 이 사업으로 충북도는 99.995%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수소차의 연료로 확보했을 뿐 아니라 국내 최초로 1일 500kg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보유하게 된다.

충청북도 충주시에 들어설 수소융복합충전소 조감도 (출처: 충청북도)

바이오가스는 음식물쓰레기, 가축분뇨 등 유기성폐기물이 밀폐 저장탱크인 소화조 안에서 부패·분해하면서 생성된다. 밀폐형 소화조를 갖춘 하수처리장이라면 설비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경제성이 있다.

처음 생성된 바이오가스는 성분의 60~65%가 메탄이다. 이후 고질화 과정을 거치면 바이오가스에서 순도 높은 메탄이 생산된다. 정제된 메탄에서 수소를 얻는 방법은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것과 동일하다.

충북도는 수소융복합충전소를 통해 버려지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수소사회 조기 진입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해결될 것이라며 기대를 보였다.

그린뉴딜의 핵심인 수소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충북도는 수소차와 수소충전소를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도내 수소충전소를 12개소 이상 보급할 계획인데, 이는 충북도 수소차 보급 대수(지난해 11월 기준 323대) 대비 이용 가능 수소충전소가 전국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충북도는 이번 사업으로 수소 생산기지가 본격적으로 건립되기 전까지 도내에 구축되는 수소충전소에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수소를 공급하고, 현재 대산·여수·울산 등 부생수소가 생산되는 타지역에서 높은 운반비를 지불하고 운송되는 고비용의 수소를 대체할 계획이다.

김형년 충청북도 에너지과장은 “앞으로도 수소를 친환경적이고 값싸게 생산할 수 있도록 관련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온실가스를 줄이고 환경을 지키는 수소에너지의 대중화를 위하여 충청북도가 앞장서서 수소에너지 전주기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하루 3.5t 수소 생산, 수소차 7,000대 충전 가능”

이에 앞서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이달 초 환경부에서 주관한 ‘바이오가스 수소화시설 시범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가 주관한 이번 공모는 폐기물 처리시설을 에너지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그린뉴딜의 대표 사업이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국비 215억 원과 지방비 215억 원(도비 65, 시비 150) 등 총 43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경상남도 창원시 덕동물재생센터 (출처: 경상남도)

덕동물재생센터의 전신인 덕동하수처리장은 1993년부터 창원, 마산 등에서 발생하는 생활오·폐수를 1일 280t 처리해왔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해 지역 내 대표적인 혐오 시설이었지만, 2016년 최첨단 악취처리시설을 비롯한 매립가스 자원화 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시설인 덕동물재생센터로 변신했다.

현재 덕동물재생센터는 하루에 500t의 하수, 음식물쓰레기, 가축분뇨 등을 처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하루 발생하는 바이오가스 5,060㎥를 도시가스로 판매해왔다. 환경부와 창원시는 이곳에 1일 바이오가스 2만5,000㎥를 생산할 수 있는 혐기성소화조와 바이오가스의 순도를 높이는 고질화설비, 수소 개질설비, 수소저장‧운송설비 등 수소생산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덕동물재생센터는 하루에 1만6,000㎥의 메탄을 얻은 후 이를 분리해 수소 3.5t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수소승용차 7,000대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인근 덕동가스충전소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수소 3.5t을 천연가스에서 얻으려면 연료용을 포함해 천연가스 10t가량이 필요하다. 경남도는 그동안 도시가스를 개질해 생산했던 수소를 바이오가스로 생산함으로써 도시가스 구매 비용과 이에 따른 탄소배출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비용이 줄어들면 수소 판매단가도 낮아져 이용자도 저렴하게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아울러 탄소 배출량도 감축된다. 도시가스로 3.5t의 수소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바이오가스로 대체할 경우 9,818tCO₂가 줄어든다. 경남도는 이번 사업으로 연간 약 57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된 수소는 인근 덕동수소충전소로이송해 수소버스 충전에 이용되는 한편, 인근 거제, 함안 등의 수소충전소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인근 주민들에게 친화적인 시설을 같이 조성해 기피 시설로 인식되는 폐기물처리시설을 관광 자원화로 추진할 계획이다.

조현준 경남도 산업혁신국장은 “바이오가스 수소화설비 시범사업을 통해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 수소생산을 함으로써 경제적·환경적으로 기여하는 점이 크다”면서,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맞춰 경남이 앞으로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전환의 선도지역이 될 수 있도록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수·가축분뇨를 활용한 수소 생산 개념도 (출처: 경상남도)

◇ 이산화탄소 저장 및 활용 기술 상용화 급선무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공공 하수처리시설은 모두 3,965개다. 이 가운데 1일 500t 이상 처리할 수 있는 대형 시설은 681개, 이중 소화조를 갖춘 67개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는 1일 약 610t에 이른다. 이 바이오가스가 모두 수소 생산에 쓰인다고 가정한다면, 하루에 약 85.4t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수소경제가 주목받으며 수소의 연간 국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번에 추진되는 사업들에서 경제성을 인정받으면 전국 하수처리장을 수소생산기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가능하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수소 에너지는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친환경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수소는 대부분 부생수소라는 것이 그간 문제가 되었다. 부생수소는 원유의 정유 및 다양한 제철·석유화학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은 저렴하지만, 필수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즉 메탄으로 수소를 생산해도 1t당 약 2.9t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바이오가스를 사용할 경우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역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따라서 탄소저감장치(CCS) 부착은 필수적이다. 포집된 이산화탄소의 저장공간 확보와 활용 기술 상용화라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남았지만, 하수처리장의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 생산방식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또 다른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여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