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까지 해저 에너지자원 정밀 탐사···‘탐해 3호’ 건조

3D 정밀탐사·4D 모니터링 장비 탑재한 고성능 탐사선 0.6~0.8m 두께 해빙에 부딪혀도 안전 운항 가능 수중건설로봇···해양플랜트, 해상 풍력설비 건설에 활용

2021-01-31     정민아 기자

[이넷뉴스]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차세대 에너지원 가스 하이드레이트, 귀금속·구리·아연 등이 침전된 해저열수광산, 심해저면에 분포하는 망간단괴, 코발트와 희토류 등을 포함한 망간각 에너지자원의 보고 심해.

앞으로 우리나라도 오대양은 물론 극지 등 세계 모든 바닷속 탐사와 해저자원 개발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6,000t급 고성능 해저자원 물리탐사연구선 ‘탐해 3호’가 새로 건조되기 때문이다.

◇ 25년여 만에 최첨단 물리탐사연구선 건조 추진

해저 에너지자원 정밀 탐사 시대가 열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저자원 물리탐사연구선(가칭 ‘탐해 3호’) 건조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산업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진중공업은 지난 28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에서 ‘3D/4D 물리탐사연구선 건조사업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이번 사업은 2016년 4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약 1년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조사를 거쳤다.

총사업비 1,869억 원이 전액 국비 투입되며 기본설계, 실시설계, 건조·감리, 연구장비 탑재 및 시범 운영 등의 단계를 거쳐 건조된다. 사업 총괄기관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건조사는 한진중공업으로 2024년에 공식 취항할 예정이다.

2024년 인도 예정인 신규 해저자원 물리탐사연구선 예상도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탐사에 필요한 연구장비와 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그동안 우리나라의 해저 자원 개발에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 유일한 물리탐사연구선인 탐해 2호는 1996년 건조되어 선박과 연구장비가 노후화된 상황이다.

이번에 건조될 신규 물리탐사연구선은 2,000t급에서 6,000t급으로 규모가 확대됐다. 또한 내빙등급 적용으로 탐사 범위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탐해 3호는 향후 국내 대륙붕을 시작으로 북한해역, 동남아시아, 러시아, 극지, 심해 등 전 세계 모든 해역에서 석유·가스와 광물자원에 관한 3D 정밀탐사를 수행하게 된다. 3D 탐사기술은 조사지역의 정밀한 3D 지층 영상을 제공해 지층의 단면만을 파악할 수 있는 2D 탐사보다 석유·가스의 시추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특히 3km 길이의 스트리머(해저의 물리탐사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 2조만이 장착됐던 기존 탐해 2호보다 3배 넓은 면적을 깊고 정밀하게 스캔할 수 있는 6km 길이의 탄성파 수신 스트리머 8조를 탑재해 3D 탐사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초고해상도 3D 탐사 기능, 내빙 및 동적위치제어 기능 등 첨단 성능이 탑재된 탐사 장비도 갖추게 된다. 또한 4D 모니터링 장비는 동일한 지역에서 3D 탐사를 반복·수행해 얻은 자료를 이용해 시간에 따른 해저 지층의 변화를 탐지하고 예측한다.

탐해 3호에 탑재되는 첨단 장비들은 해저자원 탐사뿐 아니라 해저단층의 조사 분석을 통한 해저지진 조사 대비, 원전 등 위험시설 입지 결정, 이산화탄소 해저 지중저장 모니터링(온실가스 감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예정이다.

산업자원부 문동민 자원산업정책관은 “이번 최첨단 물리탐사연구선의 건조가 완료되면 대륙붕 및 극지로 해저자원 개발 영역을 넓혀 우리나라 해저자원 탐사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3차원 물리탐사 모식도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 북극권에서 독자적인 해저 에너지자원 탐사 가능

탐해 3호 도입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내빙 물리탐사연구선이라는 점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북극권에는 전 세계 미발견 석유와 가스의 약 22%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리, 아연, 주석, 철, 납 등 광물 자원과 금과 은, 다이아몬드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북극권 탐사를 위해 최첨단 물리탐사연구선을 도입하고 있다.

2019년 7월 KIGAM 석유해저연구본부 연구진은 북극권에서 석유·가스 등 에너지자원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찾는 데 필요한 핵심 암석 샘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북극해 노르웨이령 최북단인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 섬에서 탄화수소 자원으로 발달하기 직전 상태의 중생대 근원암 샘플을 채취한 것이다.

스발바르 제도는 북극권 중 유일하게 주권국인 노르웨이 외 다른 나라에도 접근과 경제활동이 허용되는 곳이다. 1920년 노르웨이와 미국, 프랑스, 덴마크, 일본 등이 공동 서명한 스발바르 조약은 가입국 국민들에게 스발바르 제도 및 영해에서 군사 목적을 제외한 어업·수렵·통항·통신·채굴권 등에서 자유롭고 비차별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한국은 2012년 9월 스발바르 조약에 가입했다.

그간 우리 연구진은 다른 나라의 내빙연구선에 탑승해 3D 해저 탄성파 탐사를 수행하여 해양 단층과 해저 지질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내빙능력을 갖춘 탐해 3호가 도입되면 북극해에서 우리나라 물리탐사연구선으로 독자적인 해저 석유·가스 자원 탐사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 대한민국 해저자원 탐사의 역사

탐해 3호 건조가 우리나라 해저 탐사의 효율성 및 정밀성을 한 단계 높이고 해저자원의 개발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이에 앞서 우리나라 해저자원 탐사 기술자립을 달성한 일등 공신인 탐해 2호가 있었다.

1996년 국내 유일한 석유탐사 목적의 특수목적선으로 건조된 KIGAM의 탐해 2호는 과거 선진 외국기술에만 의존하던 해저자원 탐사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건조됐다.

탐해 2호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3D 탄성파 탐사 장비, 중력 및 자력 탐사 장비, 2D/3D 해저 지형조사 장비, 해저 퇴적물 채취 장비 등을 갖추고 국내뿐 아니라 동아시아 해역을 대상으로 탐사 활동을 펼쳤다. 지난 1997년 첫 취항한 이후 해마다 3월부터 11월 사이, 약 150~180일 정도 석유탐사는 물론 해저 지질조사와 물리탐사 등을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대륙붕 한계 정보, 해저지질도 작성 등 다양한 성과를 얻어 국내 해저자원 탐사에 기여했다. 특히 동해 울릉분지에서 2D/3D 탄성파 탐사 수행으로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지구물리학적 부존 증거를 확인하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가스 하이드레이트 실물 채취에 성공한 것이 가장 큰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탐해 2호의 울릉분지 3D 탐사장면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2,000m 심해는 압력 200기압, 수온은 0도에 가까운 극한의 환경이다. 심해저에서 마그마로 가열된 뜨거운 물이 온천처럼 솟아나는 열수분출공 주변은 수온이 0도에서 400도까지 급격히 바뀌기도 한다.

혹독한 환경의 심해 탐사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잠수정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무인 잠수정과 수중로봇 등의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IOST 과학자들은 서태평양 공해상에 위치한 마젤란 해저산을 대상으로 여섯 차례에 걸친 탐사를 진행한 후 2018년 공해상의 자원을 관리하는 국제해저기구에서 독점적 탐사권을 획득한 바 있다.

마젤란 해저산에는 코발트와 희토류 등 광물이 다량 함유된 망간각 약 4,000만t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2028년까지 탐사 지역 중 광물이 많이 분포한 곳을 선별하여 2033년 최종 개발권을 획득할 계획이다. KIOST에 따르면 광구에서 상업 생산이 시작돼 연간 100만t 가량 망간각을 채굴할 경우 향후 20년간 총 11조 원의 광물 수입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KIOST가 2007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다목적 무인 심해잠수정 ‘해미래’는 우리나라가 발견한 열수분출공 탐사를 비롯해 지질·생태계 연구, 심해 광물자원 탐사에 활용되고 있다. 해미래는 600기압도 버틸 수 있어 해저 6,500m까지 탐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6,000m 심해에서 운용 가능한 무인 잠수정 보유국이 됐다.

최근에는 수중에서 건설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해저자원 발굴을 위한 해양플랜트 구축뿐 아니라 해상 풍력 등 해양 에너지 개발을 위한 구조물 건설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KIOST는 해저 500~2,500m에서 해저자원 탐색, 자원 채취, 암반 파쇄, 파이프라인 구축, 해양구조물 시공·유지관리 등을 할 수 있는 수중건설로봇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독자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news@enetnews.co.kr